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민-지방정부 재정 원칙, ‘수입과 지출 일치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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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상민-지방정부 재정 원칙, ‘수입과 지출 일치시켜야’
  • 이상민
  • 승인 2021.12.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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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자체에 쓰지 못하고 남은 돈이 있다? 왜 돈을 남겼을까란 생각도 들지만, 돈을 남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최소한 가정 살림은 그렇다. 버는 돈을 족족 다 쓰면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라고 어른들이 말하곤 한다. 내가 수입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일정 부분은 저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는 가정 살림에만 적용되는 논리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살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의 상당 부분은 가정 살림의 원칙과 중앙정부지방정부 재정 원칙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 살림은 수입이 늘면 지출을 늘리고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인다. 수입이 줄어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어도 가능하면 빚은 지지 않는 것이 좋다. 중앙정부 살림은 정반대다. 경기가 안 좋아서 수입(세금수입)이 줄면, 중앙정부는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한다. 중앙정부조차 돈을 쓰지 않으면 내수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아나서 수입이 늘면 오히려 지출을 줄여야 한다. 가정 살림 원칙과 중앙정부 재정 원리는 정 반대라는 의미다.

지방정부는 어떨까? 지방정부 재정의 원칙은 균형재정이다.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수입이 4000억원이면, 4000억원을 쓰고 수입이 5000억원이면, 5000억원을 써야 한다. 더 써도 안 되고 덜 써도 안 된다. 법이 그렇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실제로 지방정부 예산서를 보면 세입과 세출액은 동일하다. 중앙정부는 총수입 금액과 상관없는 총지출 예산서를 작성한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재정을, 경기가 좋을 때는 흑자재정 예산서를 작성한다. 가정 살림 예산은 수입 중에서 일정 부분을 저축하는 것이 원칙이다.

논리도 그렇다. 우리가 지방정부에 왜 세금을 낼까? 지방정부에서 받은 행정서비스 비용을 지불한다는 의미다. 거꾸로 말하면 지방정부는 우리에게 행정서비스 비용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금액에 걸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일 우리에게 세금 등으로 받은 세입을 지출하지 않고 쌓아 놓는다면 그것은 그만큼 지역주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순창군을 예로 들어보자. 순창군은 코로나19가 한참인 작년 5500억원을 벌었다. 지출한 돈은 4500억원이다. 1000억원을 지출하지 못했다. 이 중, 내년에 쓰기로 하고 이월된 돈이 680억원, 그리고 실제 남은 순세계잉여금은 약 242억원이다. 순세계잉여금은 그냥 남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순창군 통장에 사실상 현금 형태로 그대로 남아 있는 돈이다. 242억원만큼 순창군민은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론 순세계잉여금을 0원으로 만들 수는 없다. 보조금에 연계했던 돈이나 예비비에 있던 돈은 남아서 순세계잉여금이 될 수밖에 없다. 순창군은 2020년 기준 세출 4500억원 대비 남은 돈 순세계잉여금 비율은 약 5.4%로 전북 기초지자체 평균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물론 최선은 아니다. 남원시 2.6%를 포함해 전주시, 익산시, 고창군, 부안군 등의 세출대비 순세계잉여금 비율은 5% 미만이다. 좀 더 효율적인 행정을 통해 군민에게 더 많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2020년 남은 순세계잉여금은 2021년 본예산 및 추경을 통해 새로운 세출사업에 쓰일 재원이 되었다. 2020년도에 우리가 낸 세금은 2020년도에 행정서비스로 되돌아오는 균형재정이 지방정부 재정의 원칙이다.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들어 했던 2020년도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는 돈이 242억원이 있었는데도 충분히 지출되지 못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21년도에 2020년도 순세계잉여금이 모두 편성되었다는 사실이 2021년도에는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세계잉여금은 0원이 될 수는 없고 어느 정도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군민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할수록 남는 돈인 순세계잉여금의 규모는 조금 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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