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곡(작가)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모였다. 말랑거리던 어릴 때의 기억만으로 대할 시기는 이미 지난 청년들. 푸른 패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황홀하다. 술잔이 오가고 활기 찬 그들만의 대화가 깊어진다. 한 동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아직 생생한 모양이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한 선배 때문에 친구가 이마를 다쳤다. 어울려 공을 찼던 아이들이 다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모두 얼얼하여 있을 때였다. 다친 아이는 울고 있고 따라간 한 아이가 간호사 앞으로 가더니 주먹을 내밀었다.
“간호사 아줌마. 이 돈밖에 없어요. 이 돈으로 친구 치료해 주세요.”
아이의 주먹에 들어있는 돈은 100원짜리 동전 4개였다. 함께 있던 간호사들이 이 당돌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모두 다 미소를 지었다. 사소했던 지난날의 행동이 그들의 영혼으로 함께 자리할 수도 있다는 사건의 회상이었다. 400원으로 치료를 해 달라는 친구의 진정이 웃음으로만 녹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일을 회상하는 청년들의 대화에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人老簪花不自羞(인로잠화불자수)
花應羞上老人頭(화은수상노인두)
늙은이는 머리 위에 꽃 꽂고 부끄러워하지 않건만
꽃이야 응당 늙은이 머리 위에 있기 부끄러운 것을
동파거사(東坡居士)의 말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꽃들 틈에 염치 좋게 끼어 앉아 모처럼 마신 술이 슬프게도 달았다.
저작권자 © 열린순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