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보의 〈순창 팔경가〉 어떤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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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보의 〈순창 팔경가〉 어떤 작품인가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4.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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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대표 명승지 노래한 조선후기 연시조
금산ㆍ응향지ㆍ아미산ㆍ귀래정ㆍ적성강 등 노래

<순창 팔경가>(淳昌八景歌)는 이세보(李世輔18321895)가 철종11(1860)에 순창 지역 명승지 8경을 노래한 연시조다.

이세보는 왕족(조선 25대 철종의 사촌동생)으로 문신이자 시조작가다. 그는 조선시대 시조작가 중 가장 많은 450여 수의 작품을 남겼다. 당시 사대부들이 지은 시조 대부분이 관념적이고 음풍농월(吟風弄月)의 내용인 것에 비해 그는 부정부패 비판유배애정유람절기농사 등 다양한 주제를 노래했다.

그가 순창 지역 대표 명승지 여덟 곳에서 시조를 지었던 것은 부친 이단화(李端和)가 철종11(1860) 12일부터 같은 해 1118일까지 순창군수로 재직했었기에 당시 순창에 머물면서 군내를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29세였다.

<순창팔경가>는 그가 순창에 머물던 1860년 초봄부터 초겨울까지 유람한 내용과 정서를 담고 있다. (1)금산(2)헌납바위(3)대숲동(4)응향지(凝香池)(5)아미산(6)귀래정(7)장대(將臺)(8)적성강이다.

이세보 시조집 풍아(風雅)에 수록돼 있는 <순창팔경가> 전문을 현대어로 해석하고 감상해 보았다.

1917년 제작 순창군지도와 순창 팔경 위치 추정도
1917년 제작 순창군지도와 순창 팔경 위치 추정도

 

(1) 금산(錦山)에 봄이 드니 화쟁홍자 유쟁청((꽃과 버들은 붉음과 푸름을 다투는데) / 무릉(武陵)의 범나비는 간 데마다 꽃이로다/ 동자(童子), 술 부어라. ()코 놀게.

1수는 금산(錦山)에서 맞이하는 봄날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춘향가에서 남원사또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온 이몽룡이 방자에게 남원 근처에서 풍광이 가장 좋은 곳으로 광한루를 소개받았듯이, 순창군수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순창에 처음 온 이세보 눈에 가장 먼저 포착된 경치가 관아에서 멀지 않은 금산의 봄 풍경이었던 같다. 화자는 꽃과 버들이 가득한 봄날 금산 풍경을 무릉도원이라 규정하며, 봄빛 가득한 금산에서 취흥을 만끽하고 있다.

 

(2) 헌납(獻納)바위 맑은 폭포 사시무궁괘장천(사계절 그치지 않고 긴 물에 걸렸는데)/ 황계 백주(닭 안주에 맑은 술)/ 남은 흥은 맑은 노래 한 곡조 한가하다/ 아마도 무한풍경(無限風景)은 예뿐인가 하노라.

2수는 금산 헌납(獻納)바위 주변 경치를 다루고 있다. 옥천군지(1760)군 서편 2리 지점 추산(금산) 아래 작은 시냇가에 있다. 옛날에 고을을 다스리는 벼슬아치가 이 바위에서 놀던 중 헌납(고려조선 시대 정5품 벼슬)의 교지를 받게 된 연유로 헌납암(獻納岩)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기록돼 있다. 순창향지 지명고에도 금산저수지 밑에 있는 바위다. (중략) 여근곡(女根谷)과 같이 생겼다 하여 헐덕바위또는 헐래바위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현재 헌납바위 주변에서 폭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금산저수지 수로에 폭포 흔적이 남아 있다.

 

(3) 대숲동 의지해 녹죽(綠竹)에 놀던 군자(君子) 어디 가고/ 적막 공산 속에 일대 풍죽(風竹)) 되었느니/ 우리도 풍상(風霜)을 겪고서 임자 다시 만나리.

3수는 대숲동(죽림촌)의 여름 풍경과 늦가을 또는 초겨울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초장에서는 푸른 대나무 숲에 사람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던 시간을 회고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대숲동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기고 대나무들만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견디는 풍광이 펼쳐진다.

3경인 대숲동은 군지 등 문헌에 기록되지 않아 그 분명한 위치를 알 수 없지만 고종9(1872) 제작된 순창군지도1917년 제작된 지도에 금산 북서쪽에 죽림촌(竹林村)’이라는 마을 이름이 발견된다. 대심말대심몰로 불리는 팔덕 청계마을을 지칭하는 것 같다.

