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8) 강귀영 풍산 상촌마을 이장
상태바
이장님(8) 강귀영 풍산 상촌마을 이장
  • 장성일ㆍ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9.08 14: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레기 좀 잘 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강귀영 풍산 상촌마을 이장은 주민들이 “일 잘하는 젊디젊은 청년이장”으로 부른다.
강귀영 풍산 상촌마을 이장은 주민들이 “일 잘하는 젊디젊은 청년이장”으로 부른다.

 

1984년생, 38. 풍산 상촌마을 강귀영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면 일 잘하는 젊디젊은 청년이장이다. 지난 2일 마을회관에서 만난 강 이장은 젊은 이장이라는 표현에 해맑게 웃었다.

지금도 저보다 젊은 이장님이 안 나타나더라고요. 이게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하하하.”

이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강 이장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장은 스물아홉 살 때 맡았죠. 사실, 처음엔 전임 이장님이 건강이 안 좋으셔서 저보고 어차피 저도 마을에서 농사짓고 있으니까 남은 6개월 임기만 잠깐 봐달라고 맡기신 거예요. 임기가 끝나고 다른 분을 추천하려 했는데, 주민들께서 2년만 더 해 보라는 거예요. 나중에는 이장 할 사람이 없으니까 한 번만 더 해라고 하신 게 벌써 9년째네요.”

 

29살 때 이장하라고 맡겨

강 이장은 소 키우고, 딸기 재배하고, 벼 농사짓는 농업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농촌에서는 청년 농업인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순창군 역시 311개 마을에서 청년 이장은 만나보기 어려운 존재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 이장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상촌마을을 떠났다가 돌아오게 된 건 아버지의 건강 악화와 군 입대 시기가 맞물리면서였다.

군대 가려고 휴학했는데.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농어민후계자를 신청했죠. 당시에 농어민후계자가 돼 농사지으면 군대가 면제됐어요. 정부에서 군 면제시켜주고, 저리로 융자도 해 주고, 사업지원도 해 줬어요. 2010년까지 군복무 대신 농사지으면서 진짜 농업인이 된 거죠. 농어민후계자 군 면제 제도는 지금도 한국농수산대학을 가면 그런 혜택이 있을 거예요.”

농촌 아이들이 그랬듯 강 이장도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모 심고 하면서 부모님 농사를 도와드렸다. 이십대 중반 혈기 왕성할 나이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4~5년 됐다.

아버지가 일찍 결혼하시고 마을에서 기계로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까 할아버지께서 트랙터 한 대를 사 주셨어요. 대한민국에서 4번째로 나온 동양트랙터 3840’이라고 지금도 잊어 먹질 않아요. 하하하. 그 기계가 제 나이랑 비슷하거든요. 그 기계가 돈 많이 먹었어요. 고치고 수리하느라. 아무튼 그 때 아버지도 젊으셨으니까 기계를 사 가지고 벼도 훑어 주고 마을 농사 다 해 주셨죠.”

강 이장은 현재 논 180마지기(한 마지기 200) 정도 농사짓는다. 강 이장은 농사도 아버지 몫이 있고, 제 몫이 있으니까 나눠서 한다일손이 부족하면 마을 분들에게 품삯 드리면서 도와 달라고 요청 드린다며 말을 이었다.

상촌 마을이 원래 농사짓는 게 아니고 농촌일손 품앗이 같은 걸 많이 하셨어요. 나이 드신 분들이 돈을 많이 버셨어요. 농촌에서는 품앗이 인건비가 올라가면 기계 값(기계로 일을 해 주는 값)도 같이 올라가요. 다른 마을에서 인건비를 많이 받아도 상촌마을 인건비는 저렴한 편이에요. 마을에서 인건비와 기계 값을 연동시켜서 합의한 거죠. 내가 조금 덜 받더라도 기계 값이 안 비싸면 서로 좋은 거니까. 어찌 보면 쉽지 않은 건데 진짜 품앗이죠.”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이장

강 이장에게 논 180마지기, 36000평 농사는 어느 정도 규모일까. 강 이장을 잘 안다는 한 주민은 젊은 이장이 농사짓느라 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귀띔했다. 강 이장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대농 하려면 250~300마지기는 해야죠. 저도 조금 짓는 건 아닌데 젊고 의욕이 넘쳐서 그런지 저로서는 조금 짓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 300마지기 정도는 지어 줘야 기계 값도 타산이 맞아요. 기계가 비싸거든요. 기계는 무조건 5년 이상 써야 해요. 5년부터 수입이 생기는 게 기계거든요. 농촌 사람들이 기계 값은 빼고 돈 버는 걸로 계산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상촌마을의 등록된 세대수는 68세대다. 남자가 77, 여자가 60명으로 137명이 거주한다. 70~ 80대가 60%정도 되고, 아이들 포함해서 젊은 층이 40% 가량을 차지한다.

