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 운북 단풍마을 의료봉사
상태바
구림 운북 단풍마을 의료봉사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7.21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째 찾아온 의료봉사단
▲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의료봉사단 장여구 단장이 주민에게 지원 물품을 증정하고 있다.

“어머니, 체온 재고 인적사항부터 적을게요.”
“손 씻는 법, 이제 모두 알고 계시죠?”
“마스크는 어떻게 착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지난 17일 오후 1시, 구림면 운북리 단풍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즐거운 소동이 벌어졌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ㆍ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단원들이 웃음으로 단풍마을 주민들을 맞이했다. 주민들은 익숙한 듯 천막 안에 놓인 의자를 하나씩 꿰찼다.

▲ 주민 한 명 한 명 맞춤 상담을 통해 의료진을 지정한다.
▲ 주민 한 명 한 명 맞춤 상담을 통해 의료진을 지정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2021 농촌재능나눔 의료단체 활동지원사업’이 진행되는 날. 현장에서 만난 장여구 의료봉사단장은 “올해로 4년째 순창군 단풍마을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강철환(84) 노인회장은 “해마다 의료진들이 오셔서 우리 주민들에게 의료 상담과 진료 같은 걸 정확하게 잘 해주시고 가신다”며 “다른 마을은 모르겠지만 우리 마을에는 참으로 고마우신 의사 선생님들과 봉사 학생들”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섭 이장은 “의료봉사단이 오지 마을만 찾아다닌다고 그러는데, 어느 날 우리 마을에 연락이 왔다”면서 “코로나였는데 작년에도 빠지지 않고 오셨고 올해로 꼬박 4년째 우리 마을을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 구림면 운북리 단풍마을 주민들이 봉사단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 구림면 운북리 단풍마을 주민들이 봉사단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의료진으로 참여한 김충효 교수는 “오늘 봉사 의료진은 외과, 치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안과 이렇게 다섯 과에서 상담과 검진, 치료를 나왔고, 저는 순창에는 이번에 처음 왔다”며 “봉사단은 의료진하고 봉사 활동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료봉사를 받은 단풍마을 주민은 95세부터 60대까지 스무 명 남짓이었다. 


한쪽 팔목에 파란색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띠를 두른 성귀복(88) 어르신은 “코로나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모이는 건 정말 오래간 만이라서 참 좋다”며 “의사 선생님께서 치료도 해 주시고, 이렇게 매번 여러 가지 지원품도 주고 가시니까,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서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귀띔했다.


의료봉사단은 “전북 순창군 구림면 주민들을 위한 생활 물품 지원” 행사를 열고, 어르신 한 명 한 명에게 물품을 전달했다. 

▲ 무더위와 코로나 속에서도 의료봉사단과 주민들은 밝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눴다.

장여구 단장은 “전국의 농촌 오지 마을 위주로 1년에 몇 차례씩 봉사활동을 다니는데, 다른 마을은 해마다 바뀌지만, 순창 이곳 마을만 4년째 빠지지 않고 오게 됐다”면서 “제가 알기로는 단풍마을이 순창군에서는 오지에 속해서 그런지 마을 어르신들이 4년 전에 저희가 간식으로 먹으려고 가져왔던 컵라면을 처음 드셔보셨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는 ‘성산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세웠다. 장기려 박사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들었다.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환자들도 돈 걱정 없이 치료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한 권으로 끝내는 교과서 위인》(2005.12.30. 조영경, 백정현)에는 장기려 박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장기려 박사)는 수술비가 없는 환자를 위해 자신의 돈으로 수술을 해주고, 그나마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밤에 몰래 환자를 탈출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평생 자기 집 한 채 가지지 못하고 병원 옥상 사택에서 살다가 1995년 추운 겨울날 새벽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여구 단장은 장기려 박사의 손자로 할아버지의 뜻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장여구 단장은 봉사활동을 총괄하느라 분주했다. 장 단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그림 설명을 활용한 《119가 올 때까지 생명을 살리는 응급처치 구해줘요! 119》 책자를 소개했다.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몇 배는 더 중요합니다. 평상시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위급상황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 단장은 “4년 째 방문하다 보니 어르신들 건강상태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검진과 치료도 중요한 봉사활동이지만, 의료진과 봉사단원이 어르신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나누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도 지원해 드리면서 정을 나누는 게 훨씬 더 큰 봉사활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림(95)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의사 선생님들하고 어린 학생들이 나와서 즐겁게 대화를 해주니 정말 좋다”면서 “마을 주민들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선생님과 학생들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단풍마을 마을회관은 야트막한 산 중턱에 있다. 인사를 나누고 마을회관에서 내려오다 뒤돌아본 봉사 현장은 주민과 봉사단원이 피워내는 웃음꽃으로 환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