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초등학교 전교생은 동화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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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초등학교 전교생은 동화작가입니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1.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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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11년 째 매주 목요일 독서 지도
오는 9일 옥천골미술관에서 동화책 전시회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황예인(4), 심동민(4), 주하정(4), 정하랑(4), 한석희(3), 강윤성(4), 강동우(3) 학생과 이예인 교사. 괄호는 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황예인(4), 심동민(4), 주하정(4), 정하랑(4), 한석희(3), 강윤성(4), 강동우(3) 학생과 이예인 교사. 괄호는 학년.

 

풍산초등학교 전교생은 모두 동화작가. 학생들은 지난해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동화책을 한 권씩 펴냈다. 올해 또 다시 동화책 한 권씩을 더 만들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830분 풍산초등학교를 찾았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 6곳에서는 09시 수업 시작 종소리와 동시에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독서 지도 모임 회원 6명이 한 학년씩 맡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줬다. 독서 시간은 매주 목요일 15분가량으로 지난 2011년부터 꼬박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교직 26년 째 학부모 독서 모임 처음

풍산초 2학년 다섯 학생이 박재란 학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있다.
풍산초 2학년 다섯 학생이 박재란 학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있다.

 

2학년 교실에는 다섯 학생이 담요를 깔고 바닥에 앉아 학부모가 읽어주는 동화책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눈망울을 똘망똘망 빛냈다. 구연동화를 하는 학부모는 구성진 말투와 억양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6학년 교실에는 학부모의 손짓과 말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독서 시간에 앞서 교장실에서 만난 한정란 교감은 교직생활 26년째인데 올해 풍산초등학교에 와서 학부모님들이 자발적으로 꾸려 가시는 독서 모임을 처음 봤다면서 “(학생이) 졸업한 학부모님께서도 계속 참여하시고, 바쁘신 데도 매주 여섯 분씩 조를 구성해서 오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풍산초에서 근무한 지 4년 반 됐다는 이예인 3학년 담임교사는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께 별로 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한 주도 빠짐없이 여섯 분씩 꼬박꼬박 참여하고 계신다면서 아이들이 항상 독서읽기를 듣는 게 습관이 돼 있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15분은 정말 긴 시간인데 저학년 학생들도 15분 동안 집중해서 잘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이어 훈련이 잘 돼 있어 어디 행사 같은 데를 가서 애들아 이제 앉아. 얘기해 줄게하면 딱 집중하는 게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다르다면서 꾸준히 독서 지도한 효과가 참 좋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펴냈던 동화책.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펴냈던 동화책.

 

저는 풍산초 어린이 작가입니다.”

학교 도서관에는 작년에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펴낸 동화책이 진열돼 있었다. 가림이의 이야기, 저 행성으로, 나쁜 벌등의 동화작품에는 그림 강동우등 학생 이름이 쓰여 있다. 나쁜 벌을 쓰고 그린 심동민 학생의 소개의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저는 풍산초 3학년 어린이 작가 심동민입니다. 사람들이 착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나쁜 벌이 착해지는 내용입니다. 엄마와 착한 벌은 나쁜 벌이 착해지기를 바랐습니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엄마 말씀 잘 듣고, , 누나 말도 잘 들으세요. 그리고 착하게 지내세요.”

책 표지 안쪽에는 저작권 표시가 돼 있다.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 심동민과 풍산초등학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이 교사는 학생들 책을 한 권 한 권 짚으며 내용을 설명했다.

학원가야 되고 집에 가면 맨날 엄마가 잔소리하시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거예요. 하하하. 이 책은 더 행복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런 내용이거든요. 또 이 책을 쓴 학생은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아이인데, 자기 이야기를 쓴 거예요. 여기 3학년 학생 책은 판타지, 책들에 특성들이 다 나타나더라고요. ‘작가라는 의미를 부여하니까 아이들이 뭔가 더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이 교사는 학생 작가를 바라보는 뿌듯함을 표현했다.

교내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고, 지역의 미술관을 활용해서 동화책 전시를 한다는 게 아이들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그냥 책 읽어라, 책 읽어라습관적으로 되게 많이 듣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동화책을 만드는 걸 계기로 책도 읽고 직접 이야기 구성도 하고 거기에 맞는 그림도 한 장 한 장 그리면서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어머님들이 책 읽어주시면서 엄청난 발판을 깔아주셨죠.”

 

다모임자치회, 짬짬이 도서관

건물 한 쪽 벽면에는 다모임자치회표지판 아래에 달려 두레, 생일 두레, 도서 두레, 대전 두레, 확성기 두레 등의 모임명과 학생 이름, 각각의 임무가 쓰여 있다. 이 교사는 웃으며 설명했다.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각자 역할을 맡아요. 이 아이는 꾸미기 담당, 이 아이는 음식 담당, 애는 공연 담당, 아이들이 최대한 주체가 되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보자고 시작했죠.”

