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피가 뜨거운 순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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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피가 뜨거운 순창’을 꿈꾼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9.0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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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순창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로당 운영 보조금부당사용과 착복 의혹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알게 된 사실은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경북 ○○시에서도, 전남 ○○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기사로 문제를 제기한 건,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장수마을 순창, 부모님 고향 순창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라는 순수한 의도에서였다.

지난 422순창군 전체 경로당 보조금 전수조사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KBS전북뉴스에서도 428일 다뤘다.

현재 군청은 전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별 감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모른다. 군내 전체 372개 경로당 별 경로당 운영 보조금 사용 내역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기사에서 군내 65세 경로당 회원 통계를 인용했다.

“2020년 기준, 군내 372개 경로당 운영 보조금은 168900여만원에 달했다. 지난 5년 동안 8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노인 복지에 쓰였다. 경로당 회원은 65세 이상이다. 군이 발간한 2021년도 군정홍보 책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순창군의 65세 이상은 군 전체인구의 34퍼센트인 9455명이다. 수치상으로 경로당 보조금은 1인당 178635원씩 지원된다. 전기료, 난방비 등 비용을 빼면 얼마 안 돌아가는 금액이기는 하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한 주민의 목소리는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어르신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몇몇 운영진이 편을 가르고 자기들 배만 채워서 문제가 불거진 거예요.”

나는 이제 7개월 차 새내기 순창군민이다. 어쩌다 보니 신출내기 군민이 군내 어르신들의 보조금 문제를 건드렸다. 기사를 쓰려고 취재를 하면서도 이 문제를 보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창군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사를 보도하고 추가 취재해 군민들에게 기사로 또 한 번 알리는 이유는 순창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겁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투명한 군정, 다른 지자체보다 살기 좋은 순창을 바라는 순수한 의도에서다.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순창을 위해서 확 바뀌진 않더라도 순창이 조금씩 더 나아진다면 좋겠다. 순창군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경로당 운영 보조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제도와 대안을 마련해서 전국적인 모범을 만들었으면 한다.

경로당 뉴스를 접한 후 군청 관계자는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던 내가 무척 불편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2권을 보면 주인공 강태가 이런 말을 한다.

오래오래 비루한 행복에 빌붙어 사느니 피가 우는 대로 살아볼 생각이다.”

문제가 잘 마무리되면 순창은 조금 더 나은 고장이 될 것을 믿는다. 신출내기 군민은 비루한 순창보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피가 뜨거운 순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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