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7)“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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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7)“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1.24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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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가 ‘어쩌다가’ 맛을 탐구하게 됐습니다. 맛있게 들려드리겠습니다. 공학박사의 맛탐구(7)
가게 내부에 걸려 있는 문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지난 6월 순창에 정착하며 삼겹살이 먹고 싶거나 점심에 해장하고 싶을 때 자주 가는 식당이 하나 생겼다. 애용하는 식당이긴 하지만 주방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고 내가 생각하는 음식에 대한 견해와 같아서 사장님을 취재하고 싶어졌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순창읍내 위치한 도야지 식당에서 최기석 대표(41)를 만났다.

먼저 식당의 역사부터 물었다.

원래 어머니가 저 어릴 적부터 장사를 하셨어요. 이 식당은 저 고등학교 때부터 하셨고요. 그러던 중 조금 가게가 주춤했었죠. 어머니가 혼자 힘에 부치시니까. 그래서 가게를 내놓으려고 했는데 제가 직장 그만두고 가게를 같이 운영하게 됐어요. 제가 직장생활이 안 맞더라고요. 진짜, 진짜, 직장 생활은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직장 생활 그만두고 시작한 식당

최 대표가 어머니와 가게를 같이 운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이었다. 지금까지 13년 동안 열심히 운영해왔고 가게도 여전히 잘 되는 걸보니 직장 체질은 아닌 게 맞고, 식당을 한 게 정말 잘한 일 같았다고 한다. 식당은 최근에 이전을 해서 새 단장하고 문을 열었다. 이전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진짜 얼토당토 않는 그런 이유로 계약상 문제도 아니고 땅 주인에게 문제가 생겼어요. 더한 것은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을 올해 5월에서야 저한테 알려준 거예요. 급하게 얻은 장소가 지금 자리예요. 원래 식당이 너무 노후 됐고 건물주가 유지보수도 안 해줬으니 오히려 잘 된 거라 생각해요.”

음식점 운영이 그렇다. 음식만 팔아도 힘든 일인데, 임대나 건물에 관한 문제 같은 게 생기면 기운이 빠지고 그러다가 신경 못써서 손님이 줄어들면 일하기도 싫어진다. 그런 고비를 잘 넘기고 성공적으로 이전 개업한 것을 보면 고생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돈생오겹
소국밥

 

도축장에서 직접 원하는 고기만 구입

나는 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란 문구에 대해서 물었다.

고깃집 문구를 찾다 보니까 서울 어딘가 목구멍이란 고기집이 있어요. 저 문구를 써놨더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라서 저렇게 써 논거죠. 요즘 장사를 쉽게 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잖아요. 포장돼 있어서 약간 조리하거나 팔기만 하면 되는 제품도 많아서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장사를 하거든요.

저는 그런 장사가 싫어서 직접 도축장에 가서 제가 원하는 고기를 골라서 장을 봐요. 도매업자랑 거래를 하면 단골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고기를 줄 것 같잖아요? 절대 안 그렇고, 저는 그게 좀 싫었어요. 하루 전에 원하는 고기를 주문하고 그 다음 날 고기를 찾으러 가죠. 마음에 드는 게 적게 나오면 저는 그것만 사와요.“

 

맛 집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단골처럼 나오는 말이 제가 직접 시장에 가서 좋은 식재료를 사와요라는 대사다. 실제 수많은 외식업자들이 몇 명이나 이렇게 직접 장을 보러 다닐까? 직접 장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그 수고스러움이 바로 정성이니 그 가게는 맛이 없을 수 없다.

 

삼겹살 장사, 쉽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새로 단장한 도야지 마을은 예전과 달리 저녁 장사뿐 아니라 점심 장사도 추가로 하고 있다. 나는 추가된 점심 메뉴인 소국밥뚝배기 비빔밥의 메뉴 선정 이유를 물었다.

뚝배기 비빔밥 같은 경우는 일단 그 고명만 준비가 되면 솔직히 쉽게 나갈 수 있는 메뉴잖아요. 그리고 국밥이라는 것도 반찬이 많이 안 나가도 되는 메뉴이기도 하고요. 소국밥 때문에 개업 1주일 전까지도 어머니와 의견 대립이 심했어요. 소국밥에 쓰는 고기가 호주산인데 저도 거부감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호주산 고기도 먹어보니까 점점 긍정적으로 생각되더라고요. 호주산 중에서도 맛있는 부위를 골라서 한 그릇 당 140g의 고기를 넣어요. 국밥에 들어간 고기 양 치고는 되게 많은 양이에요. 조리법 완성에는 당연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연구 끝에 지금의 육수와 부드러운 고기를 완성했죠.”

최 대표의 음식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으며 음식점 경영에 대한 비결도 탁월했다. 식당의 맛은 주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식당은 절대 음식을 속이지 않고 항상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맛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삼겹살 장사를 쉽게 여기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전히 제대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님들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식당이 순창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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