 

(4) 응향지(凝香池)에 선유(船遊)하니 연화(蓮花)도 좋거니와/ 월영수영(달그림자 물에 비쳐) 은은한데 가지마다 낙화(落花)로다./ 지금의 이적선 소자첨(이태백과 소동파)은 어디 간고.

4수는 응향지(凝香池) 여름 풍경을 다루고 있다. 응향지는 경천 물길을 대어 관아(현 군청) 서쪽 앞뜰에 조성한 연당(연꽃 연못)이었다. 주위를 대숲과 나무들이 둘러싸고 연못으로 통하는 다리가 있었다. 초여름이면 흰 연꽃이 만발해 향취가 그윽했으며, 달 밝은 밤이면 문인들이 배를 띄워 시를 읊조리고 노닐던 명승지로 주변에 응향각(凝香閣)수옥루(漱玉樓) 등 여러 누정이 있었다. 1970년대까지도 보존되었으나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이 시조에서는 응향지에 배를 띄워 놓고 노닐면서 만발한 연꽃을 완상하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달그림자가 은은하게 연못 위에 비치고 꽃잎이 떨어지는 서정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화자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이백(이태백)소식(소동파) 같은 옛 시인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시정(詩情)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1920년대 군청 주변 – 종걸 스님 제공
1920년대 군청 주변 – 종걸 스님 제공

 

(5) 아미산(娥眉山) 돋은 달이 초당(艸堂)에 들었도다/ 술 먹다 다시 보니 미산(眉山) 미월(眉月)이 분명하다/ 미산(眉山)에 돋은 달은 보름에도 미월(眉月)인가.

5수에서는 아미산 위에 달이 뜬 밤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초당에 비친 달빛을 받으며 술을 마시던 화자는 달을 바라보며 아리따운 눈썹이라는 이름을 지닌 아미산에 눈썹 모양을 한 초승달이 걸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종장에서는 아미산에 돋은 달은 보름날에도 초승달이지 않겠느냐고 정겨운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민속마을에서 바라본 아미산
민속마을에서 바라본 아미산

 

(6) 귀래정(歸來亭) 달 밝았으니 태백(太白)과 놀다 가세/ 전필언(全弼彦) 황계(黃鷄) 백주(白酒) 이종현(李鐘鉉) 소사날반(전필언은 닭 안주에 맑은 술을, 이종현은 채소 반찬에 현미밥을 들고 오니)/ 그 중에 날랑은 풍류와 기생이나 데려가네.

6수는 순창을 대표하는 누정 귀래정(歸來亭)에서 풍류 가득한 달밤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달밤에 귀래정에서 연회를 벌이기 위해 지인들을 호명하고 있다. 전필언(全弼彦)이 좋은 안주와 술을 담당하고, 이종현(李鐘鉉)은 요기가 될 만한 음식을 분담한다. 화자는 풍류를 북돋기 위해 기생을 동반해 귀래정으로 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7) 우연히 장대(將臺)에 올라 사면(四面)을 바라보니/ 무변(無邊) 초색(艸色) 너른 뜰에곳곳이 백곡(百穀)이라/ 아마도 태평성대는 금세(今歲)인가 하노라.

7수는 장대(將臺)에 올라 들녘을 굽어보는 장관을 접한 상쾌한 기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순창에서 너른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름 높았던 장소는 관아 동쪽 20리에 있는 적성 채계산(釵笄山) 정상이다. 아래에는 아름다운 적성강이 흐르고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명승지다.

이세보는 풀빛 가득한 늦봄 또는 초여름 들판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부친의 관할지인 순창 들녘을 굽어보는 젊은 시절의 이세보이기에, “아마도 태평성대는 금세(今歲)인가 하노라라는 찬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채계산 주변 들녘
채계산 주변 들녘

 

(8) 적성강(赤城江) 세우(細雨) 중에 사립(簑笠) 쓴 저 어옹(漁翁)/ 백구(白鷗)를 이웃하여 사시수월(四時水月사계절 물속에 달 비치니) 한가하다/ 우리도 그대를 좇아서 누대(樓臺) 풍경이나 바라보리.

마지막 제8수는 순창 동쪽 곡창 지대를 굽이쳐 흐르는 적성강 풍경을 담고 있다. 화자는 세우(가랑비) 내리는 적성강에서 삿갓 쓴 어옹(漁翁)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적성강 어느 지점이 제8경으로 지목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종장에서 누대 풍경을 언급한 것을 보면 화자가 강변 누정에서 어옹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성강변 채계산 중턱에 있었던 반선정(伴仙亭)이나 찬하정(餐霞亭) 가운데 어느 한 곳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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