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신승원, ‘특별상’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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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신승원, ‘특별상’ 박민호
  • 장성일 기자
  • 승인 2021.06.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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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 순창군민 백일장

()한국문인협회 순창군지부가 주최하고 순창군이 후원해 지난 41일부터 30일까지 열린 4회 장애인식개선 순창군민 백일장 공모전에서 신승원(제일고2) 학생이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고 박진식 시인 추모 특별상은 운문 분야 박민호 씨가 수상했다.

신승원 학생은 지난 1일 오후 열린순창과 통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서 책을 많이 읽으셔서 책 읽는 게 훈련이 됐다학교에서 책 읽기 활동이 있고,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쓰고 읽는 걸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신승원 학생은 이어 한달에 평균 2권 정도는 꾸준하게 읽는다면서 장원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뻤는데, 친구들이 밥 사라고 한다고 웃었다.

 

장애인식개선 백일장 장원작품

 

나의 데미안

신승원(제일고2)

 

어렸을 때의 나는 놀기 좋아하는, 장난을 많이 치는, 활발한 아이였다. 항상 웃고 있었는데 이건 혼날 때도 적용되었다. 동생과 싸워 부모님께 혼날 때도 옆에서 동생은 혼나기도 전부터 울고 있었던 반면 난 항상 웃고 있었다.

그 때문에 부모님께선 얼마 혼내지도 못하고 웃고 있는 날 보며 함께 웃고 말았다. 이런 나의 성격 때문일까? 난 제대로 혼나본 적이 없었고 7살이 되었을 무렵에는 나밖에 모르는 아주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애가 되었다. 나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세상 무서운 일이 없을 때, 부모님께 아주 제대로 지난 몇 년간 모아두었던 꾸중과 가르침과 많은 것들을 들은 일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유치원에 새로운 친구가 오며 나만의 왕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유치원에서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나는 새로운 친구에게 관심이 많았다. 모든 아이와 친해지고 그 아이들에게 1순위가 되고 싶다는 나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었는데 그 친구는 귀엽게 생겼었고 친해지면 한없이 활발해지는 성격이었다.

난 그 친구와 매우 친하게 지냈다. 한 일주일은 그 애하고만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애에겐 우리와는, 나하고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손가락 2개가 없다는 것이었다. 크게 티가 나지 않아서 좀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어쩌다 보게 된 후, 다행히 조금의 배려와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 나는 그 사실을 그 애 앞에서 알고 있다고 티내거나 놀리지 않고 저녁 먹을 때 부모님께 아주 해맑게 말했다. 그 애의 아픔과 슬픔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근데 또 생각해보면 손가락 2개가 없는 게 그렇게 고통스럽거나 슬프거나 불쌍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애가 슬펐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조차가 제 3자인 내가 끼어들 자리도 아니고 위선이며 기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애는 나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내가 며칠이나 지나서 그것을 알게 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그 때의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사악하고 악독했던 거 같다. 그 애가 손가락이 없는 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어떤 일 때문에 일어난 장애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척 해맑게 부모님께 말했다. “엄마, 우리 반 친구 중에 손가락 2개가 없는 애가 있다. 왜 나랑은 다른 거야? 혹시 엄마 아빠도 그런 거 아니야? 손 펴봐라고 하며 부모님의 손을 확인하고 다섯 손가락씩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내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불행한 일이 우리의 가족을 비껴나갔다는 생각에, 안심 후에는 장난이었다. 내손가락 2개를 접고 손가락이 3개인 척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먹었다. 밥을 먹다말고 냉랭해진 분위기에서 부모님은 눈짓을 주고 받은 후 나를 안방으로 불렀다. 아차싶었지만 이번에도 웃으며 잘못했다고 하면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부모님께서는 날 아주 크게 혼내셨다. 네가 뭔데 그 아이의 상황을 장난치는 소재로 사용하냐며 날 혼내셨는데 난 네가 뭔데란 말이 충격이었다. 당연히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던가? 나만의 왕국에서 주인공 노릇을 하며 지내던 날들의 끝이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난 전처럼 그 애를 대하는 게 편하고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그 애가 장애를 갖고 있어서가 아닌 그저 날 감싸고 있던 세상을 깨뜨리는데 그 애도 일조한 것 같아서, 우린 전처럼 친하게는 지내지 못했고 난 다른 친구와, 그 애는 또 다른 친구와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친구였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제멋대로인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준 것 같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안정되고 평온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삶을 바꿔준 것처럼 그 애는 나의 이기적이고 무지한 삶을 더 성장시켜 주었다.

나는 내가 모든 일에 참견할 권리가 있고 마음대로 재단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가 있는 이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것은, 자기만족이며 오지랖이라는 것을 몰랐다. 단지 내 주변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내가 되고 싶고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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