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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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안녕하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5.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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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편지가 아니고 손 엽서. 스승의 날을 맞아 교직원에게 전해졌던 손 편지가 이번에는 학생에게 손 엽서로 되돌아왔다. 손 엽서는 미술전시회 도록에 실린 회화작품으로 만들었다. 엽서로 사용된 미술작품은 단번에 알아봤다. 얼마 전 취재를 했던 화가가 그렸다. , 이게 우연인지, 뭔가가 계속 꼬리를 무는 느낌이다.

편지 소동(?)은 지난 11일 오전 한 통의 카톡에서 시작됐다. 순창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시 나눔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 학부모가 알려준 내용이 한 사람을 건너서 내게 카톡으로 전해졌다. 고교에서 시 나눔이라니, 호기심이 동했다.

수소문을 해서 먼저 그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학부모가 들려준 이야기인즉슨 순창고등학교 2학년 4반 김민정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시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 처방전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녀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더란다.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순창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김 교사와 통화를 하고 오후에 학교로 찾아가 만났다. 김 교사는 약 처방전을 닮은 이상한 봉투를 두툼하게 들고 나타났다. 전교생이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 모두에게 보낸 시가 담긴 손 편지였다. 교사 이름이 쓰인 봉투 안에는 학생들이 쓴 편지가 몇 장씩 들어 있었다.

모든 시 편지를 읽어볼 순 없었지만 손 편지 시에는 선생님이 좋은 이유, 선생님에게 드리는 시, 시를 고른 이유가 진솔하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을 떠올리며 수많은 시 중에서 한 편을 고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짐작을 해 봤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문학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일 터인데, 게다가 시 내용을 선생님과 연결시켜야 하니 오죽했을까.

학생들이 쓴 손 편지 시는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전 교사 개개인에게 시 처방전이라는 형식으로 전달됐다. 이 장면은 취재하지 못했다.

지난 18일 오후 김민정 교사에게 전화를 해 손 편지 시를 받은 교사들의 반응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사는 동료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멋진 손 엽서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이미연 교사가 직접 만든 손 엽서에는 학생 이름과 반, 시에 대한 감상과 함께 학생에게 보내는 진심이 담겼다.

○○. 다른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사람 또한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좋은, 진실한 면을 가졌으리라 본다. 한참 예민한 시기임에도 나보다 가족을 자신을 위해서보다 타인을 더 배려하는 착한 네 마음을 언젠가 세상이 다 알아주리라 믿으며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살아보자.”

김 교사는 “(‘손 편지 시기사를 보고) 전북교육청에서도 연락주시고 인스타에도 교육소식지에도 실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내게 전했다.

손 편지가 학교에 한바탕 즐거운 소동을 일으켰다. 처음 통화했던 학부모는 요즘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편지를 주고받는 광경은 보기 힘든데, 참 흐뭇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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