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25) 장수왕② 79년 동안 동북아 호령한 최장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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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25) 장수왕② 79년 동안 동북아 호령한 최장수 군주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8.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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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던 장수왕에게는 아직 남진정책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시작은 신라였다. 광개토대왕에 의해 속국으로 전락한 신라에는 고구려군이 주둔해 있었다. 고구려는 417(장수왕 6)년 신라 왕위계승분쟁에 개입해 눌지 마립간(왕)을 옹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440(장수왕 29)년 신라가 국내에 주둔하던 고구려군을 몰살시키고 독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독립한 신라는 백제와 나제동맹을 맺고 고구려와 대립했다. 아버지 광개토대왕이었으면 당장에 요절을 냈겠지만,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의 장수왕은 사건이 발생하고 10여 년이 지나서야 신라 변경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백제도 가만히만 있지 않았다. 469년 8월 백제가 고구려 남쪽 국경을 공격했다. 백제 아신왕이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전투를 치른 이후 거의 70여 년 만에 이루어진 백제의 고구려 공격이었다. 게다가 472년에는 북위(北魏)에 국서를 보내 함께 고구려를 공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남조 송과 대치하고 있던 북위로서는 고구려를 적대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북위는 고구려 눈치를 보며 침공은커녕 오히려 이 사실을 고구려에 알려주었다. 


70여 년 만의 군사행동도 참기 어려운데, 북위를 자극해 고구려를 공격하려 한 개로왕의 시도를 장수왕으로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승려 도림(道琳)을 첩자로 보내 백제 내정을 정탐했다. 
도림은 바둑으로 개로왕의 환심을 사고 개로왕에게 무리한 토목공사를 일으키게 사주해 백제의 국력을 소모시켰다. 물밑작업을 마친 장수왕은 475년, 81세 노령임에도 친히 3만 병력을 이끌고 백제를 공격했다. 


당시 백제 도성은 북성(北城)과 남성(南城)이 있었다. 오늘날 송파구 일대에 남아있는 백제시대 성곽 유적으로 보아 풍납토성이 북성이고, 몽촌토성이 남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풍납토성, 즉 북성은 평상시 거주성이고, 몽촌토성인 남성은 피난성과 왕궁성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고구려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개로왕은 남성으로 피신했다. 고구려군은 먼저 북성을 공략해 7일 만에 함락시킨 후 남성을 공격했다. 개로왕은 남성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탈출을 시도했으나 고구려군에게 사로잡힌다. 


개로왕은 재증걸루(再曾桀婁)와 고이만년(古爾萬年)이라는 고구려 장수에게 포로가 되었다. 이들은 고구려로 망명한 백제 장수로서, 개로왕을 아차성으로 끌고 가 처형했다. 고구려군은 백제 백성 8000명을 포로로 잡고 귀환했다. 한성 백제시대는 이렇게 종말을 고했다. 
공격보다 수성에 능했던 장수왕은 부왕인 광개토왕처럼 화려한 정복군주는 아니었다. 그러나 고구려 영토는 더욱 확장되었고, 나라는 부강해졌다. 장수왕 말기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요하(遼河), 동쪽으로는 북간도 혼춘(琿春), 북쪽으로는 개원(開原), 남쪽으로는 아산만ㆍ남양만에서 죽령에 이르는 넓은 판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인구도 약 2세기 전에 비해 3배로 늘어나는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다. 


장수왕은 491년에 사망했다. 연호는 건흥(建興). 이때 나이 98세, 무려 79년 2개월의 재위기간이었다. 아마 세계 최장 재위 기록일 것이다. 아들인 조다(助多)는 이미 사망했고, 손자 문자명왕(文咨明王)이 뒤를 이었다. 장수왕의 사망 소식을 들은 북위 효문제(孝文帝)는 흰 위모관(委貌冠)과 베 심의(深衣)를 입은 채 동쪽 교외에서 애도식을 거행하며, 한 세기 가깝게 동북아시아를 호령한 거인(巨人)을 기렸다. 


장수왕의 무덤에 대해서는 고구려 옛 수도였던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있는 장군총(將軍塚)이라는 견해와, 평양시 역포구역 용산리에 위치한 진파리고분군의 전동명왕릉(傳東明王陵)이라는 견해, 그리고 평안남도 평성시 경신리에 위치한 경신리1호분(전 한왕묘)이라는 견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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