강 이장은 제가 농사짓기 시작했을 때 마을 분들이 이제 거의 80대가 되셨다면서 인자 10년이 지나면 90대가 되시는데, 앞으로 저희 마을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귀농귀촌 하는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요청했다.

다행히 우리 마을에 귀농하시는 분들이 좀 계세요. 돈이 많이 있어서 오신 분들은 아니고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도 있고, 쉬러 오신 분들도 있어요. 대체로 같이 잘 어울리시는데, 저한테 안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전화번호도 몰라요. 함께 인사 나누고 지내시면 좋겠어요.”

대화를 나누는 도중 마을 주민 한 분이 회간으로 들어오셨다. ‘어떤 이장인지 한 말씀 해 달라고 묻자 이장님? 일 하나 못 혀라며 웃었다. 주민은 강 이장을 바라보며 이장 계속 혀라고 못을 박았다. 예고 없는 주민의 갑작스런 방문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회관에서 자연스레 볼 일을 마친 주민은 이장님? 문단속 잘 혀고 가라며 무심히 회관을 나섰다.

어르신들과 소통이 잘되는 것 같다고 강 이장을 바라보자, 그는 주민들께서 윗집 아랫집 정말 사이좋게 지내시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게 정말 좋은 마을이라고 밝게 웃었다.

제가 열정은 있지만, 농사짓고 먹고 사느라 저도 바빠서 마을에 잘 못 해 드린 것 같아요. 이장 그만하고 싶은데, 그래도 어르신들이 저한테 잘한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이죠.”

강귀영 이장은 “마을에서 제일 해결 안 되는 게 쓰레기 문제”라며 “주민들께서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귀영 이장은 “마을에서 제일 해결 안 되는 게 쓰레기 문제”라며 “주민들께서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농촌도 충분히 살만 하다

상촌마을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는 커다란 남근석이 표지석으로 세워져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남근석 앞에 선 강 이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 남근석은 저리 다리 하천공사 하다가 묻혀 있던 걸 팠는데, ‘마을에 남자들 바람 피지 말라고 묻어 놓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엄청 어렸을 때라, 30년 됐을 거예요. 하하하.”

강 이장과의 대화는 유쾌했다. 젊은 혈기가 대화 내내 뿜어져 나왔다. 그는 회관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바라보며 마을 주민들에게 조심스럽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제일 해결 안 되는 게 쓰레기 문제예요. 회관 앞에 영농폐비닐집하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장판 넣어 놓지, 아무 쓰레기나 던져 놓지. 그 때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80만원이 들었어요. 별 수 없어서 폐비닐집하장을 뜯어버렸죠. 근데 영농폐비닐은 계속 많이 나오잖아요. 비닐 모아놓았더니 또 쓰레기를 버려요. 마을 돈이 드니까 안 버리셔야 되는데, 안 나아지더라고요.”

강 이장은 면에 지원 사업 신청했는데, 선정되면 시시티브이(CCTV) 설치해서 쓰레기 버리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며 주민들께서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젊은 이장은 의욕이 넘쳤다. 강 이장은 도시의 젊은이에게 상촌마을 이장의 자부심이 담긴 당당한 목소리로 농촌도 충분히 살만 하다며 말을 맺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 전까지는 자기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자리를 잡으면 마음대로 시간 조정이 가능해요. 직장생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데 지금이 좋죠. 마음이 편하니까. 언제고 쉴 수 있고. ‘도시에 일자리가 없다는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니까 문제죠. 농촌도 충분히 살만 하거든요.”

 

안녕하세요? 이장님!  열린순창안녕하세요? 이장님!’ 기획을 연속 보도합니다. 우리 마을 이장을 추천해 주세요. 만나 뵈러 달려가겠습니다. 이장 추천 전화 652-32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승호 2021-09-12 20:15:41
장 기자님 수고 많으십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