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6)순창 고추장이 맛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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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6)순창 고추장이 맛있는 이유는?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1.16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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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간장 등 장()은 음식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미식품이자 오랜 역사를 통해 내려온 고유 전통식품이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장은 단순한 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 담그기는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였고, 장 담그는 날이 정해지면 불경스러운 일을 피하며 조심했다. 장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은 그것만으로도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고추장에 이어 나는 큰 이모한테 집에서 담그신 메주, 된장, 간장에 대한 얘기를 여쭸다. 집에서 직접 장을 담그시는 데 사용한 큰 고무 대야만 3, 지금은 없지만 아궁이도 3개였다고 하셨다.

예전에 조카가 와갖고는 나보러 추어탕 식당에서 쓸 된장을 맹글어 달라고 사정을 혀. 추어탕은 된장이 맛나야 하거든. ‘하구야~ 나 못혀, 심난한 게 내가 어케 거시기를 하냐마다 했다가 결국 하게 됐어. 이맘 때 콩이 나온 게 지금 쒀야해. 콩을 한 가마나 팔아. 팔아갖고는 그때만 해도 내가 건강했는가벼. 솥을 세 개를 여기다 걸어. 그래 갖고. 솥단지 여기 있다. 큰 놈들. 콩을 내일 삶을라면 오늘 저녁 때 싹 담가놔봐. 이제 그러면 새벽에 일어나서 아궁이에 앉혀놓고 그걸 삶아. 근데 고것이 또 넘어. 넘은 게로 거기다가 묵은 된장을 조금 넣어놓으면 안 넘는다고.”

5년 된 전통 조선간장
5년 된 전통 조선간장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전통식품, 장류

나는 궁금해서 다시 여쭸다.

그 불려서 콩까지 삶는 거는 알겠어요. 근데 삶은 거를 수분을 좀 빼야지 메주모양을 만들 수 있잖아요?”

큰 이모는 오랜 경험을 돌이키며 설명하셨다.

소쿠리에다가 건지면 이제 물이 딱 빠지잖아 그러면. 이제 기계에다가 갈아. 갈아갖고 그러면 딱 맞어. 삶으면은 물도 얼메 안 나와. 그럼 소쿠리다가 건져 그래갖고 메주를 맨들어서 저기 처마에다 전부 달아. 그렇게 햇볕 잘 난 데다가 걸어놔. 그래서 전부 마른 듯 하면 이제 그럼 띄워(발효). 띄워갖고 12월에 그놈 전부 벌려놔야지. 햇볕을 좀 좋게 보게. 그렇게 띄우면 이제 냄새가 나 팽이(곰팡이)도 피고. 그리고 메주를 씻어. 팽이도 나고 그런 게. 그래갖고 언제 장을 담냐면 1월 달에 이제 담아. 독에 메주 넣고 소금 넣고, 소금을 녹혀야지. 물하고 소금은 날계란이 동동 뜰 정도로 간을 하고. 장 담그고 40일 정도면 이제 간장이 나와. 그럼 부어서 간장은 변할까 무서운 게 한번 끓여. 메주는 치대갖고 다른 장독에서 옮겨.”

간장 담그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한 것도 많았다. 또 여쭸다.

간장 다리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첨가물은 없어요?”

큰 이모는 귀찮을 법 한데도 계속 설명을 이었다.

없어. 다른 데서는 뭣을 넣는다고 하는데 그런 건 없고. 더 키우기는 하지(자연적으로 졸임). 간장은 그냥 놔두고 먹어. 그냥 햇빛에 독에다가 담아놔. 햇빛 잘 뜬데다가 놔놔. 그러면 몇 년이 돼도 그대로여. 근데 햇볕에서 간장이 줄어들고 꺼매져. 독에다가 이렇게 하나 안 채워 놓냐? 그럼 이만큼(1/4)은 줄어 부러. 메주 뿌신 된장은 발효가 좀 돼야 맛있어. 3개월은 햇빛에서 놔둬야 맛있어. 된장이 맛있을라믄 메주를 잘 띄워야해.”

 

청정 지역 순창, 물이 좋다

큰 이모와의 대화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렇게 많이 만들면 사가는 사람도 있었겠네요?”

그러니까 작년, 올해도 보내달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 ‘나 아파서 못 한다그랬더니 아이고 그냥 쪼께(조금) 담아주시오해서 담아줬지. 한 번 그놈 맛본 사람은 그놈만 먹으려고 하지 딴놈은 안먹을라고 그런데~. 하하하.”

순창의 장이 왜 유명한거 같아요?”

물이 좋단다 물이. 물이 좋아서 고추장이 맛나다고 그려.”

큰 이모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큰 이모 동생인 우리 어머니도 한 말씀 거드셨다.

물에 철분이 많이 들어서 고추장이 맛있다고 그려. 그래서 그 재료를 똑같이 서울에 가지고 올라가서 담은디 그 맛이 않나.”

순창의 물, 맛좋다는 것은 모두 아신다. 실제 강천산 물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있다. 물이 좋다는 것은 순창이 오염되지 않은 좋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는 맛 탐구연재를 하면서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순창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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