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성일-안녕 2021년, 어서 와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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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성일-안녕 2021년, 어서 와 2022년
  • 강성일 전 읍장
  • 승인 2021.12.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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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 전 읍장(금과 전원)

올 한해가 손에 쥔 모래알처럼 술술 다 빠져 나갔다. 생활이 단조로우니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사람의 뇌는 단순한 일은 저장하지 않는다는데 그래서인지 1년을 되돌아 봐도 기억되는 게 몇 가지 정도다.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건 밭일과 우리 집에서 사는 길고양이 5마리 아침, 저녁 먹이 주는 것이다.

사회 흐름은 케이티엑스(KTX)급인데 나는 걸어가는 속도로 산다. 여태껏 폴더폰을 쓰다가 사고가 있어 8월에 스마트폰으로 바꿨지만 전화, 카톡 기능 정도만 사용한다. 나의 생활이자 운동인 밭농사는 농약, 비료, 기계는 쓰지 않고 내 손으로만 한다.

올핸 단호박, 들깨, 콩을 심었는데 수확은 주인을 닮았는지 아주 빈약하다. 집사람은 내가 농사짓는 걸 보고 한심했는지 인터넷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서 비슷하게라도 지으라고 한다. 나는 마이동풍이다~ 내 방식대로 한다~ 하다보면 눈이 트일 거고 방법이 생길 거라 믿는다. 수확이 끝난 11월부터 내년 3월까진 밭에 퇴비를 뿌리고 삽으로 뒤집어 주는데 농약을 쓰지 않아서인지 지렁이, 개구리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벌레, 곤충들을 더러 본다. 두더지가 땅을 헤집어 놓은 곳도 여러 군데 있다. 땅이 살아 있다는 증표라 생각한다.

올해 밭일을 하면서 의료원을 2차례 갔다. 6월쯤 밭에서 일하는데 얼굴이 따끔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밤에 가려웠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얼굴 오른쪽이 조금 부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했는데 갈수록 입술은 두툼해지고 눈은 거의 감겨 이상한 외계인 같았다. 내 말을 들은 의사께선 민감한 체질이라 그런다며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셨다. 1주일 정도 지나서 나았다. 또 한 번은 7월이었다. 밭일을 하다보면 모기, 벌레 등에 심심찮게 쏘인다. 한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그 애들도 활동을 하지 않아 물리진 않는데 내가 더워서 일하기가 어렵다. 해질 무렵 밭에 나가 풀을 뽑는데 왼쪽 종아리가 따끔했다. 밤에 가려움이 심해 잠을 설쳤다. 아침에 보니 슬리퍼도 신지 못할 정도로 발이 부어서 종일 냉찜질을 했지만 가라앉지 않아 또 의료원에 갔다. 지인은 소가죽도 뚫는 쇠뜨기에 물린 것 같다고 했다. 어쨌든 부실한 몸뚱이다.

밭일을 하면서 다시 느낀 건 내가 부족하고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다. 처음 하는 농사지만 매사가 서툴고 터덕거린다. 이 머리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자책도 하며 도움을 주신 많은 인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길고양이를 보면서는 먹이를 얻기 위한 고단함을 애틋하게 느낀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새벽부터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애들을 보면 사람으로 사는 내 생활이 감사하다. 그 애들의 배가 커지면 새끼 뱄나 싶어 걱정이 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보면 그만 둘 수가 없다. 시간이 해결할 거다.

긍정과 부정, 상식과 억지가 혼재된 세상이지만 이웃과 고을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감사한 일이다. 자연은 순리 따라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고 무성했던 잎은 땅으로 돌아가 빈 몸으로 시린 겨울을 맞고 있다. 사람은 자연의 작은 일부이고 각자의 삶은 그 여정이 축적되어 나이테처럼 나타난다.

더 단순하게 생각하고 가볍게 살 것이다. 보리 향 나는 순창 막걸리 한잔 마시며 올해를 보낸다. 굿바이(Good~bye) 2021, 웰컴(Wel~com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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