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5) '눈물바람'
상태바
발바닥 교육(5) '눈물바람'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07.07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삼 교장(순창여자중학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한없이 쏟아질 때 눈물바람이라고 말한다.

6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이다. 동네에서 시집간 새댁이 친정에 와서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말할 때 친정엄마의 눈물바람. 험한 모습으로 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날마다 서럽고 아픈 세월을 사는 아래 동네 친구분의 눈물바람.

눈물바람은 한없이 미안하고, 속상하고, 안쓰럽고, 미래에 대한 걱정의 감정이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톺아볼 줄 알면 철이 든다는 말이 있다. 1학기를 보내며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울어주던 분들이 눈에 밟힌다.

어려서부터 많이 아파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친구들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1학년 아이가 있다. 담임교사도 걱정이 많아 날마다 학급에서 아이들과 관계를 살피고 1학년 담임들과 자주 협의했다. 5월에 지역에서 아는 분을 통해 학생 어머니의 걱정과 어려움을 듣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퇴근길에 직접 근무하는 사무실로 찾아가서 50분 정도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가정생활과 학교생활, 아픈 내력 그리고 현재 어머니의 심정을 들었다. 20분 이상 눈물바람이었다.

교장 선생님, 딸도 이제 커서 내 눈치를 보고 저도 딸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함께 전문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루 종일 불안하고, 귀가하는 딸을 보면 그냥 눈물만 납니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학교와 저를 믿어 주세요.”

이 말 밖에 못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몸과 마음이 아픈 딸을 보면서 살아온 어머니의 세월이 서럽고, 앞으로 살아갈 모녀의 힘든 삶이 그려져 퇴근길 내내 힘들었다. 슬픔도 살아가는 힘임을 모녀가 세월 속에서 터득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

6월 말에 연수 때문에 3일간 출장을 다녀와 교무실에서 보내온 결석 학생 쪽지를 보았다. 1학년 학생이 가정사로 결석이 지속되고 있었다. 고향 옆집 아저씨 손녀딸이어서 평상시 눈여겨보고 있는 아이였다. 50년 이상 한동네에서 우리집과 가장 많이 돕고 살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산소를 관리해주고 계신다. 큰아들이 원래 부산에 살면서 외항선을 탔는데 몸이 아파서 순창읍으로 작년에 이사를 왔다. 순창여중에 큰딸, 초등학교에 쌍둥이 딸이 다니고 있었다. 결석 이유를 알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고향 어르신에게 전화해보라고 한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애기가 학교를 며칠 계속 안 나오고 있어서요.

울기만 하신다. 한참 후에 우리 손녀딸들 불쌍해서 어쩐 다냐, 우리 큰아들이 저세상으로 갔어"라고 말씀하신다. 

몸이 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다시 배를 탔는데 병이 재발하여 비행기로 3개 나라를 거쳐서 귀국하여 중환자실에서 5일 정도 있다가 운명했단다.

해양고등학교 나와서 배만 타다가 죽은 아들도 불쌍하지만, 엄마 옆에서 울고 있는 손녀딸들이 눈에 밟혀 계속 눈물만 나고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르신은 60년대 해병대로 군대 생활을 하고, 너무도 가난한 가정을 온몸으로 일궈낸 강인한 분이다. 그런 분이 전화 통화로 펑펑 우시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막막하고 눈물이 났다.

필자 때문에 어머니도 눈물바람의 세월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뭔지 모르는 불안과 방황으로 한 달반 정도 절에 가 있었다. 동생들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큰아들 읽어버렸다고 날마다 눈물바람이었고, 아버지는 묵묵히 속만 태우고 계셨다. 절에서 돌아와 순창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니고 졸업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전주에서 자취할 때 어머니가 반찬을 챙겨놓고 자취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아들 담배까지 사놓고 가셨다. 아들 얼굴 한번 보고 싶은데 전주 남부시장에서 야학한다고 오지를 않으니, 눈물로 순창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셨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한 세월이었다. 어머니의 눈물바람으로 철이 들었다.

교과 지식으로만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울어주는 분들의 한없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기 길을 찾아 나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