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순창 어린이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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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순창 어린이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2.15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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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하버드 졸업, 엄마는 소르본느 졸업, 오빠는 S, ?”

오래 전 대학가 화장실 낙서로 회자되던 글귀입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광고 문구처럼 우리는 잘난 사람, 엘리트(elite)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엘리트는 선택된 사람이자 상류인사로서 그에 따르는 남다른 책임이 있습니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나라의 발전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가진 지위를 활용해 능력을 발휘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러한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요?

지난주 이용호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전국이 들썩거렸습니다. 저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서울에 있을 때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창으로 돌아와 이용호 의원 입당 관련 취재를 하면서 비판 일색인 군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 답답했던 마음을, 지난 13일 동시집 출판기념회를 연 적성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 삼았습니다. 초등학생 11명이 직접 쓴 동시를 들려주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길이 있는 것 같아

계속 올라 갔다

 

끝이 있는 것 같아

계속 올라 갔다

 

우주가 나왔다

하늘 문이 열렸다

 

! 그곳에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

사랑해요!

 

1학년 정도영 학생이 쓴 천국의 계단이라는 동시입니다. 옆에 있던 지인 분이 도영이 할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귀띔을 해줬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할머니가 보고 싶었을까, 8살 학생의 모습이 짠했습니다. 학생들의 동시는 모두 하나 같이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순수한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꿈꾸는 애벌레’(2학년 홍진)

-이건 뭐지?

-애벌레예요

 

-뭐하고 있어?

-아마도 낮잠 자고 있을 거예요

 

-왜 코스모스 위에서 잠을 자?

-엄마 품처럼 따뜻하니까요

 

-무슨 꿈을 꾸는 것 같아?

-호랑나비가 되는 꿈이요

 

비밀’(5학년 박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살짜기 배가 아팠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발을 동당거리며

방귀를 꼈다

아무도 모른다

나는 세차게 헤엄을 쳤다

 

출판기념회 현장에는 현직 동화작가들도 함께 했었습니다. 제가 학생들 동시를 누가 대신 써 준 것 아닌가요?”라고 어리석은 질문을 하자, 동화작가에게서 멋진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쓴 이 시는 어른들은 절대 못 쓸 내용이에요.”

동시에는 초등학생들이 바라본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자연의 품에 안겨 감수성을 깨우고, 자연과 사람에게 자연스레 동화되고 공감하는 그 감성이 부러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짜 엘리트들이 많습니다. 텔레비전을 틀면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욕이 나오게 하는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어른들에 비하면 순창에서 만나는 어린 학생들은 참 멋집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우주 끝까지 계속 올라가는 무한한 동심을 지닌 어린 학생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참 멋집니다. 멋진 학생들에게 더 멋진 순창에서 살게 해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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