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말고 창을 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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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말고 창을 던지라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9.28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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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의 일이다. 한 때 몸담았던 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먼저 간 선배의 추모식에서 다른 선배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깡패도 집에서는 좋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지요. 누구나 치열하게 살지만 그 치열함이 항상 올바르진 않아요. 또 올바른 치열함이라 해도 무엇을 위한 올바름이냐는 또 다른 문제지요. 어떤 사색이 필요할까요.”

얼마 전 경찰이 또 군청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에 문득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수사대상은 고위 공무원들로 나름 30여년을 공직에 몸바쳐온 사람이었다. 지방공무원의 꽃이라는 사무관 직에 오르고자 그들은 어떤 치열한 노력을 펼쳤을까.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 치열함에서 올바름이 결여된 흔적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왔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또 양심이다.

그 선배는 덧붙여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기자가 원한 답은 아니지만 치열함과 옳음, 혹은 목적의 사이를 구분지은 그 말은 군정주요사업장 실태조사를 다니는 내내 기자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과 서류상으로 올바른 것, 그리고 둘 다 올바르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것 모두 보았고 그래서 더욱 고민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사람, 옳음이 수단에 묻힌 누군가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 또한 목적성이 결여되거나 삐뚤어졌을 때는 폭군이 된다. 누군가의 고민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서 이를 풀어내지 않거나 못하는 기자의 그 자세는 과연 폭군에 가까운 것일까.

이런 상황에 어느 누구는 아예 줄타기를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적당히 비겁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논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통하고 있으니 얼핏 일리도 있다. 물론 그것이 사회를 좀 먹는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말이다. 순창이라는 지역에서 살아온 1년 두 달을 돌아보면 실제 원칙과 인정 사이를 오가는 외줄타기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반듯하기를 원하나 인정에 기댄 반듯함은 이제 거부하려 한다. 이제 인정 말고 창을 던지라. 본디 사람의 행위를 풀어내는 본연의 역할에 기자가 얼마나 올바르게 충실했는지 독자 혹은 대중의 판단을 받을 때가 된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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