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 쓸데없는 물건에 집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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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물상지/ 쓸데없는 물건에 집착하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0.14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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玩 희롱할 완 物 만물 물 喪 잃을 상 志 뜻 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8

최근 점잖고 멀쩡하며 장래가 촉망되고 존경받을만하던 그가 어느 날 알량한 권력을 거머쥐더니 뇌물을 받아먹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모습이 TV에 보였다.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수십 년 간 사귀어 온 친구가 이리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는 자괴감만 깊어진다. 게다가 그가 갑(甲)의 위치에서 아예 을(乙)을 등쳐먹고도 관행이라느니 대가성이 없었다느니 하며 애써 변명하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니 얼굴을 돌리고 싶을 뿐이다.  그에게 이 성어의 의미를 미리 깨우쳐 주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 성어를 보여준들 그가 뉘우치기는커녕 재수가 없어 그리되었다 할 것 같다. 왜 이리 피폐해지고 보잘 것 없는 초라한 인간이 되고 만 걸까?

어이 친구! 인생을 살아오면서 무엇을 느끼고 살았더냐. 재물이 다 무엇이기에…, 실상 아무것도 아닌 물질에 집착하여 네 마음이 이토록 가난해지고 젊은 시절 가졌던 그 청운의 꿈과 소중한 마음까지도 다 잃어버렸으니….

「서경여오(書經旅獒)」에 나온다. 玩人喪德 玩物喪志(완인상덕 완물상지)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이 상하고,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습니다.

중국 하(夏)왕조 걸(桀)왕이 미녀 말희(妺喜)에 빠지고 포악한 정치를 하니 은(殷)나라의 탕왕(湯王)이 걸왕을 물리치고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은의 마지막 왕인 주(紂)왕도 달기(妲己)에 미쳐 정사를 소홀히 하였다. 본래 잔인한 성격을 가진 그는 권력을 가지

고 민간의 재화나 진기(珍器)를 거두어들여 대궁전을 세우고 밤낮으로 유흥에 빠져 있었다.

당시 주(周)나라의 서백(西伯) 창(昌)이 겉으로는 주왕에게 복종하는 체했으나, 내심으로는 은나라를 쓰러뜨릴 것을 생각하고 착착 실력을 쌓아 나갔다. 그러다가 창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사하므로 그의 아들 발(發 : 후에  무왕)이 뒤를 이어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황하를 건너 은나라의 수도로 진격했다.

주왕이 놀라 서둘러 죄수들을 석방하고 70만 대군을 편성해 주(周)나라의 군사를 목야(牧野)에서 맞아 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간 계속 학대를 받아 온 죄수나 노예들이 주왕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반감을 가지니 은나라 군사의 주력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결국 주왕은 궁전에 불을 지르고 죽었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 건국 공신과 제후를 각지에 봉함과 동시에 먼 나라에도 사자를 보내어 자기의 문덕(文德)과 무공(武功)을 전하고 신하로서 복종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와 부족들이 앞 다투어 복종하고 귀중한 물건들은 헌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서쪽 변방에 있던 여(旅)나라의 사자가 와서 큰 개 한 마리를 헌상했다. 무왕은 기뻐하며 사신에게 상을 내리고 그 개를 매우 총애하였다. 이를 본 태보(太保) 소공(召公)이 글을 올려 무왕에게 간언했다.

“사람을 가지고 희롱하면 덕을 잃고 물건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뜻을 잃게 됩니다. 무익한 일을 하지 말고 유익한 일을 해치지 않으면 백성이 부족함이 없어 태평성대를 이루어 대대로 왕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무왕이 읽고 은나라가 멸망한 것을 되새기고 이를 교훈 삼아 그 개는 물론 받은 귀중품을 하나도 남김없이 제후와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 정치에 힘을 기울였다.

소공이 말한 이 성어는 ‘재물에 눈이 어두우면 자기의 본래의 뜻을 잃게 된다.’ 는 뜻으로, 물질에만 너무 집착하다보면 마음속의 빈곤을 가져와 본심을 잃게 됨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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