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3) 나는 민주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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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3) 나는 민주시민인가?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04.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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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자중학교장

교장 직무 수행 1년이 지났다.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전교생이 등교하고 있다. 아이들 목소리가 교정에 가득 차고 있다. 노란 수선화가 수줍게 피고, 운동장 잔디가 파릇함을 더하고, 철쭉도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생동감이 있다.

학교는 함께 배우고, 함께 놀고, 함께 커가면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교육기본법>에서도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 능력 배양’, ‘민주시민으로서 자질함양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살아가는 역량은 학교장의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교장이 바뀌어야 학교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교장의 지속적인 성찰과 일상 민주주의 실천 없이 구성원들의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함양은 요원하다. 더구나 교육부에서부터 학교로 이어지는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관료 행정과 상급학교 입시진학이 우선되는 현실에서 민주시민 교육은 쉽지 않다. 민주시민으로 자질은 민주적인 학교문화 속에서 함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장으로서 일상에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노력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 모두와 수평적인 소통과 사생활 존중이다.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내용은 가능하면 교내 전화나 메신저로 하고, 교직원들과는 공식적인 회의가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상의한다. 교무실행정실도서실상담실보건실특별실식생활관 등 담당 교직원이 상주하는 곳에서 격식 없이 의견을 나눈다. 교장실에서 협의할 때는 반드시 마주 앉는다. 민주주의는 상호작용이다. 외부 손님 등에게 차 대접은 교장실에 찻잔 등을 갖추고 직접 한다. 교장실 청소도 1주일에 두 번 정도 걸레를 빨아서 하고 쓰레기와 폐지 처리도 직접 한다. 학생들에게 상호인사를 생활화하고 경어를 쓴다. 학생도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휴식권 보장을 늘 염두에 둔다.

두 번째는 학교 자치문화 조성에 적극적인 지원과 동행이다. 민주적 절차와 자발성으로 구성된 학생회가 학교의 주인으로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 교장실 옆에 학생회실을 마련했다.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전북교육청에서 1000만원을 받아 학생회실을 꾸몄다. 필요한 물품과 운영비는 수시로 학생회 임원진과 상의해 지원하고 있다. 학생회가 세운 사업 집행 예산은 학교 전체 예산의 1% 이상을 편성했고, 회장단이 학생회 사업계획에 맞춰서 직접 집행이 가능하도록 회계 처리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경험은 민주시민 자질 향상의 핵심이다.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구성에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교무회의다. 기존에 수십 년 이상 지시와 전달 위주의 형식적인 교무회의가 아니다. 20192월에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전라북도 학교자치 조례에서 교무회의는 학교장이 주재하여 교육과정 편성, 학교예산운영, 학교교육운영, 학생생활교육, 학교업무분장 등을 모든 교직원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치기구이다. 학교장으로서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의견을 안건으로 상정해 회의를 주관하고 결정 사항을 존중하여 학교를 운영한다. 2020학년도 13차례 개최하여 코로라 감염병 대응과 원활한 학사일정 운영, 학생 교육 활동 및 학생회 지원 안건을 논의하고 실행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자발성과 능동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여학교이기에 청소년 시기에 겪는 갈등 조정과 정서심리적 어려움을 풀어 가는데 또래 상담 자율동아리가 중요하다. 친구선후배 간에 상담과 치유는 자존감 형성과 관계 능력을 높여줘 건강한 생활의 바탕이 된다. 올해 1, 2, 3학년에 또래 상담 자율동아리가 모두 구성, 운영되고 있다. 학교예산과 관계기관 지원과 협력으로 자율동아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상담교사와 자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또한, 신문이나 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판적으로 보고 판단 능력을 갖추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석검토 능력)’ 자율동아리를 학생회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역신문과 함께하면서 순창지역 근현대사에서 민주주의에 헌신한 인물을 알아가는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고 도움을 주실 분도 있어서 기대가 크다.

대한민국 학교에서 교장의 위상과 역할은 무척 크다. 교장 임용장도 대통령이 준다. <중등교육법>에서 교장의 임무는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령에서 주어진 교장의 위상과 역할이 학교에서 어떻게 구체화 되어야 바람직한가? 나는 민주시민인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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