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 “이동수단 없어, 면허 반납 무리”
군청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군내 7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모두 2272명이다.
군이 군내 거주하는 만 70세 이상(1951년 출생자까지) 운전면허소지자가 원동기(이륜자동)를 포함한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순창사랑상품권 20만원을 지원한다. 대상자가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군이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 예산은 지난해 1000만원에서 올해 2000만원으로 100% 증액했다. 군청 경제교통과 담당은 “지난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인원은 50명이었고, 올해는 지난 12월 10일 기준 58명”이라고 말했다.
운전면허 자진반납 시 지원하는 순창사랑상품권은 ‘순창군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조례‘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고 있다. 운전면허 반납 시 지원하는 순창사랑상품권은 도비 15%와 군비 85%로 구성된다. 1인당 10만원을 기준으로 도비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순창사랑상품권 20만원에는 도비 1만 5000원과 군비 8만 5000원이 들어가 있다.
군청 경제교통과 주무관은 “올해 예산 2000만원을 다 소진하지 못하면 남은 금액과 도비는 반납해야 한다”면서 “운전 면허 반납은 강제가 아니라, 실제로 아직 운전을 하시는 70세 이상 분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70세 이상 운전자들은 대부분 운전 면허 자진 반납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70세 이상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현수막이 걸린 걸 보기는 했는데, 운전면허가 없으면 어떻게 이동해야 하느냐”면서 “순창사랑상품권을 준다는 건 좋지만, 운전면허가 없으면 여기저기 이동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면 단위 한 이장은 “솔직히 내가 나이를 많이 먹기는 했지만, 이장이라도 하려면 어르신들 심부름도 다니고 소재지에도 나가고 할 일이 많다”며 “복잡하지 않은 면 단위에서 70세 이상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팔십이 넘었다는 한 군민은 “아직도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항상 조심한다”면서 “도시 같은 경우는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많이 있지만, 우리 순창군은 어디를 가려고 해도 차가 없으면 마땅치가 않다”고 말했다.
한 군민은 “20만원 준다고 운전면허를 반납하겠느냐”고 물으며 “200만원을 줘도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에 70세가 된다는 한 군민은 “단순히 만 70세 이상이라고 나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정말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운전을 할 능력이 있는지를 살피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면서 “면허 적성검사 같은 걸 할 때 운전능력 여부를 기준을 가지고 판가름해서 부적격 판정이 나올 때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군청 주무관은 “면허 반납 지원제도를 잘 모르시는 분의 자녀가 문의를 했다가도, 면허를 완전히 반납해야 한다는 말에 그냥 안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실제로 현재 운전을 하고 계시는 70세 이상 분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자발적으로 받는 게 제도의 취지”라고 말했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는 일명 장롱면허나 거동할 수 없어서 운전을 아예 못하는 사람의 면허를 순창사랑상품권과 단순하게 바꾸려는 게 아니다. 군의 세심한 제도 안내와 면허 반납에 대한 대안마련 등의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