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10)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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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10) 소소한 행복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07.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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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 (길거리책방주인장)

행복한 청소부(모니카 페트 저/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풀빛)는 푸른 제복을 입고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코, 동그란 눈을 한,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청소부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행복한 청소부? ‘행복청소부’, 왠지 안 어울리는 이 조합은 뭐지? 우리에게 청소부는 더럽고 하찮은 일을 하는 존재, 그러니 가난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행복한 청소부라니왜 행복한 청소부일까? 청소하다가 돈 가방이라도 주웠나? 로또라도 당첨되었나? 청소하는 일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서 행복하다고? 에이, 그건 너무 범생이다운 답안이다. 나는 청소하는 일이 제일 싫고 귀찮은데 말이다.

 

이 아저씨는 날마다 길거리 표지판을 닦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듣고, 표지판에 새겨진 주인공(음악가나 작가의 이름을 따서 거리이름을 지었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이름을 적어놓고 그들의 작품(문학과 음악)을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으로, 신문으로, 음반으로, 음악회장으로, 도서관으로.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이제 아저씨는 베토벤의 달빛소나타를 흥얼거리고, 괴테의 한 구절을 읊조리며,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주위에 모여들고, 점점 유명해진다. 마침내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에 이른다.

 

이때 여러분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청소부가 교수가 되다니, 얼마나 좋은 신분상승의 기회인가? 하지만 아저씨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제안을 거절한다. 왜 그랬을까? 혹시 교수가 자신이 없었나? 아저씨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을 가졌기에 대학교수도 부럽지 않았다.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청소부 아저씨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수가 되었다면 또 하나의 성공신화가 되었을 것이다. 청소부 아저씨는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기쁨과 가치를 알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특히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이 말이 놀랍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의 행복이란 무슨 일이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행복했던 순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하고 놀 때’,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 때,’ ‘맛난 거 먹을 때라고 하지 않을까?

나에게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시원한 그늘에 자리 깔고 누워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소설책 읽을 때라고 말하곤 했다. 가족휴가를 가도 아이들은 아빠랑 물에 들어가 놀고, 나는 누워서 독서삼매경, 그것이 나에게 진정한 힐링이고 휴식이었다. 바쁜 도시의 일상을 접고 순창에 내려와 도서관이 어디 있나 살피고, 도서관 특강이며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직업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온전히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삶, 그것이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던 아이, 책방을 열었고, 책방에 손님이 있건 없건 금요일마다 책방에 나와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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