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황혼은 어떻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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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의 황혼은 어떻게 다가올까?
  • 공병린
  • 승인 2021.10.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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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린(동계 내룡)

중국 고서에 등장하는 강태공의 일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아내와의 이혼을 하게 되는 사연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강태공과 아내 마 씨의 황혼이혼

남편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살이 부서지고 뼈골이 빠지게 일을 하면서 50여년의 세월동안 강태공을 먹여살려온 아내 마 씨 할머니는 어느 날 일을 나가면서 혹시 비라도 오면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좀 거두어달라고 영감에게 부탁을 하고 일을 나간다. 그리고 마 씨의 일기예보는 적중을 해서 비가 많이 오게 된다.

영감이 콩을 잘 거두어 놨을 거라고 생각한 아내는 일을 마치고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 돌아와 보니 마당에 콩이 없는 것을 보고 영감이 거두어 놓은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영감에게 콩 거두어 놨냐고 물어보니 영감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강태공은 아내의 말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큰비가 와서 콩이 떠내려가는지도 모른 체 책만 읽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아내인 마 씨 할머니는 영감과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잘 살수 있을 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품고서 젊어서부터 쭈그렁 할머니가 되도록 남의 집 일을 해주고 얻어온 몇 개의 강냉이로 죽을 쑤어 먹으면서도 남편을 믿고서 살아 왔건만 이 할머니에게는 삶의 희망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강태공과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요즘에 유행되는 말로 황혼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마 씨 할머니가 집을 나서자 강태공은 조금 있으면 한나라의 재상이 될 터니 참은 김에 조그만 더 참아보자고 집을 나가는 할머니를 다독이지만 마 씨 할머니는 '당신이 재상이 되면 나는 왕이 된다' 라고 말을 하고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그 뒤 아내가 없는 쓸쓸한 집에서 며칠을 머문 강태공은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집을 떠나 유랑을 하면서 낚싯대를 강에 드리우고 다시 세월을 낚으면서 지내다가 어느 날 주나라의 서백을 만나면서 재상이 되어 금의환향을 하게 된다.

이때 쭈그렁이가 된 마 씨 할머니가 재상의 행차를 보고서 자기 옛 남편인 것을 알아보고 강태공에게 다가가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영감이 재상이 되었으니 이젠 밥 굶을 일이 없어 좋다고 하면서 강태공에게 같이 살자고 하지만 강태공은 물 한 그릇을 떠와서 땅바닥에 엎질러 놓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어 담아 오면 같이 살아주겠다고 말을 하고는 할망구를 내팽겨 치고 유유히 길을 떠난다. 한번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다는 복수불반분(覆水不反盆)’이란 고사(故事)가 이때 나오게 된다.

 

엎질러진 물, 주어 담을 수 없다

아내인 마 씨 할머니는 50년의 세월을 조강지처로서 어려움을 함께하고도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고 말았지만, 자신의 출세만 기다리면서 50여 년 동안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처자식이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데도 이를 외면한 강태공 역시 출세했다고 해서 결코 미화될 수가 없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가정을 꾸린 남자가 일은 안하고 나이 70이 되도록 책만 읽고 놀고먹었다는 것은 아내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고시공부를 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수십 년을 생고생을 하는 어떤 아내의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강태공이 돌아 온 아내를 냉정하게 내친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불하당(不下堂)이란 말이 있다. 콩 지게미와 겨로 밥을 지어먹으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아내를 출세했다고 해서 내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약 강태공이 마 씨 할머니를 깨끗하게 용서하고 화해를 했더라면 그의 출세와 함께 덕망이 세인들에게 회자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고,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은 어렵게 일구어온 사업이 실패해 모든 것을 잃어버릴까봐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이때 가장들은 가족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을 줄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렵게 되면 부부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서로 싸우고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온 세월을 내 팽겨 치고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황혼이혼은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견디다가 이혼을 하는 것으로 요즘 전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주나라가 약 기원전(BC) 1000년 전 시대이니 강태공은 3000년 전에 이혼을 한 사람으로서 황혼이혼의 선구자임엔 틀림없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옛말이 되었다. 여권이 신장된 작금의 시대에서 과거 가부장적인 언행을 했다가는 빈털터리로 쫓겨나기 십상인 게 요즘세상이다. 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상사에게 굽실거리면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살아온 남편들도 할말은 많다.

하지만 이혼만이 능사일까? 이혼보다는 졸혼(卒婚)을 하는 게 어떨지 생각해 본다. 졸혼이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가족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혼의 의무에서는 벗어나지만, 부부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과 별거와는 차이가 있지만 졸혼한 부부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데 의의가 있다. 졸혼은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사생활을 간섭받지 않고 여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신풍속적인 개념이다.

 

아름다운 황혼은 용서와 포용에서 온다

남의 허물이 커보일수록 자신의 허물도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주 추하게 늙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기적이고 고집만 세우면서 타협이 없으며 자기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이룬 업적을 스스로가 추락시키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고 홀로 외롭게 노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항상 겸손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아름다운 황혼은 용서와 포용에서 온다.

공병린(동계 내룡)
공병린(동계 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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