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8.5세 6남매 ‘김장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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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8.5세 6남매 ‘김장 대소동’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2.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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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86세까지 서울ㆍ대구ㆍ익산에서 모여
고향 순창에서 나름 전문가, 각종 비법 충돌
왼쪽부터 최만주(79), 최정옥(86), 최정님(83), 최정순(77), 최정숙(75), 최수진(71) 6남매

 

아따, 그 많은 생강을 통째로 다 넣으면 으째. 김치가 써져서 안 되야~. 한 덩이만 빼랑게~.”

액젓을 더 부어야 한다니께~ 왜 말을 안 들어.”

지난 1127일 토요일 오전, 열남매 첫째 최정옥(86), 둘째 최정님(83), 넷째 최만주(79), 다섯째 최정순(77), 여섯째 최정숙(75), 여덟째 최수진(71) 6남매가 순창 남계리 첫째 최정옥 씨 집에서 김장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10남매 20년 터울6명과 조카 모여 한바탕 잔치

28, 10남매 중에서 6남매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평균 연령 78.5.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막내(), 일곱째(), 셋째(장남) 3명을 제외한 7남매 가운데 해외(베트남)에 거주하는 아홉째 최은진(69) 씨만 모이지 못했다.

주인공 6남매는 내게 고모, 삼촌이다. 셋째이며 큰아들(장남)인 최영주 씨가 몇 년 전 작고한 나의 아버지다.

순창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서 순창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첫째(큰고모). 결혼하고 대구에 사는 둘째 대구고모, 넷째는 작은아버지, 다섯째는 이리(익산) 고모, 여섯째는 서울 삼양동 고모, 여덟째는 서울 고모로 통한다.

순창에 사는 첫째와 넷째를 찾아 4남매가 서울과 대구, 익산 등에서 모였다.

할머니는 20년간 10남매를 낳으셨다. 10남매는 첫째와 둘째 3살 터울을 빼고는 모두 2살 터울이다. 큰딸과 나이 예순에 세상을 떠난 막내딸은 스무 살 차이가 난다. 큰딸은 막내(동생)를 딸처럼 업어서 키웠다고 회상했다.

김장하러 남원에서 온, 큰딸의 큰딸 성영신 씨는 61세다. 큰딸의 큰딸답게 사촌 형제 중에서 맏이다. 작고한 막내딸(최수아)은 큰조카(성영신)6살 차이다. 큰딸의 둘째딸 성진신 씨는 정읍에서 왔다.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 여덟째 최수진 씨는 조카 성진신에게 너랑 나랑 토끼띠, 띠동갑이었구나하고 웃었다.

6남매와 조카 성영신진신 씨, 다섯째 딸(이리고모)의 아들 정명조 씨, 큰아들의 둘째 아들 나(최육상)까지 일가친척 10명과 이웃 주민 한 분이 함께 좌충우돌 김장을 했다.

전날, 배추를 씻고 갈라서 소금에 절이는 작업은 다섯 자매와 다섯째 딸의 아들이 했다. 100포기가 넘는 배추 절이는 작업을 마치고 팔을 흔들며 아직도 얼얼하다고 말했다.

담근 김장 김치는 서울 등 택배로 부쳐졌다.
담근 김장 김치는 서울 등 택배로 부쳐졌다.

 

나름 전문가 딸과 조카들, 김장 비법 격돌

김장은 성영신 씨가 진두지휘했다. 최대 난제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갓과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등 각종 양념을 넣고 김칫소를 버무리는 작업이다. 김칫속 버무리기는 성영신 씨가 시작했는데 남자의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내가 가로챘다.

배추 속에 넣을 재료의 양을 조절하고, 배추에 김칫소를 입히는 과정에서 일대 소란이 일었다. 평생 김치()를 담가온 제각각 전문가들의 입장이 수시로 엇갈렸다. 각자 자신의 방식을 주장하며 한마디씩 보탰다.

싱겁다니께 그러네. 액젓을 더 부어야 혀.”

김칫속 팍팍 넣어도 돼. 양은 충분하니께.”

김장김치는 양념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

배추가 어제 덜 절여진 것 같으니까 좀 짭짤하게 담가야 돼.”

“(영신이 안 볼 때) 살짝 액젓 좀 부어봐라~.”

 

6남매표 김장김치에 진한 가족의 정 듬뿍

성영신 씨는 이모들이 뭐라 하던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였다. 그는 고된 작업을 하는 와중에 광주에서 가져온 석화를 찌고 돼지고기를 삶아 굴과 수육을 내놓았다.

김장은 배추 김칫소를 넣고 무김치 버무리는 것으로 끝났다. 남은 양념과 각종 채소를 한꺼번에 넣고 무를 버무리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정명조 씨가 김장김치를 상자에 담아 포장했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서울, 대구, 남원, 정읍 등 가족들이 사는 곳으로 보내졌다. 자매들은 김장을 돕고 김장김치를 포장하며 안간힘을 쓰는 조카들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그래도 조카가 둘이나 있으니까 우리가 고생을 덜 한다며 웃었다.

김장이 끝난 후 작고한 일곱째 딸(최복순)의 아들 김상국(41) 씨가 아내와 함께 자녀 둘을 데리고 왔다. 둘째딸(대구고모)의 큰아들 서우철(60) 씨도 군산 처갓집 김장을 하고 달려왔다. 사촌 형제들이 푸짐한 굴과 수육에 더해 갓 담은 김치를 안주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맛있는 김치는 고된 노동을 잊고, 사람 사는 정을 나누기에 더없이 훌륭한 안주였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김장김치는 눈대중과 순간순간 각자 방식대로 양념을 더한 슬기로 맛있게 담아졌다. 6남매표 김치에는 진하디진한 가족의 정이 듬뿍 담겼다.

겨우내 일용할 김치를 맛보며 마당 가운데 아궁이에서 파닥파닥 불꽃을 틔우는 장작불을 바라보노라니 어느덧 해가 넘어갔다. 김장 대소동은 피워 오르는 따스한 연기 속에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

수육, 굴 등과 함께 먹는 김장김치 맛은 꿀맛이었다.
수육, 굴 등과 함께 먹는 김장김치 맛은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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