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 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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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 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12.0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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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출판사 : 창비

발행 : 20211112

쪽수 : 392

 

대한민국 대표 언론인 손석희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 중심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말들

 

손석희가 드디어 독자를 만난다.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앵커석에서 내려온 지 110개월 만에 저널리즘 에세이로 찾아왔다. 손석희 앵커는 그동안 <뉴스룸><100분토론><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대표적인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년 이상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손꼽혀왔다. 특히 제이티비시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3년 이후 <뉴스룸>을 중심으로 세월호참사와 국정농단 등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의 핵심 보도를 주도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 책에는 그 변화의 시간을 되짚으며 손석희만이 남길 수 있는 기록이 담겨 있다. 200일 넘게 세월호참사 현장을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한 이야기, 세상을 뒤집어놓았던 태블릿PC’ 보도 과정, 대통령 선거, 미투운동, 미 대화의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 하나하나 흥미로운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이런 묵직한 고민뿐 아니라, 저자 특유의 음성지원어조가 담긴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소회까지 담겨 있어 에세이다운 재미 역시 충분하다.

 

세월호와 태블릿피시에서 어젠다 키핑을 생각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저널리즘

 

<뉴스룸> 진행자이자 책임자로서 저자가 기획하고 실행했던 저널리즘 철학의 핵심은 어젠다 키핑이다. 전통적인 언론의 기능으로 언급되어온 의제설정 기능(어젠다 세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시민사회에 기여한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굵직한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이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실천했다. 세월호참사 보도는 그 시작이었다. 이 사건은 발생한 당일부터 언론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다.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자를 쓰레기에 비유하는 기레기라는 말도 그때부터 퍼져나갔다. 그런 가운데 <뉴스룸>은 점차 실종자 가족을 제외하고 모두가 떠나게 된 팽목항과 목포신항 현장에서 1년 가까이 버티며 보도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뉴스룸>은 무엇보다 희생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었고, ‘바다에서 온 편지등의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세월호참사를 계속해서 되새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국정농단 사태의 태블릿PC 보도로 이어진 사실은 어젠다 키핑의 가치를 증명한다. <뉴스룸>의 세월호참사 보도를 눈여겨보던 한 시민이 취재에 협력하면서 국정농단 보도의 새 국면이 열린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태블릿PC 보도는 박근혜정부의 몰락을 가져온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이었다. 2016~17년 촛불집회와 탄핵 결정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태블릿PC는 진실의 힘을 대변했다. 그 모든 과정이 <뉴스룸>과 손석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로 이어졌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책의 1부에는 세월호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어젠다 키핑의 관점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보도해온 사건들이 담겨 있다. 예외 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삼성 관련 보도, 대통령 선거 보도, 미투 보도, 미 대화 국면의 보도 등이다. 이 보도들은 언론인 손석희에게도, 신생 뉴스 채널인 <뉴스룸>에도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기레기탈진실의 시대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과 <뉴스룸>

 

2부에서는 저자의 저널리즘 철학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공영방송,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단독경쟁, ‘기레기’, 언론과 정치 등 핵심적인 주제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인 체험에 녹였다. 이 모든 사안을 몸으로겪으며 때로는 호응을 얻고 때로는 낙담해야 했던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언론인 손석희의 저널리즘과 오늘날 우리 언론의 과제가 드러난다.

<뉴스룸>의 새로운 코너들은 그런 고민을 뉴스 책임자로서 돌파하고 이상적인 방송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했던 시도다.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뉴스 진행자가 그 뉴스의 책임자를 겸하고, 뉴스 방송시간도 파격적으로 늘렸던 당시의 <뉴스룸>은 세부 코너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선보였다. 한국 최초의 뉴스 앵커 에디토리얼 코너 앵커브리핑’, 가짜뉴스 시대에 사실 보도를 겨냥한 팩트체크’, 뉴스의 뒷이야기까지 뉴스로 만든 비하인드 뉴스’, 대중문화를 포함한 각계 문화인사를 인터뷰한 문화초대석’,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를 통해 뉴스의 의미를 확장한 엔딩곡까지, 뉴스룸코너를 보면 새로운 저널리즘이 보였다.

언론도, 그리고 어쩌면 독자나 시청자도 각자의 진실을 말하는 시대에, 공정한 진실을 추구하는 정론의 가치가 자연스럽게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손석희라는 언론인이 갖는 힘일 것이다. 종종 멀리 돌아가고 가끔은 멈추거나 뒷걸음질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타당한 선택을 해나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단단하고 분명한 특유의 어투로 그가 마지막까지 지켜낼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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