이장님(2) 임형섭 탑리 이장, "순창에 오니까 마음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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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2) 임형섭 탑리 이장, "순창에 오니까 마음이 편해요"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3.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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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장님!(2)] 인계면 탑리 임형섭(37) 이장
“순창에 오니까 광주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훨씬 편해요”
임형섭 이장이 둘째 아들 인권이를 안고, 어머니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임형섭 이장이 둘째 아들 인권이를 안고, 어머니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인계면 탑리에서 나고 자랐다. 성인이 돼서 일을 하러 떠났다가 부모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지 5년 정도 됐다. 올해 처음 이장을 맡아 그야말로 신출내기다. 군내 이장들 중에서 2번째로 나이가 어린, 서른일곱 살 청년 임형섭 이장을 지난달 5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아들이 저 혼자니까, 부모님께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결혼하고 광주에서 공장도 다녀보고, 마트 일도 해 보다가 돌아왔어요. 저희가 농사를 그럭저럭 짓거든요. 아버지께서 연세도 있으시고 앞으로 이어갈 사람이 저 밖에 없거든요,”

임 이장은 농사꾼으로 변신하랴, 이장 노릇하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어떻게 이장을 맡게 된 걸까.

그 전부터 (이장 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전 이장님이 작은 할아버지신데 연세가 조금 많으셔서 이번에 (이장 직을) 놓게 되면서, 동네에서는 작은 할아버지고 고모고 삼촌이고 어차피 다들 연결되잖아요? 앞으로 쭈~욱 할 사람이, 젊은 사람이 저 밖에 없으니까 맡게 됐어요. 마을에 제 또래들은 아예 없어요.”

 

초짜 이장 처음에는 주민들 성함도 낯설었어요

이제 2개월을 막 넘긴 초짜 이장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을 터. 그는 지금 딱히 아는 것도 별로 없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성함도 되게 낯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누구 엄마, 누구 할머니 이렇게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이제 누구누구 씨, 면에서는 항상 (주민 명단이) 이름으로 나와 있잖아요? 무슨 서류든 그런 것들이 다. 이름도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해요. 누구 엄마하고 이름이 매치(연결)가 안 되니까. 하하하. 항상 이건 어떻게 해야 돼요?’ 전 이장님한테 많이 여쭤보면서 배우죠.”

탑리에는 현재 서른여섯 명이 산다고 한다. 임 이장은 인구가 저 어렸을 때보다 굉장히 많이 줄었다지금 사시는 분들도 거의 연세가 많으시다며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마을에 친척들이 작은 할아버지, 고모 할머니, 고모부 이렇게 계세요. 모두 이곳에서 나고 자라셨죠. 지금 마을에 예전부터 사시던 분들 말고는 시집오신 분들이 몇 있으실 뿐, 젊은 분들은 거의 객지로 나가셨어요. 타지에서 우리 마을로 귀농오시면 모를까, 인구가 더 줄면 줄지, 늘 일은 별로 없어요.”

임 이장은 타 동네 돌아다닐 때는 농기계창고도 있고 폐지취합장도 있고 운동기구도 다 있고 그러는데, ‘, 왜 우리 동네에는 이런 게 없을까생각이 들었다내가 그 동안 마을 일에 너무 관심이 없이 살았구나, 반성하게 됐다고 의욕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중이다.

올 초에도 군에서 마을사업 신청이 나오더라고요. ‘이건 꼭 해 봐야겠다고 신청하려고 알아봤더니, 우리 동네에는 마을 땅이 없어서 지금까지 못해왔던 거더라고요. 누군가 마을에서 땅을 사든지, 누군가 땅을 기부하든지 그런 방법밖에 없잖아요? 군이나 면에서는 좋은 기회가 많은데, 마을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생생마을 만들기, 탑리 마을 작아 채택 안 돼

다른 마을에는 대개 마을 땅이 있다고 한다. 임 이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다소 높였다.

