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좋은 게 좋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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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좋은 게 좋은 겁니까?
  • 양상춘 작가
  • 승인 2021.11.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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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춘 작가(동계 구미)

이 세상이 고수에겐 놀이터고 하수에겐 생지옥이라는 영화 명대사가 있다. 영화에서는 바둑의 고수가 주먹싸움의 고수가 되고 형을 죽인 패거리들과 혈투를 벌여 끝장을 낸다는 것인데, 영화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고수는 어떤 사람들을 가리킬까.

고수가 되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우연히 고수가 되어있는 일은 현실세계에서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줘야만 고수의 타이틀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고수들의 놀이터를 들여다보면 이게 난장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진다. 가짜 고수들의 꼼수와 속임수, 반칙과 궤변이 난무하여 진짜 고수의 실력을 감상하기가 어렵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부를 쓸어 모으고 더 강한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 고수의 옷을 입고 고수인 듯 행세하기도 한다. 결국 고수는 강호로 밀려나고 그 자리는 가진 자로 대체되어 고수의 고품격에서 나오는 향기보다 가진 자들의 똥배에서 나오는 구린내가 세상을 뒤덮고 있다.

가진 자들 중에도 물론 고수는 있다.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때로는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진득한 물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가짜와 그 졸개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가 발하는 빛과 향기가 악취에 묻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둠이 빛을 뭉개버리는 아이러니다. 달리 말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역학관계는 빛과 어둠의 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연계 생물의 생존전략처럼 상대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가지지 못한 민중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게임에서처럼 하수가 고수에게 맞장을 떠 이기게 되면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는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와 게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어설프게 덤벼들었다가 자칫 생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가진 자들은 구린 내를 풍기면서도 그들만의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세상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가진 자들의 방식을 수용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게 좋은 것이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로 살아가는 이러한 처세술이 가지지 못한 자들의 생존전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진 자들의 지배전략이다.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별로 좋을 게 없는 데도 가진 자들은 회유와 협박으로 좋은() 거야라고 우겨대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민중을 개돼지,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로 만든다.

인계 노동 폐기물·퇴비공장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러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서로 잘 해 보자라고 말하면서 좋은 게무엇이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체계산과 용궐산을 관광명소로 개발해 놨다고 하면서 그와 관련된 위법성과 특혜성 시비, 환경훼손 논란으로 시끄러운데도 좋은 게 좋은 거니 지역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생각하자라고 말한다.

용궐산 주변에서 살고 있는 나는 정말 좋은 게하나도 없다. 더욱이 흉물처럼 보이는 철골조로 대자연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대승의 진리를 들이대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동물들의 생존전략 중에 멍게의 그것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 올챙이 같은 형태로 어린 시절 대양을 헤엄쳐 다니다가 어른이 되면 동물로서의 고등한 자신의 기관들을 소화시켜 먹어 버린다. 심지어 뇌까지도 먹고 나서 몸 전체를 셀룰로스(섬유소)로 감싸고 식물처럼 살아간다. 오로지 생명유지를 위한 섭식과 배설기능, 번식을 위한 기관만 남게 된다. 멍게가 그런 진화를 선택한 것은 그것이 살아남는 데 더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멍게는 생존을 위해 좋은 게좋은 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포식자에게 먹히고 만다. 이미 전략적으로 대응할 뇌가 없고 영혼이 없기도 하지만 먹이사슬의 위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멍게의 운명이다. 그런데 인간사회에도 그러한 자연계의 야만적인 먹이사슬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가진 자들)이 포식자가 되어 또 다른 인간(가지지 못한 자들)좋은 게 좋은 거라며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로 만들고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가고 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민중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어리석으면 더 고통스럽다. 멍게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누리려면 민중의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민중이 준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세상을 그들만의 놀이터로 만드는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물총이라도 쏴야 한다. 하물며 멍게도 물총을 쏘며 바다의 물총(sea squirt)’이라는 고수 타이틀을 얻었는데.

양상춘 작가(동계 구미)
양상춘 작가(동계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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