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옥 작가 초대전, 옥천골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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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옥 작가 초대전, 옥천골미술관에서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4.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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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품’을 그리는 ‘방구석 작가’입니다”

 

거품을 주제로 삼은 특이한 작품 전시회가 다음달 2일까지 옥천골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2일 오후 미술관에서 박명옥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저는 방구석 작가라며 정말 세상물정 모르고 그림만 그리고 있다고 첫 마디를 뗐다.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몰라요. 주부 일을 하다보니까 (작품을) 멈출 때가 많아요.”

박 작가는 대학 4년은 제 인생에서 진짜 놀지도 않고 그림만 그리던 제일 행복한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미대를 졸업하면서 남편을 만나 결혼해 1986년에 아들을 낳았다. 미술을 손에 다시 잡은 것은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2009년 전후다.

결혼 후 어느 날 그림을 그리려고 이젤을 폈는데 남편이 결벽증 환자처럼, ‘이걸 왜 안 치우느냐?’고 한 마디를 해요. 그때 저는 자존심 하나 밖에 없었는데 그 다음부터 작업이 안 되더라고요. 아이 군대 가고 나서야 홍대 (미술)교육원을 찾아간 거예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미술을 시작하자 그랬죠(웃음). 근데 첫 번째 수업에서 교수님이 제가 미술 전공한 걸 알아보셔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박 작가가 거품에 주목하게 된 계기와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상을 받은 이야기는 극적이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목격한 말린 옥수수 더미가 너무 아름다워서 찍어온 사진 한 장이 박 작가의 삶을 바꿔놓았다.

옥수수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100호짜리(162.2×130.3센티미터)에 크게 그렸어요. 집에서 작업한 거라 교육원 교수님도 모르시는 작품인데, 액자 만드시는 화방 아저씨가 공모전에 내 보라고 추천해 주신 게 국전(2010)에서 덜컥 입선을 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옥수수를 찌려고 물을 틀었는데, 그 거품에, 제가 갑자기 충격을 받았어요. 옥수수를 되살릴 것 같은 오묘한 세계가 느껴지면서 한 번 그려보자고 시작한 게 지금의 거품이에요. 거품 작품도 화방 아저씨 추천으로 국전(2012)에 냈는데 이게 또 우수상을 받았어요.”

방구석 작가의 독특한 거품 작품은 옥수수가 만들고 화방 아저씨가 거든 셈이다. 옥천골미술관 김명훈 관장은 조그만 알갱이 거품 하나하나 표현한 작품은 미치지 않으면 그릴 수가 없다작가는 미쳐가지고 방구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품 그림 속에 깊이 자리한 작가의 감성은 작가가 대학생 때인 1980년대 유행했던, 사실을 극대화해서 그리는 하이퍼리즘(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 마음속에 잠재돼 있다가 23년이 지나서 뒤늦게 세상 밖으로 나온 거죠. 사실적인 사물에 거품을 집어넣어서. 물체와 거품의 관계를 다룬 작품은, 작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23년의 시간을 건너뛴 탓에 80년대 그림을 오늘날 작가가 새롭게 대변하고 있어요.”

김 관장은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대에 잘 맞는 작품이라며 거품이, 자연적인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시켜버린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작품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박 작가는 한 작품 하는데 5~6개월씩 걸리니까 거품을 그리는 게 너무 힘들고, 제 몸(건강)을 팔아야 되는 것 같아서 갈수록 거품을 못 그린다며 말을 맺었다.

저는, 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그림이지 보여주려는 그림은 아니에요. 그림을 그림으로 해서 제가 너무 행복한 거죠. 어떤 이유를 달고 싶지 않아요. 전 그냥 그리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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