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공정 앞서 불평등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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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 공정 앞서 불평등 척결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1.06.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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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전 검찰총장도, (나이가 적어) 아직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는 젊은 야당 대표도 입 열면 공정을 앞세운다. “미국과 같은 정글의 경쟁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은 보수파의 시각으로 시험과 같은 경쟁의 결과가 지위를 결정하는 능력주의에 기초한 절차와 형식의 공정이다.” 그의 주장대로 누구나 교육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세상은 가능할까? 형편과 처지가 제각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사이에 경쟁이 정말로 공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로 입증되었다. 부모 형편이나 가정환경이 크게 다른데 아이들의 노력과 실력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할당제를 반대하는 경쟁 지상주의와 시험에만 기초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의 세습과 기회의 격차를 강화하여 공동체를 위한 실질적 공정을 해칠 수 있다. 게다가 스스로 잘나고 노력해서 성공했다는 능력주의 신화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것이다. 평등 없는 공정은 공허할 뿐이다.

(고시시험) 단 한 번으로 평생의 계급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조달지원할 수 없는 부모는 괴롭다. 공교육 부족을 사교육으로 채우며 물심양면의 희생을 치른 부모와 자녀가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현실은 정글 속 약육강식과 다르지 않다. 무제한 경쟁에서 성공(?)한 소수 가운데 일부분은 실패한 이들의 상처와 모욕을 당연시하며 비수를 꽂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승리할 수 없는 다수가 시험 능력주의에 동의하는 것은 왜일까? 시험을 넘어 일상의 노동과 삶에서 노력하고 공헌한 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 지쳐 사회적 질서 변화에 대한 희망이 없고, 공정을 되뇔 뿐 공정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정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정(公正)공평하고 올바름인데, 공정성 영역을 능력주의에 완전히 내어주면 평등과 정의라는 영역은 밀릴 수밖에 없다. 불공정한 삶까지 정당화하는 무한경쟁체제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관계와 조건에서의 공정성과 반차별주의에 기반한 공정성을 세워야 한다. 청년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과 계약직 노동자로 안정적인 수입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정치는 몇십만원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세입자는 내버려 두고 9억원 넘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월 10만원도 안되는 보유세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소득이 낮은 201인가구 청년이 주거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정책을 개선하는 일보다, 상위 4%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정치권을 보며 분노하지 않을 청년이 있을까?

산업사회에서 공정의 문제와 ()평등의 문제는 다르다. 특출한 능력이나 의지를 타고난 사람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이웃과 함께 삶을 즐기며 큰 탈 없이 살다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 사회의 주된 동력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의 소박한 삶과 꿈을 지켜내는 것이 민주적 사회주의 전통에서 지키려 했던 평등의 가치.

아무리 출발점과 경기장을 반듯이 골랐다며 공정을 표방해도 절반이 넘는 사람은 그 경기장 밖에 있다. “가장 숫자가 많고 가장 불리한 위치에 처한사람들은 아예 그 경기장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다. 쥐꼬리만 한 불안정한 수입에 눌려 인생 계획 자체를 놓아버린 젊은이, 일터에서 일하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노동자, 절반 아래 등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평등이다.

상위 4%만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정은 어떤 색을 띤 형체일까? 욕망을 부추기기보다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빛이 있을까?

공정을 강조했지만,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주는 데 실패한 이 정부에서 일한 검찰총장, 감사원장, 경제부총리 등이 내년 대통령 선거의 야권 후보를 오르내린다. 여야 막론하고 여러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의 공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공정이 필요하고 바람직한지는 모두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협소한 시험’(기회)의 공정을 넘어 기득권을 깨고 평등과 함께 가는 공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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