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초44회ㆍ옥천초4회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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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초44회ㆍ옥천초4회 "반갑다 친구야!"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1.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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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팔순잔치’ 열며 2년 만에 모여
▲앞에 앉은 5명 임종수 윤수경 양행자 공유순 엄승희 ▲2번째 줄 8명 김성수 권종수 임계강 김금자 최경희 권정애 선길규 서창옥 ▲3ㆍ4번째 줄 5명 권요택 권정주 신동우 신송자 신승비 ▲맨 뒤 5명 임주실 임옥자 신제우 김일성 김순금
▲앞에 앉은 5명 임종수 윤수경 양행자 공유순 엄승희 ▲2번째 줄 8명 김성수 권종수 임계강 김금자 최경희 권정애 선길규 서창옥 ▲3ㆍ4번째 줄 5명 권요택 권정주 신동우 신송자 신승비 ▲맨 뒤 5명 임주실 임옥자 신제우 김일성 김순금

 

정말 행복한 표정이다. 누구를 바라봐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강천산 단풍이 울긋불긋 흐드러지며 유혹했지만, 친구들 얼굴마다 피어오른 미소보다는 아름답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일요일 점심시간,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하나둘 강천산 입구 부근에 자리한 음식점 뜨란채에 모였다.

서울과 여수 등 각지에서 온 이들은 순창초등학교 44회 졸업생과 도실초등학교(현 옥천초등학교) 4회 졸업생으로 모두가 친구 사이다. 이들은 1949년에 초등학교 입학해 2학년 때 625 전쟁을 겪었다.

거리두기로 삼삼오오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잡은 동기생 23명이 선택한 음식은 오리백숙이었다. 커다란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자 친구들은 각자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3명이서 자리한 탁자에 슬쩍 자리를 꿰차고 얼마 만에 갖는 모임이냐고 여쭸다.

재작년에 모이고 2년 만에 만났제. 그 동안 통 못 봤제. 625 이후에 순창초등학교 2학년 때 분교해서 나간 학교를 도실국민학교라고 했어. 그 때 한 반에 60명씩 있었어. 과밀학교라고 분교를 한 거야. 순창 인구가 그 때 7만 명 있었는데, 순창초등학교 학생이 1300명 됐어. 순창에서 제일 컸제.”(권요택)

순창에서 20년 넘게 교사를 하고 전주 평화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교직을 마무리한 신동우 교장은 옆에 동기를 바라보며 이 양반이 동기회 회장을 장기집권하고 안 내려놓아요라고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엄승희 회장은 진지하게 웃으며(실제 가능한 표정!) 말을 가로챘다.

회장이요? 50년도 넘게 했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우리가 동창회를 하고 있은 게. 하하하.”

옆 탁자에서는 여자 동기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권요택 씨가 여자 동기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 분이 학교 다닐 때 남학생들의 우상이었어. 안 쳐다 본 남학생이 없었으니께. 지금도 여전하시지만. 하하하.”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친구들은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낀 채로 음식점 정자 앞으로 모였다. 한 분에게 친구들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여쭸더니, 전쟁 이야기부터 꺼냈다.

쌍치하고 복흥은 참말로 625 격전지였제. 그 때 학교 다니다 그만 둔 학생들이 많아서, 우리보다 나이가 네 살이나 많은데도 나중에 우리랑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도 있었제. 1942년생이 주로였지만 어린 동창이 1943년생, 많은 사람이 대개 1941년생이제.”

나는 지난 2008<오마이뉴스> 기자 자격으로 임종수 작곡가를 만나 대화하고 그는 아내에게 왜 하필 트로트를 바쳤을까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임종수 작곡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 284번지, 모두들 배고픈 시절에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정말 먹을 게 없었어. 굶주리는 막둥이 때문에 가슴 아파하시던 어머니나, 가진 것 하나 없는 나를 믿고 묵묵히 고향집으로 따라나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거야.”

배고팠던 어린 시절, 순창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됐을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모임은 친구끼리 서로 축하해 주는 팔순잔치.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로 모이진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친구끼리 회포를 풀고 오래 살면서 계속 보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임종수 작곡가가 작사ㆍ작곡하고 가수 나훈아가 부른 노래 '고향역'에는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라는 가사가 있다. 임종수 작곡가가 밝힌 이쁜이ㆍ곱분이 실제 주인공은 순창초등학교 동창 임주실(왼쪽)ㆍ윤수경이다.
임종수 작곡가가 작사ㆍ작곡하고 가수 나훈아가 부른 노래 '고향역'에는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라는 가사가 있다. 임종수 작곡가가 밝힌 이쁜이ㆍ곱분이 실제 주인공은 순창초등학교 동창 임주실(왼쪽)ㆍ윤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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