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장날, 방앗간에 ‘고소함’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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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둔 장날, 방앗간에 ‘고소함’ 가득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9.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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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이 들기름보다 조금 더 나와요”
“코로나로 내려오지 말라고 하는데…”
기름을 짜기 위해 방앗간 앞에서 대기 중인 주민들
기름을 짜기 위해 방앗간 앞에서 대기 중인 주민들

 

우리? 일곱 시 차로 왔어. 120분 차로 못 가면 택시비 달라고 했어.”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11일 순창읍 장날 오전 10시 무렵 한 방앗간 앞에서 만난 주민의 말이다. 오전 일곱 시 군내 버스로 인계 소마마을에서 장에 나왔다는 주민 셋은 오랜 기다림도 즐거운 듯 웃었다.

우리 모두 한 말씩 (기름). (기자 : 언제까지 기다리셔야 해요?) 몰라, 여태 기다렸응께 (주인한테) 120분 버스 못 타면 택시비 줘야 혀, 했어. ‘알았다고 하데. 하하하.”

방앗간 안에 손수레와 가방이 기름을 짤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방앗간 안에 손수레와 가방이 기름을 짤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참기름, 한 말에 열한두 병 나와요

방앗간 앞에는 기름을 짜려는 주민들이 긴 줄을 이었다. 방앗간 안에는 사람 대신 작은 손수레와 보따리가 줄을 섰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가방과 보따리들은 제 각각 방앗간 바닥을 한 자리씩 차지했다.

방앗간은 추석을 앞둔 장날답게 눈코 뜰 새 없었다. ‘기름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질문에 주인장은 속사포로 답했다.

한 되에 한 병 정도 나와요. 참기름이 들기름보다 조금 더 나오니까, 참기름은 한 말에 열한두 병 나와요,”

주인장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깨 볶으랴 계산하랴 분주했다.

어머님, 참깨가 한 말, 들깨는 몇 되 볶았어요?” “닷 되.”

장터에는 방앗간 세 곳이 나란히 자리했다. 방앗간 주변으로 뿌연 연기가 피워 올랐다. ‘깨 볶는 고소함이 사방으로 퍼졌다.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기름이 나오길 기다리는 주민들의 표정에는 누구 하나 지루한 기색이 없었다. ‘언제부터 이 방앗간을 이용했느냐고 한 주민에게 물었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문 열었을 때부터 단골이야. 여기 각시(주인)가 참 잘 해줘. 친절하고 싹싹해.”

기름 짜서 뭐 하시려고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 주민은 타박하듯 웃었다.

뭘 하긴 뭘 해. 아이들도 주고, 함께 나눠 먹어야제. 하하하.”

방앗간 주인 딸 서유진(23) 씨는 “17년도에 대학 가느라 순창을 떠났다가, 엄마 일손 도와드리려 잠깐 내려왔다면서 지금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 준비하고 있는데, 명절에는 바쁘니까 공부는 잠시 미루고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밝게 말했다.

 

코로나 추석, 기대감과 아쉬움 교차

박지안(5)ㆍ박시율(2) 자녀 둘을 데리고 광주에서 장 나들이 온 부부.
박지안(5)ㆍ박시율(2) 자녀 둘을 데리고 광주에서 장 나들이 온 부부.

장터 곳곳에서는 손님과 주인이 주고받는 가격 흥정으로 소란스러웠다.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들은 대화를 하면서도 계산하느라 손놀림을 바삐 움직였다.

오백 원짜리 없으면 52000원만 줘.”

박지안(5)박시율(2) 자녀 둘을 데리고 나온 부부는 추석을 앞두고 광주에서 장 나들이를 왔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신기해한다면서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터에 생동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장을 보는 한 부부가 눈에 띄었다. 풍산 대가리에서 장을 보러 왔다는 부부는 코로나가 생기는 바람에, 그래도 추석을 앞둔 장날인데 사람이 예전만 못 하다면서 명절 장날이면 어깨를 부딪치느라 장터를 걸어가기도 힘들었는데, 장날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부부는 오늘은 뭐가 있나 살펴보고 기름 조금 짜고, 진짜 추석 준비는 다음 장날(16)에 하려고 한다자녀가 넷인데, 번갈아 가면서 하루씩 왔다 갈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몇몇 주민에게 추석 때 자녀들 오느냐고 똑같은 질문을 수차례 했다.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올랑가 몰라. 나라에서 코로나로 오지 말라고 허니께. 그래도 별 수 있는감? 음식은 준비해야제.”

코로나로 맞이하는 두 번째 추석을 앞둔 장날, 장터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정은 사뭇 복잡해 보였다. ‘자식들에게 맛있는 음식 먹일 기대감이번에도 못 오나하는 짙은 아쉬움이 엇갈렸다.

인계 소마마을에서 일곱 시 군내버스로 장에 나왔다는 주민들
인계 소마마을에서 일곱 시 군내버스로 장에 나왔다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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