도서관을 벗어나 둘러 본 학교 곳곳은 독서 친화적이었다. 계단 부근 빈 공간에는 짬짬이 도서관표지와 함께 책들이 꽂혀 있어 학생들이 오가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복도 끝 공간은 친환경 나무 소재로 작업대를 만드는 등 그림 작업실로 꾸며 쾌적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동화책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때마침 학생들이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이 교사가 누가 자기 동화책 이야기 해 볼래요?”라고 묻자, 주하정(4학년)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 여러 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설명했다.

주인공 발랄이는 별명입니다. 발랄이가 임무를 받고 죽전마을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임무는 당산에 있는 느티나무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 임무는 마을 경로당을 찾는 것이고, 세 번째 임무는 마을 회관을 찾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저수지에서 낚시하시는 아저씨를 찾는 거예요. 죽전마을은 대나무가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그 때 기쁨하고 자신감을 얻고, 제가 이제 책을 두 번이나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를 소중히 다루고 국민들을 소중하게 대하자? 그런 걸 전하고 싶었어요. 내년에도 또 만들고 싶어요.”(강윤성4학년)

이 교사는 학생들이 올해 6월부터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등장인물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면서 학생들이 만든 동화책은 119일 옥천골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 표지를 넘기면 학생이 직접 쓴 소개의 글이 나온다.

 

학부모 독서 모임 참여, 선택이었네

독서 읽어주기를 마친 학부모 3명과 도서관에 마주앉았다. 올해 새내기 1년차라는 박미선 학부모(1학년 이승준 학생 모친)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여기 병설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선생님이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 지도 모임이 있는데 어머님이 도와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학부모는 다 해야 되는 의무인 줄 알았어요. 학교에 연락을 드렸더니 어, 의무가 아니었네, 선택이었네. 근데 활동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엄마들이 아이 키우며 친구들 만나기도 쉽지 않잖아요? 언니도 생기고 동생도 생기고 좋더라고요.”

독서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올해 2년차 박재란 학부모(임진주-2학년/임진경-유치원생 할머니)는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 독서 모임 들어올 때 재학생 학부모는 저 혼자 밖에 없었어요. 다른 분들은 전부 졸업생 엄마들이었어요. 저는 할머니예요. 손녀는 초등학교에, 손자는 여기 유치원에 다녀요.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학교에서도 똑같이 읽어줘요. 하다 보니까 선배님들이 너무 잘 이끌어주셔서 정말 재미있어요.”

풍산초등학교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6일 저녁 학교에서 열렸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학부모 연수 특강 모습. ‘우리는 왜 배우는가? 우리는 왜 가르치는가?’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풍산초등학교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6일 저녁 학교에서 열렸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학부모 연수 특강 모습. ‘우리는 왜 배우는가? 우리는 왜 가르치는가?’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작은 학교 문 닫게 생겼다걱정에 시작

원년 회원으로 11년 전 독서 모임을 시작했던 김선영 학부모(졸업생)는 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20105월부터 시작했더라고요. 10년 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작은 학교들 이러다가 문 닫게 생겼다’, ‘학교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 교장 선생님께서 용인을 해 주셔서 학교에 정착시킬 수 있었죠. 신입생이 없어서, 2년 전부터는 정말 한두 명밖에 없어서 졸업생 학부모님들이 계속 하고 계세요. 제가 학교괴담이라고, 학교를 떠날 수가 없다고 해요. 하하하.”

이예인 교사도 학부모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이었다.

어느 학교나 선생님들은 질문하고 아이들은 대답하는 식이잖아요. 선생님들이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반성되더라고요. 선생님 얘기는 항상 하는데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갖고 뭔가로 만들어줬던 적이 있었던가? 그림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자기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 속에 있던 이야기, 표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이들하고 더 친밀하게 교감이 되었던 게 굉장히 많았어요.”

학부모들은 학생 자랑과 학교 자랑에 끝이 없었다.

학교 밖에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서 동화책에 아이들의 성격이 다 나와요. 꼼꼼한 아이, 정말 활기찬 아이, 저희도 작년에 동화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박미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부 들어가요. 월 별로 학년을 바꾸거든요. 아이 이름도 다 알고, 한 명 한 명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프면 또 어디가 아픈지 다 알아요. 정말 가족 같아요.”(박재란)

도서관 벽에는 학생들이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가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적혀 있다.
도서관 벽에는 학생들이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가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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