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9)‘존경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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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9)‘존경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12.0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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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교장(순창여중)

10월부터 12월까지 국회와 시군의회는 바쁘다. 국정감사와 행정감사가 이루어지고 다음연도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회기다. 나라와 자치단체의 예산 집행과 행정이 법과 제도에 어긋나지 않게 이루어졌는지, 다음연도에 예산을 어디에 얼마큼 써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기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의회로부터 견제와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을 수행하는 기관은 국민과 지역주민의 손으로 뽑힌 의원들의 실력만큼 비판과 대안을 요구받는다. 의회는 법령을 어긴 행정에 대해 시정(是正)과 관계자 문책도 해당 기관에 요구한다.

그래서인지 회기 중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존경하는 ○○○ 의원님이다. 감사와 심의를 받는 공무원의 회기 중 발언은 존경하는 ○○○ 의원님으로 시작한다. 질의에 대한 답변도 시작은 존경하는 ○○○ 의원님이다. 필자는 전라북도교육청에서 76개월 동안 장학사, 장학관으로 근무했다. 7년이 넘도록 도의회 회기 중에 나는 누구를 진정으로 존경하는지?’ 물음만 있었고, 답은 찾지 못했다.

 

누구처럼 살고자 노력하면서 살아왔을까?

11월 초 회갑 기념으로 다섯 식구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슬그머니 웃음만 나온다. ‘여기까지 사는 힘이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누구처럼 살고자 노력하면서 살아왔을까?’를 돌아본다. 산골농촌에서 농사로 먹고살기도 힘든데 대학까지 공부시켜 준 부모님. 사춘기 엇나간 시기에도 이해하고 응원해준 선생님. 참된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도움을 준 대학 은사님과 선후배. 아이들에게 죄짓지 않고 좋은 교사가 되고자 교육운동에 헌신하고 분투했던 동료들과 선후배 교사. 학생이 중심인,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반복되는 야근도 감수하면서 함께했던 교육행정 공무원 등. 여러분들이 떠오른다.

그분들을 넘어, 작년부터 고향에서 근무하며 새삼 존경심을 갖게 하는 분이 있다. 팔덕면 고향 마을의 이장인 동네 형님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아버지는 8년 동안 마을 이장을 하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끔씩 다투었다. 주된 이유는 아버지가 동네일만 하고, 시절에 맞게 농사일을 남들처럼 하지 못함에 대한 어머니의 속상함이었다. 설날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 전후하여 마을 이장을 뽑는다. 어머니는 올해만큼은 일도 많고 애들도 학교에 가니까 마을 일을 맡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하지만 동네 분들의 신신부탁과 아버지의 선()한 마음이 더해져서 이장을 뽑는 날, 우리집은 평화롭지 못했다.

그 시절 20대 청년이었던 형님은 아버지와 동네 분들이 하는 마을 길 넓히기, 전기와 상수도 사업, 동네 옆에 저수지 막기 등 많은 일에 항상 앞장섰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집 농사일이 밀리면 품앗이가 아니어도 자기 일을 미루고 해 주었다.

누구보다 논과 밭에 먼저 나왔고, 새참이나 점심을 먹은 후 짧게 쉬는 시간도 쪼개가면서 일을 도왔다. 형님이 우리집 일을 하면 언제나 계획보다 많이 하여 어머니는 좋아했다. 17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최고 일꾼으로 형님을 말했고, ‘말 없는 실천가라고 자주 칭찬했다.

존경, ‘인격, 사상, 행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

일솜씨가 뛰어난 형님은 20년 이상 동네에서 논갈이, 모내기, 벼수확 등 큰일을 추릴 수 없는 연로하신 분들의 집안일도 맡아서 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동네 논농사 반절을 지으며, 8년 넘게 이장을 하면서 마을을 유지하는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집 논도 10년 넘도록 짓고 있다. 눈도 어둡고, 칠십이 넘어서 한 해 한 해 농사짓고 마을일 보기가 힘들다는 형님에게 미안함과 함께 존경심이 커진다.

국어사전에 존경심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의(定義)되어 있다. 형님은 한평생 온몸으로 살아온 훌륭한 일꾼이다. 작은 산골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동네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다. 어려운 이웃이 먹고살기 위해 농사일을 할 때 언제나 내일처럼 돕고 살아왔다. 지금도 나를 포함하여 고향마을은 형님에게 빚을 지고 있다.

존경형님 같은 분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삶의 현장에서 느껴지는 평소의 존경심이 존경의 본뜻이 아닌가? 작년에 명퇴한 아내가 요사이 배추와 무우를 심고-키우고-뽑고-간 절이고-양념까지 해서 김장을 했다. 부지런함과 알뜰함에 존경심이 생기려고 한다. 다시 아버지 말을 되새긴다.

순삼아! 너는 민주 엄마 말을 잘 듣고 살면, 밥은 먹고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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