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 특별한 스승의 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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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 특별한 스승의 날 ‘선물’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5.1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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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감사 손편지ㆍ‘시’ 배달

 

순창고등학교(교장 양봉철)에 때 아닌 ()’ 바람이 일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교생 317명이 가 담긴 손편지를 써서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 40명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 이 세상에 또 있다면 그것은 / 꽃보다 더 고와지고 싶고 / 꽃보다 더 귀여움 받고 싶은 / 우리들 마음일 게다 (중략) 모두를 사랑하고 / 모두에게 사랑받는 / 먼 훗날의 꽃이 될 게다 / 아름다운 꽃이 될 게다”-꽃이 내게로 와서(신갑선)

“‘처럼 활짝활짝 웃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두를 사랑해주시는 의 모습이 너무나도 닮아서, 선생님의 모습을 닮고 싶은 저희 학생들의 모습이 잘 전달될 수 있는 것 같아서 민정쌤께 드리고 싶습니다.”(황인혜3학년)

순창고 학생들은 모든 선생님 한 분 한 분에게 시가 담긴 손편지를 써서 전달한다.
순창고 학생들은 모든 선생님 한 분 한 분에게 시가 담긴 손편지를 써서 전달한다.

 

다른 사람한테 집중하는 시간손편지

시를 담은 손편지를 기획한 김민정 교사(국어)를 지난 11일 오후 순창고에서 만났다. 시 편지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물었다.

스승의 날인데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정을 표현할 기회 자체가 없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스승의 날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부담스러워 하세요. 학생들이 외부 활동은 열심히 해요. 정인이 사건이나 미얀마 쿠데타 등 세상에 관한 관심들은 많이 표현하거든요. 그런데 정작 학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관심이나 사랑 표현은 안 하는 거예요. 같이 부대끼는 건 선생님과 학생들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고 해서 기획하게 됐어요.”

2학년 4반 담임인 김민정 교사가 스승의 날 편지에 앞서 시도한 시 편지는 따로 있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시를 처방하는, 일명 처방 시처방전이었다. 처방전 수식어도 상처엔 반창고, 위로엔 순창고 약국”, “타인의 아픔에 시 반창고 붙여주기등 톡톡 튄다.

김 교사는 처음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시와 함께 위로 편지를 써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옆에 친구는 물론이고 정인이랄지, 미얀마 시민이랄지, 정말 너무나 힘들었을 엄마 등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걸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미소 한 번, 이름 하나로 큰 힘

이 작은 울림은 한 반 한 반 옮겨지며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교로 퍼져나갔다.

김민정 교사는 선생님 숫자는 적고 학생 수는 많으니까 약간의 강제성을 띠어서 학생들에게 시 편지를 써서 드릴 선생님을 배정했다면서 의외로 학생들이 (선생님) 바꿀래요 하지 않고 모두 썼다고 웃었다.

김 교사는 선생님이 지나가실 때 미소 한 번에 내가 이 학교에서 인정을 받고 있구나, 지나가면서 부른 제 이름 하나로 학교를 다닐 힘이 됐습니다, 학생들이 그렇게 썼다고 내용을 살짝 공개하면서 선생님들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일이 아이들한테는 큰 힘이 됐구나, 하고 학생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조재현 학생과 설경주 학생이 '시 처방전' 전시회를 보고 있다.
조재현 학생과 설경주 학생이 '시 처방전' 전시회를 보고 있다.

 

학교에서 시 적고 손편지 쓴 건 기적

설경주(3학년) 학생은 솔직히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를 적고 손 편지를 쓸 줄은 몰랐다정말 기적 같다고 밝게 웃었다.

저는 시를 보면서 전율이 올 때가 있어요. 와 닿는 구절이 있단 말이에요. 그럴 땐 정말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지 감탄을 해요.”

조재현(3학년) 학생은 남학생은 사실 편지를 쓸 일이 별로 없는데 표현이 서툴 뿐이지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자애들만큼 좋다면서 이번이 선생님들께 남학생들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기회라고 말을 이었다.

저는 시를 볼 때면 항상 어떤 일이 겹치잖아요, 공감이 되고 그러는. 미얀마 쿠데타 소식도 들으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처방전이 위로가 주제여서 미얀마 국민에게 제가 생각할 때 위로를 주는 시로 편지를 썼어요.”

순창고는 13일 오전, 선생님 한 명 한 명에게 시가 담긴 편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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