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한가위,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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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 한가위, 건강하십시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1.09.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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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었으니 / 한가위 날이 멀지 않았소 / 추석이 되면 / 나는 반드시 /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 / 그렇게도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 순하디 순하던 어머니 / 요절한 조카 영준이! / 지금 천국에서 / 기도하시겠지요. (천상병의 시 한가위 날이 온다)

낮에는 아직 더위를 느끼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함을 느끼는 철이 되었습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에 눈이 부셔 내려보면 여름내 푸르던 잎도 갖가지 빛깔로 물드는 황혼빛이 보입니다.

탐스러운 열매를 거두는 계절에 자리 잡은 명절 한가위가 낼모레입니다. 추석은 애써 기른 벼를 거둬 햅쌀을 빚고 여러 가지 맏물을 거두어 차례를 올리는 날입니다. 감염병(코로나19) 때문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렵지만, 때 되면 채우고 익는 온갖 맛있는 것이 가득한 풍성한 한가위 되기 바랍니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고 합니다. 음력 5월에는 농사를 짓느라 힘들지만, 8월에는 모든 것이 넉넉해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고 기원하는 배경입니다. “크다를 뜻하는 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쳐진 이름 한가위처럼 모두 많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적 감염병은 올해도 민족의 대이동을 막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은 가족까지 자유롭게 모일 수 없게 합니다. 아쉽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크게 번질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에 함께 차례 지내는 일까지 참아야 하지만 마음마저 멀어지지 않도록 응원의 인사말을 건네며 서로 위로해야겠습니다.

추석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존재하는 전통 명절입니다. 농경 사회뿐 아니라 수렵 채집사회에서도 비슷한 의례가 있었답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잠시 일손을 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나누며 즐겁게 지내며 서로 감사하는 의미를 지닌 명절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밤새 송편을 빚는 추석과 중국 중추절, 일본 오봉절이나 칠면조를 통째로 구워 식탁에 올리는 추수감사절, 독일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 등은 대동소이합니다.

생산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함께 즐기려고 들이는 노동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온종일 요리에 매달려 도무지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을 가득 차리는 것도 같습니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둘러앉은 식탁에 오른 음식들이 눈에 선합니다. 윤기 자르르한 송편, 하얀빛 진한 토란국, 생선갈비고기 산적잡채호박전명태전고기()식혜온갖 나물에 상다리가 휘어집니다.

식탁 옆에 내려놓은 여러 가지 한과와 제철 과일까지 추석에 먹다 남은 음식, 설까지 간다는 흰소리가 신소리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추석은 풍요로움을 자축하고 소비의 기쁨을 누리며 늘 한가위만 같기바라는 명절 중의 명절입니다.

명절은 베풀고 나누는 날입니다. 조선시대 추석에는 나라에서 큰 연회를 베풀었답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잔치를 열고, 은전을 나누어 주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풍습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관과 민간단체기업, 독지가들이 나서 어려운 이웃과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이들을 위문합니다.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음식을 얻어 먹는다는 속담은 우리의 전통입니다.

추석을 지내려고 이동하던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멈췄습니다. 오랜만에 모여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즐길 수 없습니다. 가족친지가 공동체 유대감을 다지는 일을 또 미뤄야 합니다. 혈육과 조상을 찾고, 정을 나누고 싶은 강렬한 마음은 귀성귀경 교통지옥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세계적 감염병에는 손을 들었습니다. 더구나 가족공동체의 파편화로 간소해진 요즘 추석은 그냥 휴일 연휴가 된듯합니다.

그러나 추석의 진짜 의미를 잊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천상병 시인이 노래한 한가위 날,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아주 어린 시절, 어머니가 포도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내고 입으로 먹여주던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족 친지 이웃과 넉넉한 인심을 나누며, 둥근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건강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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