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26) 고구려 안장왕, 백제 미녀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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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26) 고구려 안장왕, 백제 미녀와 사랑에 빠지다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8.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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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왕(安臧王ㆍ?~531년, 재위 519~531년)은 고구려 제22대 국왕이다. 제21대 문자명왕의 장남이자 태자로 519년에 문자명왕이 죽자 왕위에 올랐다. 휘는 흥안(興安)이다. 《구당서》와 《일본서기》에는 흥안왕으로 나온다. 

흔히 고구려 전성기를 언급할 때 ‘광개토대왕-장수왕-문자명왕’ 시기까지를 언급하는데, 안장왕 치세까지 고구려 전성기가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장왕은 백제를 공격해 두 차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 아버지 문자명왕 때 백제 무령왕에게 잃은 한강유역을 되찾고, 북위가 차지하고 있던 용성(옛 북연의 수도)을 급습해 요서를 차지했다. 

안장왕은 태자 시절 정보 수집 차 백제에 들어갔을 때 만난 한주(韓珠)라는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는 《해상잡록》에 실렸다는 두 사람의 국경을 넘은 사랑 이야기를 《조선상고사》에 기록해 놓았다.

안장왕은 태자 시절 상인 행장을 하고 개백(皆伯ㆍ현재 경기 고양시 행주)으로 염탐을 갔다가 자신의 행색을 수상히 여기고 뒤쫓는 백제 군사들에게 발각돼 달아나게 되었다. 다급한 나머지 어느 큰 저택 담장을 훌쩍 넘어 몰래 숨었는데, 그 집이 바로 그 지방 큰 부자인 한(韓)씨 저택이었다.

한(韓)씨 딸 주(珠ㆍ우리말로 하면 ‘구슬아씨’였을 것이다)는 절세미인이었다. 안장왕은 한주를 보고는 첫 눈에 반했다. 두 사람은 몰래 정을 통하고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다. 그는 은밀히 한주에게 “나는 고구려 태자입니다. 귀국하면 대군을 거느리고 와서 이 땅을 취하고 그대를 맞이할 것이오”라고 말하고는 도망해 귀국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개백 태수가 한주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는 그녀를 첩실로 맞이하려 했다. 한주는 마음에 둔 남자가 있다면서 죽기를 결심하고 거절했다. 태수는 한주를 옥에 가두어 사형시키겠다고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감언으로 꾀려고 했다. 

안장왕이 왕으로 등극한 후 한주가 갇혀있다는 사실을 탐지해 알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여러 장수에게 조서를 내려 명했다. “개백현을 회복해 한주를 구해내는 자가 있으면 천금의 상금과 만호후(萬戶侯)의 관작을 상으로 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지원하는 자가 없었다.

안장왕에게는 안학(安鶴)이라는 누이동생이 있었는데,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이때 장군 을밀(乙密)이 왕에게 말했다. “천금의 상금과 만후의 관작은 다 신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신의 소원은 안학과 결혼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허락해 주신다면 신 또한 대왕의 소원대로 한씨 미녀를 찾아 올리겠나이다.”

왕이 을밀의 청을 허락했고, 을밀은 수군 5000명을 거느리고 떠났다. 개백에 다다른 을밀은 정예 20명을 뽑아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개백 태수가 잔치를 벌이며 한주를 꾀려다가 실패하고, 그녀를 죽이려는 찰나 을밀과 정예병들은 잔치에 난입해 태수와 빈객들을 죽이고 고구려병 10만이 나타났다고 외쳤다. 성내는 크게 동요했고, 안장왕이 대군을 몰고 남진하니 한강 일대 각 성읍들이 항복했다. 

안장왕이 핍박 받던 한씨 미녀를 구하고 약속을 지켜낸다는 내용은 조선시대에 와서 남원 땅 성춘향과 이몽룡의 살ㅇ이야기인 《춘향전》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양시에 있는 행주산성 주변은 고구려시대 왕봉현(王逢縣)이란 행정구역이었다. ‘왕을 만난 곳’이라는 뜻이다. 《삼국사기》지리지에는 “한씨 미녀가 안장왕을 만난 곳이므로 왕봉(王逢)이라고 이름하였다.” 또 달을성현(達乙省縣) 이름에는 이런 기사가 덧붙여져 있다. “한씨 미녀가 높은 산마루에서 봉화를 피워 안장왕을 맞이한 곳이므로, 후에 고봉(高烽)이라고 이름하였다.” 

안장왕은 후사가 없어서 동생 안원왕(安原王)이 왕위를 이었는데, 《일본서기》에는 시해 당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안장왕 사후 보위에 오르는 안원왕 시기부터 고구려는 극심한 왕위 계승 분쟁이 일어나고 국력이 쇠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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