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1) 주방보조부터 매니저, 사장까지 다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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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1) 주방보조부터 매니저, 사장까지 다 해봤다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0.06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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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의 맛 탐구(1)

나는 2021614일 순창군민이 되었다. 사연이 길다.

6년 전, 일하고 있는 식당에서 매니저를 알게 되었다. 그 매니저는 면접 볼 때 내 경력사항에 공학박사학위, 대기업 재직, 벤처 창업 등의 경력이 있음을 알고 왜 식당일을 하는지 궁금해 했다. 나는 지난 일이고 마음 정리가 된 상태라 허심탄회하게 과거 얘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매니저는 19살 때부터 음식점의 막내로 시작하여 20년을 외식업에 몸담은 전문가였다. 배움이 짧지만 맨손으로 바닥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경기도에서 상호만 말하면 대부분 아는 큰 매장의 총지배인까지 올라간 외식업계 실질적인 전문가였다. 그 당시 고향에 내려와 매니저로 일하는 중이었다.

공학박사대기업 경력의 요식업 초보

내가 이 매니저를 실질적인 전문가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장(오너)이나 지배인 같은 관리자 입장만이 아닌 흔히 보조(시다)라고 불렸던 종업원부터 홀써빙, 홀매니저, 주방보조, 주방실장, 밥모, 찬모의 입장에서 그들의 역할과 애로사항 같은 실무적인 것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사연과 애환까지 직접 느끼거나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음식점의 흥망성쇠까지 직접 겪었기에 그 내공은 보통이 아니었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이 매니저가 식당에서 모든 일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사장처럼 여겨졌다. 발생하는 모든 불편사항, 불만사항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음식에 이상이 있을 때 재빨리 원인을 찾아내며, 손님이 넘쳐날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등 식당의 모든 면에서 전문가였다. 24시간 영업하는 이 식당에서 야간 근무를 했던 나는 미숙한 데도 주방과 홀써빙을 병행했으나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다. 천안에 큰 음식점이 개업하는 데 본인이 추천해줄 테니 매니저로 일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외식업 방면에 경력이 일천한 나는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 매니저는 부족한 점은 다 알려주고 해결책을 줄 테니 한번 도전해보라고 계속 권했다.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단돈 50만원을 가지고 천안으로 갔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9개월 동안 오직 음식점 일만 생각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대처하기 어렵거나 모르는 점이 있으면 매니저에게 도움을 받으며 모든 정성을 가게에 쏟아 부었다. 이때가 살아오면서 정신과 육체 그리고 마음, 모든 것을 가장 집중한 때였다.

140평인 가게는 13000만원의 월매출을 올리는 음식점으로 성장했다. 주말 저녁 대기 순번이 30번을 넘어갈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많은 이들이 같이 일했지만 매니저인 내 손길이 안 스쳐간 곳이 없고, 모든 것을 내가 주도한 그런 가게였기 때문에 성취감은 컸으며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큰 성취감 뒤에는 그와 비례한 피로감이 있었다. 내 노력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가게를 보며 보람은 있었으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오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9개월이 지났지만 박봉인 내 월급은 그대로였다. 사장은 수고했고 고맙다는 공치사만 할 뿐이지 나에 대한 대우는 변함이 없었다.

나를 추천한 매니저는 이 상황을 보고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고 했으며, 나는 1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퇴사 신청을 했다. 그때서야 사장은 여러 가지 우대조건을 내세우며 계속 근무하기를 권했지만, 사장의 마음가짐을 이미 알아버린 나는 결국 퇴사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북 익산에서 개업했던 음식점. 공을 들인 만큼 내 예상대로 성장하기 시작해 상당한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지난해 10월 폐업을 해야 했다.
전북 익산에서 개업했던 음식점. 공을 들인 만큼 내 예상대로 성장하기 시작해 상당한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지난해 10월 폐업을 해야 했다.

 

음식점 개업 후 성황, 코로나19로 폐업

이후 다른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면서 부족한 주방 경험을 보완하며 지내고 있을 때, 큰 음식점을 비교적 좋은 가격에 인수할,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인수한 후,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겸손하고 착실히 개업을 준비했다. 새로 개업한 음식점은 내 예상대로 성장하기 시작해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발생한 수익을 더 나은 서비스와 직원복지에 재투자하며 평생 기업을 목표로 운영했다.

그러나 하늘은 다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규모가 컸던 내 사업장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며 8개월 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25일 공식폐업을 하고 나는 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개업은 있으나 성공적인 폐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개업과 폐업을 다 경험해보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자 어머니 고향인 순창으로 왔다.

순창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새벽에 잠이 깼는데, 그때 코에 스며드는 공기의 청정함에 감탄했으며, 일어나서 맛 본 강천산의 맛있는 물과 순창의 정갈한 음식에 반했다. 몇몇 순창 분들은 과장이라고 하시지만 절대 과장이 아님을 하룻밤이라도 묵어간 여행자와 귀농귀촌인에게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폐업의 여파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는 순창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전입신고를 바로 했다.

어머니 고향 순창에서 도전하다

지금 나는 순창에 와서 다시 재기하기 위해 두 가지 도전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순창군농촌종합지원센터의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분야는 장류소스를 이용한 요리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밀키트 판매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식당과 음식을 소개하는 일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 고장의 식당들을 방문하여 식당의 기원과 눈에 보이지 않은 노력, 밝힐 수 있는 영업비밀, 운영상 애로사항, 장사하면서 겪은 경험과 애환 등을 담아 지면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 담아 홍보할 예정이다.

신출내기 군민, ‘공학박사의 맛 탐구에 군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정명조 공학박사 객원기자
정명조 객원기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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