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마을] 곡성군 죽곡면 죽곡마을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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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마을] 곡성군 죽곡면 죽곡마을교육공동체
  • 김수현 객원기자
  • 승인 2021.05.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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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객원기자의 이웃 마을 이야기

죽곡마을 자랑? 좋은 흙, 착한 어른들, 죽곡초

 

미래세대에게 마을을 이어주는 마을교육공동체

나 땜에 우리학교랑 울 엄마랑 팝콘 먹을 수 있어요!

이런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마을의 고등학생들이 마을 주민에게 물어, 마을에 필요한 의자를 목공 수업에서 만들어 설치하고, 마을 도서관 앞 화단도 만든다. 학교 수업에 마을의 역사와 생태를 공부하는 마을교육과정이 들어있어 학생들은 선생님과 마을샘들과 봉황섬터, 대황강 등 온 마을을 속속들이 누빈다. 학교 앞 생태텃밭정원에서는 학생들과 마을교사, 교장선생님이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산 속에 꼭꼭 숨은 도예가의 작업실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과 도예가가 함께 만든 전통 가마에서 학생들 작품을 구워낸다. 마을자치회 회의가 있으면 아동들도 참여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다. 정말 이런 마을이 있을까 싶은 죽곡마을교육공동체를 찾았다.

농사샘! 나 땜에 우리학교 애들이랑 울 엄마랑 팝콘 먹을 수 있어요!’

"농사샘~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요!”

생태텃밭수업이 있는 날. 학교건물 바로 앞에 마련한 생태텃밭에는 아이들이 미리 나와 자기 학년 텃밭을 살피고 있다. 죽곡초 동현이(3학년)가 마을농사샘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저번저번 때 내가 심은 팝콘옥수수가 흙을 뚫고 막 나왔어요. 나 땜에 우리학교랑 울 엄마랑 팝콘 먹을 수 있어요!!"

뾰족이 새순을 내민 토종 쥐이빨옥수수를 소중하게 보여주는 3학년 아이들의 표정은 이미 고소하고 달콤한 팝콘을 한입 가득 먹은 듯하다. 1학년은 흑수박, 2학년은 토종가지, 3학년은 쥐이빨옥수수, 4학년 지개감자, 5학년 호랑이콩, 6학년 토종참외를 각각 책임 증식하기 위해 씨앗을 받아서 지역에 나눔하기로 했으니 관심과 애정이 더 클 것이다. 아이들은 생태텃밭정원의 생물들이 궁금해 학교에 오고 싶어 마음을 졸인다.

 

아이들이 밭 꾸미고 작물 심어

지렁이에 화들짝 놀라던 3학년 선생님이 감자싹이 안 난다고 걱정하자, 학생들은 할아버지 감자밭에 무성하게 자라는 감자를 캐와 심어놓는가 하면 4학년은 꽃 정원을 꾸몄다. 잠시 안 본 사이, 심어놓은 꽃들은 간 곳 없고 풀만 무성한 밭을 보고 마을샘에게 달려왔다. 마을샘이 알려주신다. “얘들아! 이것 그냥 풀이 아니야! 꽃양귀비야.” 그제야 꼬마농꾼들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6학년은 과학이 잘 도입되는 텃밭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학교 주변의 대나무를 구해서 계산을 하며 밭을 재단해서 조성했다. 그네(티피)도 흙에 파묻지 않고 대나무 힘의 균형만을 이용하여 지탱하는 지붕형 티피로 만들었다.

방과 후에 5, 6학년 아이들은 감나무샘(52, 봉정리)과 수학공부를 한다. 중학생반도 있다. 2회씩 모인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귀농한 지 3년차 감나무샘은 죽곡초 학부모였다. 작년부터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같이 책도 읽고 모르는 것도 알려주면서 시간을 가져왔다. 아이들이 수학에 특히 어려움을 느낀다는 걸 알고 수학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후 함께마을학교의 지원으로 자리가 더 잡혔다.

제가 가르친다고 해도 아이들한테 배워가는 게 더 많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솔직함, 현재에 충실한 모습, 회복력 같은 것들이죠. 아이들과 만나면서 미래를 만난다는 걸 실감합니다. 도시에서는 못하는 일이죠.”

학부모인 김지아(45, 고치리)씨는 마을학교 속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요즘에는 집에 와서 학교 농사짓는 이야기를 신나서 합니다. 마을학교 선생님들이 멀리 계시지 않고, 친숙한 마을 어른이라 뭐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자기가 자라온 마을에서 주민, 교사 구분이 없이 돌봄을 받으니까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 듯해요. 교육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저도 배우게 됩니다.”

 

우리 마을 좋은 거요? '흙이 좋아요!', '어른들이 착해요!', '죽고초요!' 

상추와 갓, 비타민을 첫 수확한 소희(5, 하죽), 솔이(5, 동계), 다정(5, 태평리), 은성(5, 고치)은 텃밭 농사에 열심 인만큼 할 말도 많다.

우리가 뭐 심을지 의논하고, 조사해서 심었는데요. 수확도 하니까 신기해요.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했거든요!” “싹이 날 때 환호성을 질렀어요!” “근데 죽으면 슬퍼요.” “식물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싹이 터도 뭔지 몰랐는데 농사샘이 알려주셨어요.”

마을의 배움은 학교로, 집으로 이어진다.

대황강 식물들 공부한 걸 학교 가서 소식지로 만드는 것도 재밌어요.” “돌다리에 대해 배운 걸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는 이렇게 작은 밭을 여럿이서 하는 것도 힘든데, 우리 부모님은 엄청 넓은 밭을 농사지으시니까 힘들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죽곡마을에서 자랑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자 출렁다리’, ‘토란에 이어 좋은 흙’, ‘착한 어른들’, ‘죽곡초라는 답이 돌아온다.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배움터가 되어주는 마을, 농업과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약속하는 희망의 근거지가 되어주는 학교마을교육공동체의 이상을 뚜벅뚜벅 현실로 만들어가는 죽곡마을교육공동체. 그 중심에는 죽곡함께마을학교가 있다. 5월에는 교육부 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인가가 났다. 읍에서조차 먼 작은 마을의 협동조합이 감당하기에 버겁지 않을까?

코로나대유행 이후 다시 마을이 소환되고, 교육에 대해 밑바닥부터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마을 주민, 대황강에서 아이들에게 그물 던지는 법을 알려주는 어부, 밭에 자라는 풀에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어른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 마을을 들이기 위해 학교라는 울타리를 연 학교, 익숙하던 교육과정을 새롭게 재편해가는 교사들이 있다. 죽곡의 좋은 흙착한 어른’, ‘좋은 학교를 알아보는 아이들이 있는 마을, 죽곡. 죽곡에서 마을을 미래세대에 이어주는’(‘간다 세이지마을의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위해 신발끈을 묶어야 하는 시간. 변방 중의 변방에서 일어나는 이 움직임이 의미심장하다.

이 기사는 박진숙 죽곡함께마을학교협동조합이사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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