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6)김원영 유등 금판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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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6)김원영 유등 금판마을 이장
  • 장성일ㆍ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8.18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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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귀농귀촌인에게 제공하면 좋겠어요”
2015년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사업성과
마을주민 자발적 거리두기ㆍ코로나극복

유등 금판마을회관 앞 넓은 공터는 때깔 좋은 빠~알간 고추의 차지였다. 공터 옆 건물에서는 고추를 건조해 포대 별로 포장해서 배송을 준비 중이었다. 따가운 햇볕에 고추를 말리고 포장하는 풍경은 고즈넉한 시골 농촌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3일 오후 회관에서 김원영(61) 이장을 만났다. 김 이장은 “충북 괴산이 고향인데, 32년 전에 아내를 따라 처가가 있는 순창에 정착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이장은 처음 이장을 맡은 지 16~17년 정도 됐다. 그 뒤로 딱 한 번 2년을 건너뛰고 계속 이장을 맡고 있다. 

“우리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그래도 꽤 있는데 다들 바쁘니까 이장을 못 한다고, 이장을 맡을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계속 하다 보니 사오십 대를 지나고 저도 어느덧 60대가 되었네요. 하하하.” 

김 이장은 “아내를 따라와서 살기 좋은 순창에서 자녀 둘을 낳고 키웠다”면서 “2년 터울의 남매는 옥천초등학교, 순창중학교, 제일고등학교, 전남대학교까지 동문인데, 둘 다 잘 커 줘서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큰딸(32)은 전남 영암군청에서 일하고, 작은아들(30)은 순창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무 가구, 26명 주민 가족처럼 살아가

김 이장은 논농사 30마지기를 지으며 고추농사와 닭을 키우며 생활한다. 아내는 학교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 이장은 “아내가 방학 때는 고추도 함께 따면서 농사지어서 아이들 키웠다”면서 “농사짓고 가족이 먹고 사는 데는 별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금판마을에 실제 거주하는 건 스무 가구 정도, 26명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동네가 작다보니까 일손 구하는 게 힘들죠. 품앗이할 만한 사람도 없고, 거의 다 혼자 (농사) 하죠. 부지런히 움직이고 기계로 하니까 힘들어도 혼자서 하는 거죠. 우리 마을은 1인 가구가 많죠, 주로 할머니들이시죠.”

마을 자랑을 요청하자, 김 이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답을 했다. 

“우리 마을이야 사람들이 좋고, 서로 협동하면서 헐뜯거나 하는 사람이 없고. 소일거리는 서로 도와주려고 하고. 주민 분들께서 코로나도 있고 하니까,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안 모이세요. 지금도 마을회관을 개방했는데 아예 안 들어오시고, 차라리 모정, 나무 그늘이 좋다고 거기로 나가시더라고요.”

도시에서의 코로나는 사람들 사이의 삭막한 풍경을 보여준다. 금판마을은 도시와는 사뭇 다르게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  

“옛날에 ‘천렵’이라고 하죠. 해마다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아예 안 모이시니까 안 하죠. 마을 주민 이선형씨가 키우는 돼지를 한 마리 낸다고 그래도, 어르신들이 싫다고 그래요. 다른 부락 같은 경우는 백신접종 마친 어르신들이 마스크 쓰고 회관 출입을 한다는데, 우리 마을은 모여서 잘못되면 괜히 동네 이미지 안 좋아진다고 모이지 말자고, 안 모이는 게 이익이라고 그러세요. 주민 분들께서 서로를 생각하시는 게 다른 마을하고는 달라요.”

금판마을의 거리두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켜가고 있다. 김 이장이 “어르신들에게 마을회관에 오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도 듣지 않는다.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주 습관이 돼 버렸어요. 인자. 마스크 쓰는 것도 그렇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대형 선풍기 틀어놓고 모정에 좀 있다가 해 떨어질 무렵이면 집에 들어가시죠. 일상이 그래요. 일상이. 팔십, 구십 되신 분들을 보면 정정하시기는 해도 코로나 때문에 참 안타까워요.”

