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인 둘이 동계 마을가게 ‘개미굴’을 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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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둘이 동계 마을가게 ‘개미굴’을 연 사연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1.02 1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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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덕분
‘개미집’은 작지만 카페, 문화 공간, 공부방, 작업실, 공동부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미굴’은 작지만 카페, 문화 공간, 공부방, 작업실, 공동부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계에 마을가게 개미굴이 신장개업했다. 귀촌인이 동계에 정착하여 마을가게를 열게 된 계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27일 주인 바라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요청에 의해 예명으로 적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귀촌한 이유가 궁금해서 젊을 때 이야기와 마을가게 설립 계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물었다. ‘이 들려준 삶의 전환점은 대학생 때였다.

사람마다 여러 고민을 하며 살겠지만 자본주의의 부속품이 되기 싫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사람이 사람다운 대안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하고 서울 달동네에 공부방(제도화 된 후 아동지원센터)에서 달동네 초고 학생들에게 대안교육을 하는 활동을 2년 반 정도 했어요.

군대를 다녀와서 서울 관악구 자활센터에서 6년 정도 일을 했죠. 이 활동을 하면서도 대안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저의 가슴 한 구석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던 활동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2019비전화 공방 서울에서 수행과정 3기를 다녔죠.”

비전화(非電化) 공방은 전기나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가치를 실천하고 제안하는 곳이다. 비전화공방 서울은 서울시가 일본 비전화 공방 설립자인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서울혁신파크에 유치한 해외 혁신사례 기관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참조)

‘흙건축연구소’와 함께 지인들과 직접 작업한 공간이다.
‘흙건축연구소’와 함께 지인들과 직접 작업한 공간이다.

 

비전화 공방 서울수행과정 3기에서 만나

바라3기 과정에서 만났다. 둘은 교육과정을 통해 대안 사회에 대한 접근법과 자급 기술(건축, 목공, 농사, 적정기술  등)을 습득했다. 이들은 과정의 지향점에 대해 자기 삶에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자급하여 자립하는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그렇게 살기 위해서 비슷한 동료들과 함께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들을 해결하며 같이 삶을 영위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은 본인의 채워지지 않던 부분을 결국 채울 수 있었던 깨달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전 20~30대의 삶이 가치지향에 갇혀있고 내 삶에 있어서의 행복, 아름다움, 내가 진정 바라는 삶,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의문 없이 살아왔음을 알았어요. 궁극적인 대안 활동의 지향은 다 같이 잘 살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내 삶에 그런 것들이 없었죠.

아름다움이라는 주제가 과거에는 없다는 감은 있었는데, 교육과정을 통해서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삶은 본인 스스로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나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이웃들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변화를 이뤄가는 일을 병행하고 싶어요.”

비전화 공방 사업은 2020년 되면서 종료됐다. ‘바라는 더 이상 공방 사업에 의지하지 않고, 동기들과 스스로 교육받았던 것들을 이어나가며 가치를 실천해가는 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20203월부터 지역을 탐방하며 주거지를 물색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착지는 같은 마을에 살며 공방에서 배웠던 생활형식을 실현하고, 동료들과 서로 돕고 살 수 있는 집과, 공방이나 목공, 대안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했다.

그 무렵 동계에 함께 나눠 쓰는 집(셰어하우스)이 있었고 근처에 흙건축연구소 살림'이라는 작업장도 있고 모두의 숲이라는 마을기업도 있는 곳을 최적지라고 판단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정착지로 선택한 동기였다.

안 쓰는 물건 등을 매매ㆍ교환하는 벼룩시장(플리마켓)
안 쓰는 물건 등을 매매ㆍ교환하는 벼룩시장(플리마켓)

개미굴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난해 7월 순창에 와서 한 달 간 적응기간을 거친 후 셰어하우스에 정착했다. 정착해서 첫 겨울은 모두의 숲을 정비하는 일을 도와주며 지냈다. 이후 순창의 매력에 빠져들다가 순창군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때마침 동계에 매장 임대가 나와서 현재 두 사람이 운영하게 됐다.

개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아직 모든 게 시작이겠지만, 나는 둘에게 앞으로 운영계획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경제적 성공이 일차적이진 않고, 유지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인 수준이 목표예요. 궁극적인 목표는 개미굴이라는 공간이 우리 지역에서 모임이나 가교 역할을 하여 동네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도움이 되고 잘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교육이나 기반이 부족한 농촌이지만 함께 잘 먹고 잘 놀고 나아가서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종적으로 우리와 이 공간이 과거 지역공동체, 농촌공동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인스타 같은 데 유명해지려면 인테리어가 호화스럽거나 아주 이쁘게 꾸며야 하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아서 초기 비용에 대한 위험을 우선순위로 해서 부족하지만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리고 할매커피(1500)처럼 동네 분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실 수 있는 메뉴도 준비했어요. 유지를 하려면 확실한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돈을 많이 들여서 괜찮은 가게를 꾸미고 싶지만, 본래의 취지가 아닌 것 같아서 동계면에 위치한 만큼 위화감을 주지 않으면서 우리들이 가진 자급 기술로 아기자기하게 한 땀 한 땀 꾸며나갈 예정이에요.”(바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웃으며 수줍게 대답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편하게 방문하시고, 근처에 오시면 부담 없이 오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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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히 2021-11-14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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