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7) 오소리네집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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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7) 오소리네집 꽃밭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04.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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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오소리네 집 꽃밭

봄입니다. 순창에 내려와서 두 번째 맞이하는 봄입니다. 매화를 시작으로 벚꽃이 만발하고, 밭에는 벌써 두릅이 한창입니다. 작년엔 맘이 급해 이것저것 심었다가 봄 한파에 망친 경험이 있어 올해는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웠더니 텃밭이며 꽃밭 여기저기서 쏘옥~ 쏘옥~ 하고 싹들이 올라옵니다.

마당에 여기저기 꽃마리가 번지고, 작년에 얼어 죽은 줄 알았던 수선화가 피어나고, 머위가 올라옵니다. 머위 순을 따서 조물조물 무치고, 겨울을 넘긴 부추랑 파 몇 포기를 옮겨 심고, 새로이 텃밭에 퇴비를 붓고 흙을 북돋습니다. 작년엔 거름이 부족했는지 당근이 손가락 크기만 했더랍니다. 그런데 울타리 삼아 심어놓은 남천이 불안합니다. 지난겨울 한파에 대나무들이 다 얼어 죽었다는데 괜찮을지 걱정입니다.

저는 아직 뭐가 잡초이고 뭐가 먹는 나물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름 모를 들풀도 예쁘기만 합니다. 심지어 산책하다 길거리에 핀 찔레꽃이 예뻐서 마당에 옮겨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그거 못써, 뽑아버려야 혀~ 뿌리 감당 못 혀.”

제 눈에는 예쁘기만 한데 잡초라니. 시골에서는 농사에 이로운가 아닌가가 식물 생존의 기준이 되나 봅니다. 한 뼘의 땅만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뭐라도 심어야 합니다.

서울살이 할 때도 어머님은 아파트 1층 화단을 가꾸며 머릿속에 텃밭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여기는 상추, 여기는 고추, 여기는 미나리 하시면서. 하지만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여 몸은 집안에 묶여있고 오직 마음뿐입니다.

어머님을 대신해 오일장에 나가봅니다. 올해는 무엇을 심을까? 상추,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옥수수를 심으려고 합니다. 아직 좀 이른가 봅니다. 좀 더 많은 모종이 나올 다음 장을 기다립니다.

괜스레 나무장을 기웃거립니다. 백일홍 나무를 하나 심을까? 자목련을 하나 심을까? 그래도 마당에 큰 나무 하나는 있어야지? 하면서요. 그러다가 하얀 마가렛을 몇 포기 집어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노란 수선화 옆에 하얗게 줄지어 심었습니다. 포도나무 아래 꽃밭입니다.

문득 떠오른 그림책이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오소리네집 꽃밭입니다.

잿골 오소리 아줌마가 그만 회오리바람에 장터까지 날아갑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학교 꽃밭을 구경합니다. 거기에는 봉숭화, 채송화, 접시꽃, 나리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오소리 아줌마는 오소리 아저씨에게 꽃밭을 만들자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꽃밭을 만들려고 보니 여기저기 패랭이꽃, 잔대꽃, 용담꽃, 도라지꽃, 진달래, 개나리, 들국화 때문에 더 이상 땅을 팔 곳이 없었습니다. 이미 오소리네 집 꽃밭은 들꽃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에게 꽃은 어린 시절 채송화와 나팔꽃이 처음이었습니다. 아직은 튤립, 카네이션, 장미, 마가렛 같은 도시의 꽃 이름이 익숙하고, 순창에서 흔히 보이는 들꽃들은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산에 들에 꽃이 피는데, 내 집 마당에 꽃밭을 마련하고 싶은 건 욕심일까요? 지난 1년 저희 집 마당에는 꽃과 작물(, 녹두, )들이 함께 자랐습니다. 마치 순창에서의 삶이 아직은 서울살이와 시골살이의 반반인 것처럼. 차차 순창의 들꽃에, 봄나물에 익숙해지겠지요. 여러분의 텃밭은 어떤 모습인가요? 텃밭이 없다면 화분이나 마음의 꽃밭에 무엇을 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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