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가 살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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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가 살아가는 길
  • 김귀영 독자
  • 승인 2021.11.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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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영(순창 민속) 전 초등교사

세월은 흐르고

세상일은 어긋나고

그대의 뜻은 물처럼 흘러갔고

지칠대로 지쳐

고치지도 깁지도 아니한 채

적나라하게 내 던져졌던 무상(無常)한 삶의 자취들

(하략)

-소운 -

 

세월이 흐르고 의식이 족하면 지난날의 가난과 회한의 흔적들을 잊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더욱 가난은 결코 환영할만한 일이 못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속에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으니, 가난과 결핍 속에서 피어나는 뭉클한 감동의 순간이야말로 나약한 인간들에게는 소중한 구원의 기억들이다.

 

人不知而不溫(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어느 해인가 문화 역사기행 중 들렀던 지리산 연곡사(鷰谷寺)에서 어느 스님의 말씀을 늘 화두로 삼고 있다. 숱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도 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여러 점의 부도비에 대해 설파하시면서 주시는 말씀이었다.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참으로 군자라! 삼사일언(三思一言)이요 취중불언(醉中不言)이 군자라는 말은 늘 상기하고 있지만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그렇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나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이가 깊어갈수록 고뇌는 커지고 때로는 지독한 비판과 불길 같은 분노가 치솟는 것이다. 그 같은 감정의 비화는 더 없이 추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마니 더욱더 나를 경계하고 조심하리라. 가을이 깊어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나니, 만고의 진리 속에 모질고 거친 세파(世波)를 묵묵히 나아가리!

 

깊은 밤 고요히 흐르는 강물 같아라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아

하늘의 모든 별을 제 물결에 담고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

구름 또한 물 같고 강 같아

흔쾌히 그들을 비추리

깊고 깊은 침묵 속에서

-무명 -

김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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