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 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은 보는 이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몇 년 전, 일본열도를 감동시킨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100세 할머니가 쓴 시다.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마련한 100만엔으로 첫 시집 <약해지지마>을 출판했더니 무려 100만부가 팔려 초고령사회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해 주었고, 또한 대한해협을 건너와 한국과 미국인에게도 조용한 이웃처럼 말을 걸고 있습니다.
이 시의 소재는 생활과 자연과 동심입니다. 나이 들면 동심으로 누구나 돌아가기 때문에 이 시 쓰기가 가능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내 주변, 이웃, 자연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동심의 마음으로 느끼는 대로 쓰면 됩니다. 그냥 편지 쓰듯 길게 쓰시고 그 글을 짧은 단어별로 짧게 나누어 띄어 쓰면 시가 됩니다.
아무튼, 시바타도요 할머니는 세계 최초로 99세에 시인으로 데뷔한 분인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도 동심 속에서 하늘빛 같은 좋은 시를 써 보시도록 권합니다.
□시바타도요(shibata toyo)(1911-2013)
일본 도치기 출생. 99세에 시인으로 데뷔한 세계 최고령시인. 저서로는 〈약해지지마〉 외 6종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