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 순창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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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 순창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1.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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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에 저는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문고판을 읽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삶을 접고 순창에 터를 잡기로 마음먹은 때였습니다. 스무 살에 처음 접했던 <태백산맥>을 나이 쉰에 다시 읽게 된 계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가면 대규모 출판단지가 있습니다. 종종 구경삼아 들리곤 했는데, 어느 날 출판단지에서 도서 축제를 하며 <태백산맥> 특별 한정문고판을 할인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문고판이라 부피도 작고 의미도 있어 보여서 무작정 동행한 지인에게 한 세트를 선물하고 제 것도 샀습니다. 그 날 이후 언제고 다시 읽어보자며 항상 책꽂이 앞에 아담한 박스에 들어있는 열권짜리 문고판을 놓아두었습니다. 그 때 발간된 문고판 서문을 보니 아마도 2017년 초에 구입했던 것 같습니다. 4년여를 묵혀두고 나서야 지난해 다시 읽기 시작한 셈입니다.

지난 115일 서울에서 순창으로 내려올 때 6권까지는 읽었기에 <태백산맥> 7권만 가지고 왔습니다. 8, 9, 10권은 서울에 가끔 가면 가져올 생각이었습니다. 7권을 읽고 나머지 8, 9, 10권을 다시 서울에서 가져왔습니다. 8권을 읽기 시작한 게 지난 3월입니다만, 아직까지 8권을 붙잡고 있습니다.

순창에 왔더니 <태백산맥>은 정말 산맥이 되어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글의 홍수 속에 묻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는 건 매번 하던 일이기에 별다를 건 없습니다. 다만,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에 실리는 기사를 포함해 군청과 각 기관단체에서 수시로 보내오는 보도 자료를 매일같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군민들의 개의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 등)와 네이버 밴드 재밌게 사는 순창사람들등에 올리는 글도 찾아다닙니다. 때로는 가슴 뭉클한 글과 사진을 만나지만, 때로는 눈이 침침해지도록 보도 자료를 다듭습니다.

오늘(1115)은 순창에 정착한 지 꼭 10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10개월 간 순창을 얼마나 알려고 노력했고, 군민들에게 가슴을 열고 다가가고자 했던 첫 마음이 어떠했는지 뒤돌아봅니다.

최근 예전에 읽던 시집 여러 권을 서울에서 챙겨왔습니다. 팍팍한 도시에서 여유 있는 순창에 왔으니 옛 감정과 기억을 떠올려보자고 시집을 가져왔습니다. 대하소설의 묵직함에 비해 술술 넘어갈 것 같던 시집도 계획보다는 자주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순창의 언론인으로서 순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신경림 선생의 시 이 떠올랐습니다. 스무 살 때 읽었던 시집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에서 이렇게 읊조립니다. 다소 길지만 전문을 옮겨봅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에 있는 줄로만 알지 /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를 해석하는 건 각자의 몫입니다. 저는 '세상사는 슬기세상사는 이치를 들먹이기엔, 제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합니다.

<태백산맥>을 다시 펼친 건 먼 길 뚜벅뚜벅 지지치 말고 가 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을 떠올린 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며 뚜벅뚜벅 가 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순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순창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두 가지 물음이 계속해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는 요즘입니다. ‘참 좋은 순창을 위해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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