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막역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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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역지우/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막역지우’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1.04.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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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막역지우(莫逆之交, mò nì zhī yǒu)
말 막, 거스를 역, 어조사 지, 친구 우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막역지우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장자 대종사편(大宗師篇)에 나온다. 거스름이 없는 친구를 말한다.

 

친구와 관련된 고사 성어를 찾아보니, 어릴 적 친구인 죽마고우(竹馬故友)를 시작으로 가난했을 때의 친구인 빈천지교(貧賤之交), 서로 속마음을 터놓는 간담상조(肝膽相照), 형제처럼 가까운 금란지교(金蘭之交), 생사를 함께하는 문경지교(刎頸之交), 어려울 때 만난 환난지교(患難之交), 나이를 잊은 망년지교(忘年之交), 신분의 차이를 넘은 망형지교(忘形之交), 절굿공이와 절구사이와 같은 저구지교(杵臼之交), 같은 이념과 사상으로 뭉친 군자지교(君子之交), 결의형제를 맺은 팔배지교(八拜之交), 능력을 알아주는 관포지교(管鮑之交), 고관과 나무꾼의 백아절현(伯牙絶絃), 신분의 귀천을 뛰어 넘는 거립지교(車笠之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하(上下)의 수어지교(水魚之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람들은 이중에서도 거스름이 없는 사이인 막역지우가 으뜸이요 최상의 벗이라고 쳐준다.

자사(子祀), 자여(子與), 자려(子犁), 자래(子來)라는 네 은자(隱者)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얘기가 나왔다.

누가 과연 없음()을 머리로 삼고, ()을 등골로 알며, 죽음(()을 꽁무니로 여길 수 있을까? 또한 누가 과연 죽음과 삶을 함께 하고, 있음과 없어짐이 하나임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와 더불어 벗이 되고 싶구나.”

네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똑같은 마음을 갖고 암묵 간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음을 터놓았다.

자상호(子桑戶)와 맹자반(孟子反), 자금장(子琴張) 세 사람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과연 새삼 서로 사귀는 게 아니면서도 사귀고, 서로 돕는 게 아니면서도 도울 수 있을까? 어느 누가 과연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며, 끝이 없는 곳을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서로 삶도 찾은 채 다함을 즐길 수 있을까?”

세 사람은 마주보고 웃었다. 그 뒤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없어지자 마침내 친구가 됐다.

이 성어는 본래 천지의 참된 도를 깨달아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끼리의 교류를 의미했다. 요즈음은 허물없는 친구 사이를 가리킨다. 서로 거스르는 일이 없고 삶과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친밀한 벗, 서로 친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친한 사이,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면서 동시에 서로의 행동에 대해 어떤 원망도 하지 않는 사이, 서로 위하지 않는 듯 진심으로 위하는 사이, 무엇을 주고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엇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사이. 나에게 이런 사이가 되는 친구가 지금 있는가? 나는 그를 막역지우로 여기지만 그가 나를 그리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쌍방이 인정하는 막역지우는 솔직히 말하면 없다이다. 뭔가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되어야 만나 어울리고 있는 것이다. ‘막역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것저것 깐깐하게 조건을 따지며 만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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