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한 끼 식사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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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 끼 식사의 희로애락
  • 구준회 독자
  • 승인 2021.10.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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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풍산 두지)

가끔 아이들에게 오늘 급식은 뭐였어?”라고 묻는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급식으로 나온 날은 무엇을 먹었는지 잘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이 나온 날은 잘 기억을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어떤 날은 급식으로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 먼저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날은 엄청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 날이다.

가끔 아이들의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다. 조리사선생님들과 영양교사선생님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맛있고 건강한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도 행복이지만, 학교선생님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큰 복지이다. 이제 밥 주지 않는 학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식은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급식실 종사자, 위험한 환경에 노출

한 때, 모정치인이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느냐.’고 발언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황당한 발언이고, 더더욱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말 이었고, 심지어 그 설화의 주인공이 현재 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것이 우리 사회 정치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 아닐까.

최근 학교 급식실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서 폐암 등 각종 암 발병률이 높다는 뉴스를 접한다. 열악한 공기 순환 시설과 조리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원인이라고 한다. 다행히 업무와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산업재해로 승인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암 발병 외에도 급식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재의 종류는, 넘어짐, 화상 등 다양하다.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위해서 밥을 짓는 조리노동자들이 이런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건강하려면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섯 살 유치원생도 알 일이다.

그나마 작은 학교의 급식실은 여건이 나은 편이다. 한 번에 수백 명이 먹어야할 음식을 준비하는 조리실의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일 듯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급식실 환경은 어떨까 싶어 지난주 코로나19 2차 백신 주사를 맞고 쉬는 날, 학교 급식실을 방문하여 영양교사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순창군 관내 학교 급식실의 환경은 좋은 편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문제는 반지하 또는 지하에 있는 급식실들이라고 한다. 급식실이 지하에 있는 것은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모든 급식실은 반드시 지상에 있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제정되었으면 좋겠다.

 

공공급식책임지는 센터설립 필요

누군가의 행복한 한 끼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하루 일과가 시작하기도 전인 이른 아침, 학교까지 급식재료를 배송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순창군의 경우 면 단위의 학교들은 학생 수가 적어 일반적인 식자재 유통을 하는 분들은 면 단위 학교 급식 입찰에 응하지 않는다. 그 분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공공의 영역에서 학교급식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많은 지자체들이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을 책임지는 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차제가 직영하기도 하고 민간단체에 위탁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급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읍에 있는 학교들과 면에 있는 학교들이 식자재 공급을 받는데 있어서 차별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최소한 아이들이 먹는 급식은 지자체가 책임진다는 책임성이 필요하다. ‘공공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은 무궁무진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나눠보고자 한다.

한 끼 식사를 차려내기 위한 과정의 가장 선행되어야 할 그것. 바로 농업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땅에서부터 생산된다. 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대며,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논에서,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농민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알아가는 것은 큰 교육이다. 먹거리 감수성을 길러주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교육과정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농업, 농촌, 식량을 하찮게 여기는 나라에는 반드시 식량안보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100대 국정과제, 먹거리정책 수립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에 푸드플랜(먹거리정책) 수립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번 정권의 임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국정과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고 안타깝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기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필연적으로 탄소를 발생시키는 농업에서 탄소제로농업으로 전환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선생님이 쓴 책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의 서론 중에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다라는 글귀가 오늘 내가 먹은 한 끼 식사에 담겨 있을 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구준회(풍산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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