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간장 등 장(醬)은 음식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미식품이자 오랜 역사를 통해 내려온 고유 전통식품이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장은 단순한 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 담그기는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였고, 장 담그는 날이 정해지면 불경스러운 일을 피하며 조심했다. 장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은 그것만으로도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고추장에 이어 나는 큰 이모한테 집에서 담그신 메주, 된장, 간장에 대한 얘기를 여쭸다. 집에서 직접 장을 담그시는 데 사용한 큰 고무 대야만 3개, 지금은 없지만 아궁이도 3개였다고 하셨다.
“예전에 조카가 와갖고는 나보러 추어탕 식당에서 쓸 된장을 맹글어 달라고 사정을 혀. 추어탕은 된장이 맛나야 하거든. ‘하구야~ 나 못혀, 심난한 게 내가 어케 거시기를 하냐’ 마다 했다가 결국 하게 됐어. 이맘 때 콩이 나온 게 지금 쒀야해. 콩을 한 가마나 팔아. 팔아갖고는 그때만 해도 내가 건강했는가벼. 솥을 세 개를 여기다 걸어. 그래 갖고. 솥단지 여기 있다. 큰 놈들. 콩을 내일 삶을라면 오늘 저녁 때 싹 담가놔봐. 이제 그러면 새벽에 일어나서 아궁이에 앉혀놓고 그걸 삶아. 근데 고것이 또 넘어. 넘은 게로 거기다가 묵은 된장을 조금 넣어놓으면 안 넘는다고.”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전통식품, 장류
나는 궁금해서 다시 여쭸다.
“그 불려서 콩까지 삶는 거는 알겠어요. 근데 삶은 거를 수분을 좀 빼야지 메주모양을 만들 수 있잖아요?”
큰 이모는 오랜 경험을 돌이키며 설명하셨다.
“소쿠리에다가 건지면 이제 물이 딱 빠지잖아 그러면. 이제 기계에다가 갈아. 갈아갖고 그러면 딱 맞어. 삶으면은 물도 얼메 안 나와. 그럼 소쿠리다가 건져 그래갖고 메주를 맨들어서 저기 처마에다 전부 달아. 그렇게 햇볕 잘 난 데다가 걸어놔. 그래서 전부 마른 듯 하면 이제 그럼 띄워(발효). 띄워갖고 12월에 그놈 전부 벌려놔야지. 햇볕을 좀 좋게 보게. 그렇게 띄우면 이제 냄새가 나 팽이(곰팡이)도 피고. 그리고 메주를 씻어. 팽이도 나고 그런 게. 그래갖고 언제 장을 담냐면 1월 달에 이제 담아. 독에 메주 넣고 소금 넣고, 소금을 녹혀야지. 물하고 소금은 날계란이 동동 뜰 정도로 간을 하고. 장 담그고 40일 정도면 이제 간장이 나와. 그럼 부어서 간장은 변할까 무서운 게 한번 끓여. 메주는 치대갖고 다른 장독에서 옮겨.”
간장 담그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한 것도 많았다. 또 여쭸다.
“간장 다리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첨가물은 없어요?”
큰 이모는 귀찮을 법 한데도 계속 설명을 이었다.
“없어. 다른 데서는 뭣을 넣는다고 하는데 그런 건 없고. 더 키우기는 하지(자연적으로 졸임). 간장은 그냥 놔두고 먹어. 그냥 햇빛에 독에다가 담아놔. 햇빛 잘 뜬데다가 놔놔. 그러면 몇 년이 돼도 그대로여. 근데 햇볕에서 간장이 줄어들고 꺼매져. 독에다가 이렇게 하나 안 채워 놓냐? 그럼 이만큼(1/4)은 줄어 부러. 메주 뿌신 된장은 발효가 좀 돼야 맛있어. 한 3개월은 햇빛에서 놔둬야 맛있어. 된장이 맛있을라믄 메주를 잘 띄워야해.”
청정 지역 순창, 물이 좋다
큰 이모와의 대화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렇게 많이 만들면 사가는 사람도 있었겠네요?”
“그러니까 작년, 올해도 보내달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 ‘나 아파서 못 한다’ 그랬더니 ‘아이고 그냥 쪼께(조금) 담아주시오’ 해서 담아줬지. 한 번 그놈 맛본 사람은 그놈만 먹으려고 하지 딴놈은 안먹을라고 그런데~. 하하하.”
“순창의 장이 왜 유명한거 같아요?”
“물이 좋단다 물이. 물이 좋아서 고추장이 맛나다고 그려.”
큰 이모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큰 이모 동생인 우리 어머니도 한 말씀 거드셨다.
“물에 철분이 많이 들어서 고추장이 맛있다고 그려. 그래서 그 재료를 똑같이 서울에 가지고 올라가서 담은디 그 맛이 않나.”
순창의 물, 맛좋다는 것은 모두 아신다. 실제 강천산 물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있다. 물이 좋다는 것은 순창이 오염되지 않은 좋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는 ‘맛 탐구’ 연재를 하면서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순창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