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4) 책과 인연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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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4) 책과 인연 쌓기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06.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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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순창여중 교장)

지난 5, 팔덕면에 작은 도서관이 개관되어 기분이 참 좋다. 내 고향이어서 더욱 기쁘다. 국가와 지역의 문화 수준은 책을 읽는 문화와 함께 간다. 인류 역사는 수많은 혁명으로 진보와 반동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혁명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진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책을 만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순창군이 동계구림쌍치에 이어 인구 1500명도 안 되는 팔덕면에 도서관을 개관하고, 2022년까지 모든 면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한다. 커다란 진보다. 작은 도서관은 순창군민들이 책과의 인연을 키워준다. 나아가 수준 높은 문화공동체로 가는데 실핏줄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자가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대 초 팔덕초 도서관을 통해서다. 팔덕 출신인 전라북도 부지사가 당시에 최고시설 갖춘 도서관을 건립해주었다. 도서관을 개관하는 날 천명 이상의 면민이 모였다. 운동장에서 농악놀이를 하고, 음식을 나누던 잔치가 눈에 선하다. 도서관에서 플란더스의 개, 소공녀, 이순신과 원효 등의 위인전, 007시리즈가 나오는 어린이 신문 등을 만났다. 독서에 대한 정서적 체험의 바탕이 되었다. 중학교 때는 아버지가 이장이어서 배달되는 새농민월간지와 옆집 누나가 본 샘터잡지를 자주 읽었다. 친구들과 순창읍 골목 만화방에서 빌린 무협지로 날을 새기도 했다. 무협지도 살아가는데 교훈을 준다. 고등학교에서는 역사 선생님이 책과 인연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선생님은 연세가 많으시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근무하셨던 분이었다. 학생들이 할아버지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셨다. 수업 끝에 요놈들 나중에 커서 직장생활 하면 월급에 5%는 반드시 책을 사서 봐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졸업하기 얼마 전 복도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대학 가면 도서관에 좋은 책들이 많으니 날마다 도서관에 꼭 가야 한다고 당부하신 모습도 생생하다. 매달 읽지도 않는 책을 너무 많이 산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다. 마음이 가는 분들에게 책을 사서 보내고, 서점과 도서관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됨은 역사 선생님 덕분이다.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에 야학교사를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로 방황과 고민 많았던 대학 시절에 자주 보았던 책은 뿌리깊은 나무이다. 70년대 중후반에 나온 월간지이므로 전주 시내 모든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사서 읽었다. 역사와 철학, 그리고 종교에 대한 눈이 생기면서 관련 책들을 읽고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80년대 말부터 교사 생활을 하면서 책은 독서 소모임에서 읽고, 교육개혁과 연결하여 많은 토론을 하였다. 지금도 참여하고 있는 학습과 실천의 문제로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모임은 성찰 능력과 살아가는 힘을 준다. 50대 후반부터는 동서양 역사와 철학, 그리고 예술 등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통사적인 책을 자주 찾게 된다. 모든 학문과 사상은 통시성과 공시성의 산물임을 보는 기쁨이 크다.

6월은 순창여중 전교생이 책과 인연 만들기 달이다. 책마루 도서실에서 점심시간에 15분 이상 책 읽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6월 말에 횟수에 따라 다양하고 푸짐한 상품도 준다. 사서 선생님이 다년간 아이들의 독서 경향을 파악하면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책과 친해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늦어도 8월부터는 교실 4개 크기의 별도 다목적실을 도서관으로 재구성하는 대규모 공사를 시작한다. 46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인쇄매체영상매체전자매체 관련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도서관 내부를 복층으로 재구성한다. 열람실과 휴식공간, 스터디룸, 독서 후 수업 활동 공간 등이 확보된다. 2022학년도부터 순창여중 아이들은 책과 인연을 더 넓고 깊게 쌓아 갈 수 있다. 책은 아이들의 삶을 진일보시켜 준다. 교육자는 아이들이 책과 인연을 쌓아가도록 전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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