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강소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강소천(1915-1963) 아동문학가, 함남고원 출생
바람과 햇살과 나
시바타 도요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고만 고집부리고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권태웅(1918-1951) 시인, 독립운동가, 충북충주 출생
뛰어드세요. 시의 바다에!
얼마 전 제가 본지에 실었던 ‘시바타도요’의 시를 읽으시고 시와 관심 있으신 독자들께서 문의도 하시고 서신도 주셨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시라는 것은 인생을 말하는 글입니다. 한자의 풀이대로 ‘時’는 절에서 스님이 말씀하시는 경문입니다. 예술가를 칭할 때 소설가, 음악가, 화가로 부르지만 시를 쓰는 사람은 사람 ‘인(人)’ 써서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학, 법률, 경제, 과학 등을 초월해 살면서 쓰는 글이 시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시인을 말하기를 ‘철없는 7살 아이 같다’고 말합니다. 그 아이 같은 마음이 가장 맑은 천심 같은 것인데 그 천심의 마음으로 쓰는 글이 시입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아이로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했다가 80~90 나이가 들면서 다시 아이로 돌아갑니다.
시바타도요 시인도 100세의 아이가 되어 자신에게 물어보고 대답해 쓴 것이 모두 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어르신들은 시의 바다에 계십니다.
지금 나누시는 말과 사투리가 바로 시입니다. 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아주 유치한 말과 생각들이 뛰고 있는 시의 맥박입니다. 지금이라도 군소리처럼 길게 쓰신 글을 생선토막 내시듯 나누시면 시가 되오니 한번 써 보시기 바랍니다.
장수의 고장이 시를 써서 더 오래 사는 시인의 고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