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효순ㆍ미선, 촛불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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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 효순ㆍ미선, 촛불을 기억합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1.06.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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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 또 유월이 왔구나 /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 우리 갈 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 다시 그날이 왔구나”
(2016년 신효순ㆍ심미선 13주기 추모제에서 신경림 시인이 낭송한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ㆍ심미선 19기 추모제’가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에 조성된 효순미선평화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진기사를 보며, 그때 순창에서 들었던 촛불을 기억합니다.


2002년 6월 13일, 열네살 중학생 신효순ㆍ심미선 양은 주한미군 2사단의 궤도차량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이 억울한 죽음은 당시 온 나라에 가득했던 월드컵 열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미군의 불성실한 태도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들끓었습니다. 


2002년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촛불 추모제’는 시민 주도 평화로운 촛불집회의 태동이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참석하는 촛불문화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선ㆍ동아 등 보수언론은 14살 중학생의 비참한 죽음을 ‘교통사고’ 수준으로 깎아내렸습니다. ‘한미군사동맹 50주년’ 등 한미동맹 관계를 앞세우며, 반미 감정의 확산을 막는 틀거리로 진실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이 든 촛불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대회가 끝나고, 미군 병사들이 무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촛불집회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성난 촛불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와 소파(SOFA) 개정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2002년을 시작으로 2004년, 2008년, 그리고 2016년. 현대사의 굵직한 고비마다 시민들의 촛불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저에게 광장과 촛불집회는 불평등에 저항하고 희망을 말하고 모든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해방의 공간이었고 그때의 기억이 이후 제 삶의 모든 선택에도 참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쩌면 미 2사단 앞에서 달걀을 던지고, 있는 힘껏 구호를 외쳤던 그 날이 제 인생을 바꾼 결정적 하루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우리 스스로 돌봄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경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세상을 망치는 건 무책임한 어른들이고,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건 언제나 청소년들이라는 생각도 교복을 입고 촛불을 들었던 그때와 변함이 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늬들이 민주주의를 아느냐'고 했던 교장 선생님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2002년 효순ㆍ미순의 죽음에 분연히 촛불을 든 의정부여고생이 2016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개근상’을 받고 쓴 글을 보며, 순창군농민회와 교직원ㆍ사회보험ㆍ공무원ㆍ농협ㆍ대상청정원 노동조합 동지들과 ‘순창민주연대’을 결성하고 촛불을 들었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2002년 ‘효순ㆍ미선’을 위해 치켜든 촛불은 2004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에서 의결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의안에 맞서 ‘탄핵무효ㆍ부패척결’ 촛불집회로 이어졌습니다. 2008년 광우병 미국소(미친소) 수입반대 촛불집회는 ‘촛불소녀’로 상징되는 10대 여중ㆍ여고생들이 대세였습니다. 2016년 10월 29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외치며 서울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어 강물처럼 불어난 촛불은 마침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2019년, 그 촛불 정부에서 ‘조국수호’ㆍ‘조국퇴진’ 맞불 집회가 열리고, 광장을 뒤덮은 시민들의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기회 평등ㆍ과정 공정ㆍ결과 정의’ 약속은 깨졌습니다. ‘조국과 윤석열 사태’를 겪고 ‘공정’이 다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중심가치로 되돌아왔으나, ‘공정한 세상’을 위해 또 촛불을 들어야 할지 부릅뜨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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