다른 마을을 보면, 당산나무 옆에 넓은 토지 같은 게 있잖아요? 저희 마을엔 그게 없어요. ‘생생마을 만들기인가 그것도 진행하던데, 처음에는 한 500(만원)정도 들여서 마을을 꾸미고 점점 더 사업이 커지는 그런 거더라고요. 그것도 알아봤더니 저희 마을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 채택이 안 되더라고요. 큰 마을 위주로, 인계면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순창군 전체에서 하다 보니까 작은 데는 어렵겠다고.”

임 이장은 “(마을이) 크고 작은 걸로 차별한다고까지는 생각 안 한다면서도 쌍암(마을) 같은 경우는 사업신청이 들어갔다고 그러던데, 쌍암마을은 육~칠십 몇 가구, 가구 수가 조금 커서 아무래도 효율성 면에서 나았던 것 같다고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임 이장은 광주에서 밥벌이를 하다가 농사를 지으려 마을로 돌아왔다. 광주와 마을에서의 경제적인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제가 번듯한 회사를 다닌 게 아니고 생산직과 서비스직에서 일을 했어요. 수입 그런 것보다는, 농사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 나온다는 데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요. , 아이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갑작스럽게 돌봐야하는 일이 많이 생기거든요.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그게 불가능할 텐데, 농사를 짓는 건 내가 시간조율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좋죠. 이점이 있죠.”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사는 문제와 아이들 양육까지 해결할 여유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두릅 농사 1(3000) 정도 짓고요, 하우스 농사, 논농사, 밭농사도 하는데 엄마랑 함께 아버지를 도와드리죠. 두릅은 인계 농협에서 다 통합해서 (서울)가락시장에 나가고 있고, 하우스는 제가 공판장으로 내고 있어요. 농사지어서 아버지, 어머니, 저 세 식구 먹고 사는 건 문제 없어요. 다른 직장, 회사 생활보다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더 좋을 것 같아요.”

서른일곱 살 청년, 임형섭 이장
서른일곱 살 청년, 임형섭 이장

 

순창 두릅 거의 전국 1, 향이 다르대요

순창 두릅은 품질과 맛이 좋기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임 이장은 아직까지는 순창 두릅이 거의 전국 1등이라고 그런다(인정한다)”며 두릅 자랑과 약간의 우려를 동시에 이야기했다.

저 아래 지방 두릅과 순창 두릅이 나오는 격차가 거의 15일 가까이 나요. 아래 지방이 봄나물로 먼저 나오니까 최근에는 (순창 두릅이) 조금씩 치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뺏기고 있는 건데, 품질로는 그쪽에서 나오는 것들은, 드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순창 두릅을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종자는 같아도 향이 다르대요. 아무래도 제때 나오는 순창 두릅이 더 좋겠죠. 현재까지는 두릅이 효자죠. 거의 (우리집) 한 해 농사랑 맞먹으니까요.”

두릅 수확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일까. 임 이장은 두릅 수확 질문에, 몸은 고되어도 수입이 좋은 때문인지 신바람이 났다.

“3월 끄트머리부터 4, 5월 초까지 수확해요. 보통 4월에 수확을 시작하는데, 빠른 곳은 3월말에 두릅이 나오기도 하죠. 위쪽 순을 수확하고 15일 정도 기다렸다가 옆 순이 나오면 그 때 또 수확하죠. 두릅 수확은 모내기 농사철하고 시기가 겹쳐서, 두릅 마치고 논농사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두릅만 수확하기에는 일손 문제도 있고, 맛도 영향이 있고. 5월 초면 모두 끝나요. 두릅이 한창일 땐 새벽 5시에 나와서 12시에 집에 가고 그러죠. 하하하.”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로, 임 이장은 코로나 때문에 주민들이 모이질 못해서 “(앞선 의욕만큼) 많은 일들을 하지는 못했다고 자책했다.

