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만천하/ 도처에 있는 훌륭한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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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만천하/ 도처에 있는 훌륭한 제자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1.10.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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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táo lǐ mǎn tiān xià)

복숭아 도, 오얏 리, 찰 만, 하늘 천, 아래 하

복숭아와 오얏 즉, 도리(桃李)는 양육한 후배나 제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수한 문하생이 도처에 있다는 말이다.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주재관으로 근무할 때 중국농업대학에서 나를 지도해주신 분은 조동환(趙冬煥) 교수였다. 학식이 뛰어나고 강의도 잘하는 교수로 정평이 났을 뿐만 아니라 넓은 인맥을 동원하여 제자들을 적재적소에 앉혀주는 열성적인 교수였다.

이 교수님의 정년퇴직에 맞춰 40여명의 석박사 제자들이 모였다. 중국공산당의 주요간부로서 정부 주요요직과 학계의 교수로 진출하고 있던 제자들이 모두 모여 성대한 만찬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제자들이 돌아가면서 덕담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덧 나의 차례가 되자 교수님이 일어나 직접 나를 소개하였다.

정문섭 박사는 나의 유일한 외국인 제자다. 대사관에서 농업간부로 일하고 있는데 곧 한국으로 돌아가니 여기 제자들과 자주 교류하여 양국 간 농업발전에 이바지하기 바란다.”

나도 의례적인 덕담과 함께 감사의 말을 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今天我看, 官界學界財界里有才能的幹部都是你推荐的, 真是桃李满天下啊(오늘 보니, 교수님이 유능한 제자들을 추천하여 모두 전국의 관계와 학계, 재계 도처에 자리 잡고 있군요)!”

맨 앞자리에 있던 현직 부성장(副省長)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일어나자 모두들 우레와 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나중에 그 교수님이 말했다.

자네가 어찌 그 성어를 알고 있었나? 교수들은 사실 사람들한테 그 말을 듣고 싶어 해, 그대가 적시에 그리 말하니 그날 만찬 분위기가 한껏 좋아졌다. 하하, 고맙다.”

 

중국 당나라의 명신 적인걸(狄仁傑 630~700)은 당 고종 때 대리승(大理丞, 최고의 재판관)이 되어 올바르게 재판하였다. 그 뒤 강남순무사(江南巡撫使)가 되어서 음란하거나 민심을 미혹하는 많은 사당을 없애고, 또 예주자사(豫州刺使)로 있을 때에는 무고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구제해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들었다.

그러나 내준신(來俊臣)의 모함으로 의해 투옥되었다가 지방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나중에 측천무후(則天武后, 당 고종의 비로 들어와 황후에 오르고 40여 년간 황제로서 통치함)가 그의 평판을 높이 사 재상으로 등용하였다. 그는 장간지(張柬之), 요승(姚乘) 등을 추천하여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았다.

어느 날, 측천무후가 상서랑(尙書郞)으로 합당한 인물을 추천하라고 명하자 서슴없이 아들 광사(光嗣)를 추천하였다. 그 아들이 일을 잘 처리하니 오히려 무후의 믿음을 사게 되었다.

이처럼 그가 추천한 인물들이 조정에서 실권을 장악하게 되자 주위의 대신들이 적인걸을 부러워하며 말하였다.

공이 추천한 유능한 대신들 모두가 조정 안 도처에 자리 잡고 있군요(朝廷里有才能的大臣都是你推荐的, 真是桃李满天下啊).”

나중에 무씨 일족의 전횡에 나라를 걱정한 적인걸이 임종 시에 장간지 등을 불러 뒷일을 부탁했다. 그가 죽은 지 5년 후에, 장간지 등이 측천무후가 병중인 틈을 타 퇴위시킨 후 중종을 복위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원래 이 성어는 자기 사람이 중요한 요소마다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비유한 것인데, 후일에는 우수한 제자나 후배를 많이 배출한 사람을 가리키게까지 되었다. 도리만문(桃李滿門), 만문도리(滿門桃李), 도리문전(桃李門前)도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을 맞아 세 분께 전화를 드렸다. 찾아뵙고 식사자리라도 마련해야 하지만 매번 바쁘니, 멀다느니 핑계를 대며 입 서비스만 하고 있어 죄송할 따름이다. ‘알아주는 놈이 되어라고 하신 4학년 한상배 선생님, 열정을 다하여 수학을 가르쳐 주신 오기주 선생님, 육사시험을 준비할 때 공부할 시간을 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한기식 선생님, 모두들 반가워하시며 전화라도 해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겸손하신 분들이다.

반면에 스승이랍시고 반장을 통해 반 아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선물을 챙긴 그 사람, 훈육이라며 무지막지하게 기합을 주고 마구 두드려 팬 그 사람도 떠오른다. 오늘날 이 대명천지에도 여학생을 추행하며, 제자를 노예처럼 혹사시키며 제자가 받아야 할 공금을 횡령하고, 심지어 제자 논문을 표절하고 출세한 제자를 내세워 청탁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스승들(?)이 있다.

덕망이 높고 학식이 뛰어난 스승, 그 아래에는 제자들이 구름같이 모이고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관계, 정계, 학계, 경제계 등 다방면에 걸쳐 두각을 나타낸다. 나라가 발전하고 공명정대한 사회가 되려면 이런 분들이 더 많이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다.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도록 말이다.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

중국농업대 박사

)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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