 

“이장이 젊으니까 심부름을 많이 하죠”

마을회관 공터 바로 앞에는 빈집이 자리하고 있다. 집 주변을 살펴보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김 이장은 마을의 빈 집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마을에 빈 집이 몇 채 있어요.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부모님이 살다가 돌아가신 집을 내 놓질 않아요. 가끔씩 고향에 내려와서 산소 다녀오고 그럴 때 사용할 거라는데, 잘 안 내려오더라고요. 전부 다 폐허가 돼 버리는 거예요. 제 생각 같아서는 그런 빈집을 귀농하는 사람들한테 주면 집도 관리가 될 것이고, 인구도 늘어서 좋을 텐데 돈 몇 푼 되느냐고 안 파세요. 그러면 집을 부수고 터만 가지고 계시라고 해도, 집을 부술 때 자부담이 좀 든다고 그것도 안 하세요. 회관 앞의 이 빈집도 마을 환경을 생각하면 골칫덩이죠.”

김 이장은 “시골의 집은 비워놓으면 금방 망가진다”면서 “세를 놓든 집을 빌려주든 허물고 터만 가지고 계시든 하면 좋은데 자식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설명을 드려도 잘 안 들으신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을을 다녀보면 예순 한 살 이장은 정말 젊은 축에 낀다. 젊은 이장의 일상은 단순하다. 다섯 시쯤 농사 지러 나가고, 8시쯤 밥 먹고, 오후 4시쯤 다시 일 나가고, 이장으로서 면에 일 있으면 일보러 다녀오고. 모정에 어른신들 음료수하고 과일을 좀 가져다 드린다. 해가 지면 어르신들 안부도 확인하고. 

“그래도 이장이 젊으니까 심부름을 많이 하죠. 뭐 사다 달라거나, 뭐 좀 부쳐달라거나 하면 심부름을 다니죠. 또, 차가 없으신 어르신들이 어디 좀 가자고 하시면 태워다 드리고, 다른 마을 이장님들도 다 그렇게 할 거예요. 지금은 마을택시가 있어서 차가 없는 어르신들에게 유등면사무소와 순창읍, 의료원까지 갈 수 있는 택시승차권을 한 달에 1인당 9장에서 10장씩 드리니까 유용하게 사용하시죠.”

한 번도 마을주민 싸우는 모습 본 적 없어

김 이장은 유등면이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첫 2년은 추천을 받아서 단독으로 선출됐고, 올해는 2명이 출마해서 경선을 거쳐 당선됐다. 김 이장은 회장으로서 유등면 전체 사업에도 신경을 쓰면서, 금판마을을 위해서 도로 포장 등의 마을개선사업을 많이 했다.

실제로 유등면 금판마을은 김 이장이 이장을 하고 있을 때인 지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색깔 있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100% 에너지자립 썬-시티(Sun-Sity) 마을로 조성했다. 약 6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태양광을 설치하고 에너지효율화 개ㆍ보수, 빈집정비, 노후주택지붕과 담장 개량, 이중창문 설치, 마을진입로정비, 감나무식재, 주민쉼터 등을 개선했다. 

김 이장은 “이선형 씨가 단장을 맡아서 마을사업을 따 왔다”며 “이중창문으로 하니까 방음, 단열도 잘되고, 지붕개량하니까 깨끗하고 좋다”고 웃었다. 

마을회관 앞에 서면,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다. 군 소재지가 가까우면서도 외딴곳에 위치한 탓에 금판마을은 동네 주민의 협동심이 강하다. 김 이장은 마을 자랑으로 말을 맺었다.

“이장하고 회장하니까 청첩장 이런 게 엄청 오잖아요. 어쩔 땐 이장수당보다 더 많이 나가요. 하하하. 우리 마을은 작은 동네라서 한 식구같이 지내고 참 아늑하고 좋아요. 여기 살면서 한 번도 생전 싸우거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우리 마을 주민들은 정말이지 협동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씨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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