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과 달리 그 차의 특성이나 성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파는 사람이 매긴 가격이 합당한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알려진 평균 가격 정도를 주고 사려고 노력해보지만,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 결국, 좋은 조건보다는 나쁜 조건 즉 ‘싼가격’의 자동차를 사게 되는데,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은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질이 나쁜 물건 위주로 거래되는 모순을 낳기도 한다.
일을 맡기는 사람이 일을 맡을 사람의 수준, 행태 등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생기는 비효율도 적지 않다. 수행능력과 정성, 정직한 재료 사용 여부 등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나 공공행정에서도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심각하다. 많은 정보를 지닌 정치가나 행정가가 주민의 편익을 무시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면 종국에는 대의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치가와 행정가의 비리ㆍ부정을 척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 중 하나가 참여 민주주의이다.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행동이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다. 어떤 권력ㆍ권위ㆍ규범ㆍ관습ㆍ통념 등의 간섭 없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자기 결정권을 가질 때, ‘정보비대칭’에 대한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나아가 파는 쪽과 사는 쪽, 맡기는 측과 맡는 측이 함께 일하고 함께 책임진다는 의지와 인식을 바탕으로 헌신해야 한다.
1991년부터 주민이 다시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20년 지난 2012년 무렵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민의 자치 요구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그보다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명칭으로 흩어져 있던 지원사업을 묶으려는 의도가 더 많아 보이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행정의 연장으로 보면, 귀찮고 어려운 일을 주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중간지원조직의 수많은 활동 중에는 위탁받은 행정업무도 있어서 행정의 연장으로 인식하며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관리와 간섭을 당연히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을에 대한 지원과 중간지원조직의 운영ㆍ존폐에 대한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한 행정업무 대행보다 주민자치나 자기 결정권을 실현하려는 주민의 염원 구현을 돕는 활동을 더 많이 헌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인식할 때,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빈부 격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 환경파괴 기후위기, 집값 폭등 주거환경 악화 등 삶의 질 저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공동체는 경쟁을 부추기거나 성과를 우선하지 않는 서로 돕고, 함께 책임지는 협동과 연대의 학습장이자 삶터다. 마을이 크든 작든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마을 주민들이 활동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건강과 복지 등 기본 권리 보장 확대부터 작은 공방, 소문 듣고 찾아오는 체험농장, 인적 끊겨 메마른 골목을 시끌벅적하게 바꿀 축제, 동네 아이들을 마을의 주체로 만들기 위한 마을학교 등 예상조차 힘든 다양한 꿈을 품고 있다. 마을 살이는 이웃 주민과 부단한 대화를 바탕으로 살찐다. 마을 일에 스스로 참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참여 자치 능력을 쌓는다. 협동과 연대를 통한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주민자치, 참여 민주주의의 종착역이니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지방행정을 올바르게 이끄는 힘이 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이른바 ‘행복추구권’과 ‘기본권 보장’ 규정이다.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지원은 헌법에 따른 기본권 보장이다는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마을 주민이 완성해야 하는 마을살이다. ‘참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마을 주민 모두 참여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