마을 분들이 거동이 많이 불편하세요. 마을에서 뭔가 하면서 나오시라고 말씀드리기에도 미안하고. 매월 차표나 그런 게 나오잖아요? 방송으로 회관에 나오셔서 받아 가세요하라는데, 너무 미안해서 일일이 갖다 드리죠.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편찮으신데 있으세요?’ 여쭙죠. 막상 이장이 되니까 신경 써 드려야 하는 일들이 많아요. 내가 너무 마을에 대해서 몰랐구나, 관심이 없었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들고.”

 

광주에 있는 아내와 아들 삼형제도 순창으로 데려올 계획

임 이장은 일곱 살, 네 살, 두 살 삼형제를 뒀다. 아내는 아직 광주에서 일을 하며 삼형제와 함께 지낸다. 임 이장은 알고 보니까 순창이 교육이랑 그런 게 굉장히 좋다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정도 나이가 되면, 순창에 내려오면 좋지 않겠냐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웃었다.

순창에 오니까 광주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훨씬 편해요. 하하하. 무슨 일 생기면 아버지한테 저 오늘은 쉬어야겠어요’, ‘아이들한테 가야 해요그렇게 말씀 드리면 되거든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쪼들림이 없으니까.”

회관에서 임 이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때마침 연탄 자원봉사 나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궁금함에 밖으로 나오자, ‘진권’(임 이장의 둘째아들)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다가가서 물었다. “시골집이 좋아요?” “.” “광주보다 여기가 좋아요?” “.”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으니까요?” “.” “근데 여기는 친구가 없잖아요?” “친구 있어요. 어린이집에 있어요.” “몇 살이에요?” “인제, 네 살이에요.”

임 이장 어머니는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멋쩍게 웃었다.

인계면에서 작년에 신생아가 두 명 태어났는데, 그 두 명이 우리 집이에요. 바로 이 집(마을회관 옆집). 친손자하고 외손녀, 그렇게 두 명이에요. 하하하.”

임 이장의 막내아들과 여동생의 딸은 2020년 인계면 출생부에 이름을 올린, 단 두 명의 동갑내기 사촌으로 기록됐다.

 

아버지, “가르치는 건 사실상 시골이 더 낫다고 봐

사진을 찍고 있자니, 대형견 한 마리가 무심히 일가족을 바라봤다. 어머니는 못난아? 이리 와~ 사진 찍자고 불렀다.

애 이름이 못난이, 새끼 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오래 살라고 못난이라 이름 지어 줬더니, 정말 제일 오래 사네. 열한 살이 넘었을 걸. 지금까지 못난이가 낳은 새끼만도 100마리가 넘어. 많이 낳을 땐 아홉 마리씩도 낳았으니까.”

사냥견 ‘못난이.’ 열한두 살 됐는데, 그동안 낳은 새끼만도 100마리가 넘는단다.
사냥견 ‘못난이.’ 열한두 살 됐는데, 그동안 낳은 새끼만도 100마리가 넘는단다.

 

임 이장 아버지는 아들이 이장 맡은 것보다 손자 보는 게 좋은지 눈웃음을 가득 지어 보였다. 아버지는 묻지도 않은 말을 아들이 들으라는 듯 무심하게 툭 던졌다.

아이들이야 좋지 뭐.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차가 다녀 뭐가 다녀? 맘껏 뛰어 놀제. 나는 뭐 애기들도, 지금 도시나 시골이나 차이점이 뭐가 있어? 가르치는 건 사실상 나는 시골이 더 낫다고 봐.”

임 이장은 진권이를 안은 채 포부를 밝혔다.

이제 왔으니까 이것저것 해 보고 싶죠.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와 가지고 마을을 위해서 무언가 인제, 바꿔가는,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정말 열심히 해야죠.”

 

열린순창안녕하세요? 이장님!’ 기획을 연속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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