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농씨]‘몸이 차다/뜨겁다’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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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씨]‘몸이 차다/뜨겁다’는 어떤 의미일까?
  • 정승조 원장
  • 승인 2021.12.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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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도 모르던 한방 건강 상식(1)
정승조 원장(안산 신농씨한의원)

예전 순창 주유소 뒤 켠 정미소 집 다섯째()의 장남으로 광주에서 자라고, 어린 시절 방학을 순창에서 보냈습니다. 냇가에서 놀다가 해질녘 외가로 가는 길에 맡았던 어느 집의 아궁이에 볏단 타는 냄새는 어릴 적 추억으로 각인되어 순창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애정을 지면으로 발표할 기회가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글쓴이 주)

어촌 지역은 물론이고 농촌 지역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지역 고령인구의 의료기관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다. 70대 이상 인구에서 동네 의료기관을 거의 매일 이용하는 숫자는 갈수록 늘어 가는 추세이다. 순창도 예외가 아니어서 순창읍 기준으로 한방의료 기관 대여섯 개소가 친절을 가미한 물리치료와 침구 치료로 노인환자들의 병환을 성의껏 돌보는 상황이다.

예전 순창에는 서약방이라든지 몇몇 한약방이 전국구로 환자를 받은 적이 있고, 시골 정서상 약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또 쉽게 약초를 구해서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복용하고 있으므로 현대 도시 젊은이들처럼 한방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감을 갖지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자 펜을 들었으며, 한방지식을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 쉽게 알려 드려서 건강관리에 다만 얼마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로 집필진의 허락을 얻어서 몇 차례 글을 올려볼까 한다.

중년 연령층 환자들을 접하다가 보면 아랫배가 차다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증상도 그렇거니와 실제로 배를 만져 보면 복부의 특정 부위가 냉기를 띠는 경우가 있다. 일단 배가 차면 그와 함께 겪는 증상이 요통, 무른 대변, 과민성 장 증후군, 복부 팽만감 등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잘 안 펴진다든지 아침밥만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거나 밥만 먹으면 헛배가 부르는 증상들이 배가 차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일단 배가 찬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기에 앞서서, ‘몸이 차다/뜨겁다라는 느낌을 한의학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필자도 어린 시절을 순창에서 보낸 바가 있고, 순창의 물맛은 하늘이 내린 복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으며, 과거에는 남계리 집집마다 우물이 거의 다 있었다. 친척집에도 깊은 우물이 있어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었고, 한 여름 등목 할 때는 그 시린 물 온도에 몸서리 쳤던 기억도 있다. 어린 그때에 왜 우물물이 이렇게 차냐고 물어보면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어른들이 없었고, 한의사가 되고나서야 우물물이 유난히 찬 이유를 알았다.

한의학에는 한열(寒熱)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의학적 진단의 첫째 조건으로 몸이 찬가 더운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차고 더운 것을 단순히 손으로 만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며, 맥을 짚고 알아내는 것이다. 한열은 맥박수를 기준으로 정하며, 손발이 차다고 해서 몸이 찬 것이 아니고 손발에 열이 난다고 해서 몸이 더운 것이 아니라고 보는 관점이다. 만약 손발이 차디차더라도 맥박이 아주 빠르게 뛸 수도 있고, 늘 찬 물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의 맥박이 아주 느리게 뛰는 경우도 많다.

한의학의 한열(寒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예가 우물 물이다. 우물이 여름에 차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이와 마찬가지인 경우가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찾는 관습이다. 더운 여름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로 설명하지만 이 말은 자기도 모르면서 웃자고 하는 것이고, 더운 날씨에 삼계탕을 먹는 습관에는 그보다 더 깊은 원리가 숨어 있다.

일단 우물을 예로 들면, 우물은 기본적으로 지열(地熱)의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 땅 표면이 얼면 지면이 단열재 역할을 해서 지열을 땅 밑에 가두어 우물이 따뜻해지는 것이고, 여름에는 땅 표면에 비가 많이 내리고 햇빛이 강하여 지면의 수분 증발이 많아서 땅 밑의 지열이 위로 발산하여 온도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공기가 더워도 땅 밑은 시원하고, 겨울에 바람이 차도 땅 밑은 따뜻하게 된다. 곧 겉과 속이 다른 상황이 자연계에서 연출되는 셈이다.

이 지면을 인체의 피부에 적용하면, 여름에는 피부로 땀을 많이 흘리므로 체내 영양 손실이 크고, 찬 것을 많이 섭취하여 인체 내의 대사기능이 떨어진다고 본다. 거꾸로 겨울에는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추위에 대비해서 피부의 땀구멍이 수축하여 체열을 보존하는 쪽으로 신체 기능이 약간 항진되므로 열이 생긴다. 그래서 여름에는 속이 차므로 열이 나는 삼계탕이 좋고, 한겨울 외부 출입이 어렵던 북쪽 지방에서는 메밀국수라든가 냉면을 먹었던 것이다.

겨울에 냉면이 좋다고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194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얼음은 공장에서 사다가 먹는 것이었고, 겨울에 되어야 자연 환경에서 얼음을 얻을 수 있었으니 추운 지방은 불가피하게 찬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1965년에 처음으로 가정 냉장고가 판매되었으며, 70년대 후반이 되어서 집집마다 냉장고를 둘 수 있었으니, 여름에 찬 음료와 찬 음식을 접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체는 원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는데, 최근에는 냉장 음료가 차고도 넘쳐 계절에 관계없이 찬 것을 접하게 돼 인체에서 정상적인 체온 분포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어서 찬 것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다음 회로 이어서)

정승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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