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도시가 좋아요”, “순창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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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도시가 좋아요”, “순창이 좋아요”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5.0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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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주년 기획 특집 ‘어여차 청소년’
11살 전가은ㆍ선동흔 학생의 ‘꿈’
중앙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 친구인 전가은, 선동흔 학생
중앙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 친구인 전가은, 선동흔 학생

인터뷰 신청한 학생이 저예요. .”

미처 인사도 나누기 전, 한 남학생이 손을 치켜들며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130, 중앙초등학교 4학년 전가은선동흔 학생을 학교 도서관에서 만났다. 같은 반 친구 몇 명이 주위로 모여들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유심히 지켜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정신없는 와중에 두 학생은 어떤 질문에도 또박또박 답변했다.

마스크 쓴지 안 쓴지도 몰라요

학교 자랑부터 요청했다. 초등학생다운 거침없는 답이 나왔다.

우리학교는 급식이 맛있어요.”(선동흔)

재밌는 곳으로 체험학습을 많이 가요.”(전가은)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동자는 똘망똘망 했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는 게 안쓰러워서 마스크를 1년 넘도록 쓰는 게 답답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한 목소리로 나왔다.

아니요. 적응됐어요. 마스크 쓴지 안 쓴지도 몰라요. 이제는 익숙해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초등학생의 해맑은 답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제를 바꿔 공부 잘하느냐고 물었다. 공부와 꿈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못 하는 편은 아니에요.”(선동흔) “저도요.”(전가은)

공부 못 하면 다른 거 잘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래도 좋은 대학교 가려면 열심히 해야 돼요.”  좋은 대학교 어디? “서울대학교요.”(전가은)

남북대학교요.” 남북? “, 남북. (전남대와 전북대를 말하는 거예요?) 하버드는 아니고요.”(선동흔) 왜 하버드 가면 되잖아요, 멀어서 못 가요? “아니, 그런 것도 있고. 공부를 엄청 잘 해야 하고, 1학기 비용이 4000만원씩도 하고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빠가 알려주셨어요. 제가 하버드대학 가면은 아빠가 뭐라도 팔아서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 하하하.”(선동흔)

원래는 꿈이 엄청 많아요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을 물었다.

아나운서요. 원래 스튜어디스 되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한테 티브이에 나오는 모습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아나운서로 바꿨어요.” 아나운서 되려면 뭘 잘해야 돼요? “또박또박 말하고 티브이에서 안 떨어야 해요.” 또 뭘 준비해야 돼요? “국어나 독서 같은 걸 많이 해야 해요.” 독서 많이 해요? “하루에 2권 정도, 책은 거의 학교에서 읽어요.”(전가은)

수의사.” ? “원래는 꿈이 엄청 많지만, 그래도 동물을 좋아하고 그러니까 동물들이 아플 때 고쳐주고 싶어요집에 동물 있어요? “. 앵무새랑 거북이요. 거북이는 어린이날 선물이고, 앵무새는 제 생일 선물이에요. 아빠가 사주셨어요.”(선동흔)

직접 만지는 체험학습이 재미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건 뭐냐고 물었다.

체험학습도 못 가고 해외여행도 못 가고 캠핑도 잘 못 가니까 너무 불편해요.” 여행 많이 다녀나요? “. 가족끼리, 사촌들이랑 많이 갔어요.” 어디어디 가 봤어요? “사이판이랑 괌, 일본이요. 뱃속에서는 중국 갔어요.” 태어나기 전이면 기억이 안 나잖아요? “아빠가 말해줬어요. 하하하.” (선동흔)

코로나 없을 때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여행을 다녔는데 여름에만 한두 번 가고 그 뒤로는 못 갔어요.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2학년 때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갔는데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가서 정말 아쉬워요.”(전가은)

체험학습 대신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는 물음에 읍면에서 선생님들이 교실로 오셔서 달팽이나 그런 걸 주셔서 체험한다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지는 체험학습이 재미있지, 말로만 하는 체험학습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광주 산부인과 가는 현실

두 학생 모두 광주에서 태어났다. 선동흔 학생은 엄마 아빠가 그때는 광주에 살아서 그곳에서 태어났다. 전가은 학생은 엄마 아빠가 순창에 살았지만 순창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광주의 의()원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군내 아이들 대부분이 광주에서 태어났을 터. 광주 산부인과로 가야 하는 순창의 현실을 보여준다.

두 학생의 왕성한 답변은 멈출 줄을 몰랐다. 우리나라 가본 곳 중에서 기억나는 데가 어디냐는 질문에 앞 다퉈 답했다.

부안을 자주 갔어요. 통영, 거제도도 갔고요. 엄마가 병원에서 일하시니까 탁 트인 곳이 좋다고, 바닷가 가서 조개 캐고 해수욕하고 그런 걸 좋아하셨어요.”(전가은)

제주도나 부산 같은 바다에 많이 갔어요.”(선동흔)

순창에서 사는 데 불편한 건 없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다.

좋은 수영장 같은 데가 없어요. 높은 건물도 없고, 좋은 바닷가 같은 데도 없고.”(전가은)

순창이 좋아요. 광주나 그런 곳에 가면 조금 어지러운 게 있어요. 건물이 너무 많아서. (높은 건물이 없다는 가은 학생에게) 그럼, 63빌딩 지어놔야 하냐? 순창에.”(선동흔)

높은 건물이 있는 도시가 좋다는 가은 학생과 높은 건물이 없는 순창이 좋다는 동흔 학생의 의견이 처음으로 나뉘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신문에 제가 나오면 잘 봐 주세요. 사랑해요.”(전가은)

“(가족한테) 휴대폰만 하지 말고 신문 좀 보세요. 저 나와요. 저도 사랑해요.”(선동흔)

오월의 푸른 하늘, 꿈의 나래를 펴라

대화를 마무리할 무렵, 전화번호를 묻는 기자에게 선동흔 학생은 저는 전화나 카톡은 거의 안 하고, 주말에 두 시간씩 게임을 네 시간 한다고 말했다.

전가은 학생은 다른 대답이다. 

저는 인천 사시는 이모랑 어쩔 땐 1시간 30분도 통화했고, 매일 거의 30분 정도는 통화해요. 엄마랑 할머니랑도 많이 하고요.”(전가은) “

저는 5분 넘게 통화한 적이 없어요.”(선동흔)

5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학생 두 명을 만났다. 헤어지는 동안 두 학생과의 대화를 지켜보던 친구들도 합세해 기자에게 질문 세례를 했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오월 푸른 하늘을 무대 삼아서 꿈의 나래를 마음껏 펴라. 어여차~ 순창 청소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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